[EN:터뷰]김무열이 생각하는 '코미디'란…공감 그리고 위로

영화 '정직한 후보 2'(감독 장유정) 박희철 역 배우 김무열 <하>
김무열이 '정직한 후보' 시리즈 통해 알게 된 '코미디'의 매력에 관하여

영화 '정직한 후보 2' 박희철 역 배우 김무열. NEW 제공
※ 스포일러 주의
 
지난 2002년 뮤지컬 '짱따'로 데뷔해 '그리스' '사랑은 비를 타고' 등 다수의 작품에서 활약하던 김무열은 2007년 KBS2 '드라마시티-신파를 위하여'를 통해 브라운관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이후 MBC '별순검', SBS '일지매', OCN '나쁜 녀석들: 악의 도시' 등은 물론이고 넷플릭스 '소년심판', 디즈니+ '그리드' 등을 통해 폭넓은 연기력을 선보였다.
 
무대와 안방극장뿐 아니라 '작전' '최종병기 활' '기억의 밤' '인랑' '악인전' '침입자' 등 스크린에서도 다양한 장르의 작품에서 다양한 역할을 통해 김무열은 자신만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런 그가 '정직한 후보'를 만나 코미디라는 새로운 영역에 발을 들였고, '정직한 후보 2'에서는 그동안 꺼내놓지 못했던 또 다른 모습을 제대로 드러냈다.
 
김무열은 코미디 장르에 관해 이야기하며 '공감'과 '위로'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사용했다. 관객에게 웃음을 던지는 코미디는 결국 공감에서 시작해 위로를 안기는 힘을 가진 장르라는 것이다. 이에 관해 김무열이 가진 생각을 조금 더 깊게 들어봤다.

영화 '정직한 후보 2' 스틸컷. NEW 제공
 

관객들의 '웃음'은 결국 연기와 작품에 대한 '공감'의 의미

 
▷ '정직한 후보' 시리즈를 통해 제대로 코미디 영화를 경험했는데, 코미디라는 장르가 가진 매력은 무엇인가?
 
관객들이 재밌을 때 웃는데, 결국 배우의 연기와 작품에 대해 '공감'이라는 감정을 느꼈다는 거다. 이걸 '통했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작품 안에 여러 시퀀스가 있는데, 어떤 시퀀스에서 한 번 웃으시면 그분은 우리 작품에 대한 호감도가 증가하고 공감을 시작해서 자기도 모르게 작품 속에 빠져서 재밌게 보게 된다. 그 순간에 관객들 우리 작품으로 끌어들이는 힘이 엄청난 것, 그게 코미디의 매력이다. 관객과의 호흡을 바로 느낄 수 있고 거기서 큰 힘을 얻는다.
 
반대로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의외의 시도가 들통나고 실패했을 경우 취향이 다름으로 인정되면서 보는 입장에서 어느 순간 화나기도 한다. '저게 웃기나?' 생각도 드는 거다. 그만큼 리스크도 따르는 작업이라서, 처음 대본을 받고 촬영 끝나는 날까지 매 장면 고민 안 한 게 없다. 그런데 그것 또한 매력인 거 같다. 그런 걸 좋아해서 즐거웠다.

 
▷ 작품과 캐릭터 분위기에 맞는 적정 수위를 넘지 않을 톤 조절도 필요할 거 같다. 어떤 식으로 접근해 나갔나?
 
비현실적인 상황에 놓인 인물이 그 상황을 타개하려고 혹은 그 상황에서 자기의 고귀함을 지켜내려다 보니 코미디 상황이 벌어진다. 그 안에서 배우가 지켜야 할 것은 그 상황 안에서의 '리얼리티'다. 그 리얼리티를 놓치거나 무시하는 순간에는 억지가 되고, 그러면 정말 단순히 웃기려고 하는 행위밖에 안 된다.
 
미란 누나가 전편에서 이에 대한 고민을 진짜 많이 했다. 거짓말을 못 하게 된 연기를 처음 했고, 나 역시 처음 본 거다. 모니터했을 때는 너무 재밌고 잘 나온 거 같은데 만족을 못 하시더라. 애드리브만 보면 재밌는 단어도 나오고 웃겼는데, 이 사람의 리얼리티와 맞지 않으면 과감히 포기했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배우가 각자의 리얼리티를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다.


영화 '정직한 후보 2' 스틸컷. NEW 제공
 
▷ 사실 '정직한 후보' 시리즈 이전까지 '김무열' 하면 악역 등 강렬한 캐릭터가 먼저 떠올랐던 것도 사실이다.
 
