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시장에게 자료 보고하겠다" 민관 유착 암시한 위례 공소장

위례 공소장, 이재명 대표도 언급
유동규-대장동 일당 유착 형성부터 직무상 비밀 이용 사실 적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맨 왼쪽부터),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연합뉴스

위례신도시 개발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대장동 일당들이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 전부터 서로의 이해관계에 따라 비밀을 공유하고 이익을 나눴다는 내용을 공소장에 담았다. 특히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민간 개발업자인 남욱 변호사에게 '이재명 시장님께 올라가서 보고하겠다"면서 "성남시에서는 너희들이 원하는대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해주겠으니 돈을 좀 만들어달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적시했다.

검찰이 본 대장동 일당의 민관유착 시작

4일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A4용지 24쪽 분량의 위례신도시 개발 비리 관련 공소장에는 유동규 전 본부장(관·官)과 남욱 변호사·정영학 회계사·위례자산관리 대주주 정재창(민·民)의 유착 관계가 형성된 배경부터 위례신도시 개발사업 관련 직무상 비밀 이용을 공모하고 실행한 내용 등을 자세하게 묘사했다.

검찰은 성남시 대장동 민영개발을 추진하던 남 변호사 등은 '공사설립 조례안 통과'를 계기로 유착 관계가 형성됐다고 봤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10년 성남시장에 당선된 뒤 대장동 개발을 공영으로 바꾸려 하자, 남 변호사 등은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을 통해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유 전 본부장을 소개받았다. 이후 유 전 본부장의 뜻에 따라 움직였다. 남 변호사 등은 최 전 의장에게 시의회 다수당인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이 반대하던 공사 설립 조례안을 통과시켜주면 거액을 주겠다며 청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 들어서는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 연합뉴스

이에 최 전 의장은 2013년 2월 28일 조례안 통과를 밀어붙였다. 이재명 대표로선 그의 제1 공약이던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을 위해 공사 설립이 꼭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 과정에서 유 전 본부장은 남 변호사에게 "우리는 죽을 때까지 한 몸이고 내년(2014년) 지방선거에서 이재명 시장을 어떻게 당선시킬지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는 취지로 말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2013년 7월 유 전 본부장은 위례신도시 개발사업을 추진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남 변호사등에게 방법을 알아봐달라는 취지로 말했다. 이에 정재창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미래에셋증권 관계자에게 '이 사건 개발사업의 기본 구조와 사업에 참여하는 경우 얻을 수 있는 수익성 등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남 변호사 등은 개발사업에 참여하면 수익성이 좋을 것이라는 생각에 유 전 본부장에게 같이 사업을 하자고 하면서 검토 자료를 보여줬다.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국회사진취재단

이를 본 유 전 본부장은 "자료를 출력해 주면 이재명 시장님께 올라가서 보고하겠다. 너희들이 위례 사업을 위한 팀을 구성하고 사업계획도 수립해오면 성남시에서는 너희들이 원하는대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해주겠으니 돈을 좀 만들어달라"고 말했다. 남 변호사등은 "위례 사업에서 100억 정도의 수익이 예상된다"면서 시장선거에 사용할 자금을 마련해주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공소장에 적시됐다.

남 변호사등은 사업 진행 과정에서 상호 유착관계를 공고히 하기 위해 유 전 본부장에게 유흥주점 술값을 대신 결제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유 전 본부장은 그 무렵 성남시 고위 공무원, 성남시의원 등과 유흥주점을 방문했고 남 변호사등이 유흥비용을 대납한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유동규가 공적 비밀 흘려주면 남욱은 사업 준비 

검찰은 성남시가 공식적으로는 위례신도시 개발사업을 포기(2013. 5. 3. '위례신도시 개발사업 포기' 보도자료)했지만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의 승인 하에 '기술지원 TF'를 만들어 위례신도시 개발사업의 진행 방식 및 이익 배분 구조를 검토하고 있었다고 공소장에 적었다. 유 전 본부장은 이 같은 사실을 남 변호사 등에게 흘려주며 'LH로부터 땅을 사려고 하는데 공사가 설립되면 바로 위례신도시 개발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는 취지로 직무상 내부 비밀을 공유했다. 남 변호사 등은 이를 토대로 사업자선정 공모를 사전에 준비했다.

연합뉴스

위례 사업 실무 책임자였던 주지형 전 공사 개발계획파트장은 정 회계사와 연락하고 만나면서 사실상 공모지침서를 같이 만들었다. 정 회계사가 요구한 △건설사 공모사업 참여 금지 △출자자 신용등급 기준 하향 △컨소시엄 구성원 수에서 특정금전신탁 등 제외 △공사와 민간사업자 사이 '5대 5 배당' 등이 모두 공모지침서에 반영됐다. 남 변호사 등은 같은 해 11월 이에 맞춰 미래에셋증권 컨소시엄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주 전 파트장과 그의 상관인 유한기 전 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은 사업자 선정 평가에 참여해 미래에셋 컨소시엄에 대해 모든 항목에서 만점을 줬다.

그러나 LH가 공사를 상대로 2013년 11월 말까지 위례신도시 A2-8BL 부지에 대한 택지매매 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면 다른 민간업자에 매각하겠다고 통보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계약금 마련이 급했던 민간 업자들은 컨소시엄에 참여한 미래에셋증권을 통해 돈을 조달하려 했지만 내부 투자 심의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서 일이 꼬였다.

결국 공통투자 약정을 체결한 한국투자증권도 탈퇴하게 됐고, 다시 부국증권 부사장을 찾아가 토지매매 계약금 365억원을 대출해주면 시공권을 양보해주겠다는 취지의 제안을 했다. 부국증권은 호반건설에 채무 연대보증을 요구하면서 시공권·시행이익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호반건설이 이에 응하면서 개발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그 결과 2014년 8월 분양 완료 후 2018년 1월까지 발생한 약 418억원의 시행이익 중 남 변호사 등은 43억 3200만원, 호반건설은 169억 1500만원 상당의 배당이익을 누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 강백신)는 이 대표를 포함한 다른 피의자의 부패방지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에 대해 계속 수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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