악역이 왜 악역이 되냐면, 인간의 욕망을 감추지 않고 다 드러내고 실현하기 위해 갖은 방법과 수단을 다 쓰기 때문이다. 악역은 악역대로의 매력이 있다. 내가 살아오면서 생각만 했던 검은 욕망, 현실에서 실현할 수 없는 행위를 극 안에서 하게 되며 대리만족이라던가 쾌감을 느끼는 순간도 있다. 그런 배우의 모습을 보고 관객들도 매력적이라고 느낄 때도 있는 거 같다. 개인적인 판타지의 발현이기 때문이다.
 
▷ 그렇다면 '코미디'는 어떤 마음 혹은 어떤 모습이 발현되는 건가?
 
사실 코미디가 진짜 어렵다. 왜냐하면 평소에 친하고 오래 알아 온 가족 같은 사람 앞에서는 내 풀어진 모습이나 재밌는 모습을 맘껏 보여주는 게 가능하다. 그러나 그 외에 삶 속에서의 시간은 그런 모습을 감추고 살아온 또 다른 내가 있다. 이 모습을 대중 앞에 꺼내 놓은 적이 없어서 '이런 모습을 좋아하실까' '관객이 즐거워할까?' '공감할 수 있을까?' 등 매번 이런 고민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판단해야 하는데 판단하기도 어렵다.
 
전편도 그렇지만 이번에 하면서 코미디라는 장르를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에 대한 존경이 진짜 더 커졌다. 그만큼 성취감이 큰 거 같다. 정말 단순하게 "너무 웃겼다"고 하면 그게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정말 대단한 일 해낸 거 같다. 웃음이 주는 위로와 위안이라는 게 정말 크다. 너무 힘든 일이 있을 때 아무 생각 없이 코미디를 봤다가 잠시라도 힘든 순간을 잊을 수 있다면 내가 정말 큰일을 해냈다고 자부할 수 있다.


영화 '정직한 후보 2' 박희철 역 배우 김무열. NEW 제공
 

김무열의 바람은 연기를 오래 하는 것

 
▷ 사실 드라마, 스릴러, 로맨스 등 안 해본 장르가 없다. 코미디까지 했으니 거의 모든 장르를 섭렵했다고 볼 수 있는데, 그럼에도 더 해보고 싶은 게 있을까?
 
나도, 미란 누나도, 경호 형도 그런 것 같다. 경호 형은 연기를 더 잘하고 배우로서 오래 일하고 싶은 생각에 지금 연극을 하고 있다. 연극을 하게 된 이유에 관해 이야기하다 보면 배우로서 같은 지점을 생각하고 있고, 정말 성향이 잘 맞는 사람끼리 모였던 것 같다. 연기하는 거 자체가 너무 행복하다. 그래서 앞으로 어떤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냐는 질문을 받으면, 난 연기하는 게 너무 좋으니 길게 오랫동안 일하는 게 목표라고 말하고 싶다.

영화 '정직한 후보 2' 스틸컷. NEW 제공
 
▷ 그런데 '정직한 후보 2'에서 코미디 연기를 너무나 잘해서 앞으로 기대하는 관객들도 많아질 것 같다.
 
내가 코미디 연기하는 모습을 많이 못 보셔서 그만큼 내가 어떻게 연기할지 예측이 힘들었을 것 같다. 본격적인 코미디 연기를 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 그에 따른 유리한 점이 있었지만, 앞으로가 어려운 문제고 해야 할 숙제가 많아진 거 같다. 그렇지만 코미디의 장점과 매력을 많이 알게 됐고, 그 매력에 푹 빠져 있는 상태라 언제든지 도전하는 마음으로 시작해서 편하게 즐기고 싶다. 매번 계속 새로운 것들을 보여드리기 위해 공부도, 준비도 열심히 하겠다.
 
▷ 마지막으로 '정직한 후보 2'만의 강점, 매력에 관해 이야기해 달라.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작품 속에 담긴 이야기에 다가갈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점이다. 행정관료의 비리, 환경오염, 부동산 투기 문제, 정계와 재계의 결탁 등이 웃기는 와중에 부담스럽지 않게 다가간다. 보는 분들이 풍자와 해학극이라면 그게 맞는 거다. 다만 우리는 세계관 안에서 어떻게 하면 리얼리티를 지키면서 웃음을 드릴 수 있을지 노력했다. 기본적으로 정말 웃긴 코미디 영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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