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앙숙 조폭 57명 한꺼번에 재판정 올라

경찰, 구치소 직원 150명 법원 안팎서 대기.. 긴장감 팽팽

부산에서 서로 이권을 놓고 대립하던 폭력조직의 폭력배 57명이 한꺼번에 재판정에 서는 일이 벌어져, 경찰병력이 대기하는 등 법원에 긴장감이 흘렀으나 별다른 사고없이 재판이 끝났다.

부산지법 제6형사부는 4일 폭력조직을 결성해 돈을 뜯고, 서면일대의 이권을 놓고 서로 충돌을 빚는 등 범죄단체를 구성한 혐의로 기소된 부전동파(일명 물개파)와 서면통합파 조직원 57명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에서 최고 징역 7년의 실형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명문화된 행동강령이나 규정 등은 없지만 피고인들이 범죄라는 공동의 목적을 위해 일정한 통솔체계를 유지하고 이탈 조직원을 폭행하는 등 범죄단체로 볼만한 사정이 충분하다"고 판시했다.

한편, 이날 서로 대립하던 폭력조직의 폭력배 57명이 한꺼번에 재판정에 서면서, 법원 안팎에는 법원과 경찰, 구치소 직원 등 150여명이 배치돼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으며, 재판부도 피고인들을 포승줄로 묶은 채로 재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정에 선 양대 폭력조직 부전동파와 서면통합파는 서면 일대에서 20여년 가까이 서로 이권을 놓고 다툼을 벌여왔다.

◈20년 앙숙 서면통합파와 부전동파, 조직전쟁도 불사

서면통합파의 전신인 부산 서면파는 지난 1991년 두목 강모씨를 중심으로 결성돼 서면 일대에서 각종 범죄를 저질러 오다, 지난 2007년 두목 강 씨가 교통사고로 사망하면서 조직이 급속히 약화됐다.

이 틈을 타 인근 부산 부전동과 초읍동을 기반으로 한 부전동파, 일명 ''물개파''가 서면일대 유흥주점과 오락실로 영역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이런 와중에 서면파는 조직원이 칠성파 조직원에게 살해당하기도 하는 등 세력이 급속히 약화되자, 부산 범일동 일대 조방 인근을 기반으로 하고 있던 유태파에 눈을 돌렸다.

유태파도 당시 부두목의 구속 등으로 세가 떨어진 상황이었고 서로 간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면서 지난해 3월 결국 두 세력이 전격 통합해 ''통합서면파''가 생겨났다.


서면파의 세력이 커지자 인근의 물개파가 조직간 전쟁을 선포했고, 서면 복개천 등에서 몇차례 충돌위기를 겪은 이들의 세력다툼은 급기야 지난해 7월 물개파 40명과 서면파 10명이 회칼 등으로 정면충돌한 초읍동 오락실 난동사건으로 터져나오게 된다.

◈초읍동 오락실 난동사건 계기, 수사기관 대대적인 단속

초읍동 오락실 난동사건이 터지자 앞서 1년 전 칠성파 폭력배들의 영락공원 장례식장 난동사건으로 신경이 곤두서있던 부산경찰청이 즉각 조사에 나서 사건 관련자 31명을 검거해 검찰에 송치했다.

또, 앞서 통합서면파 출범 직후인 지난해 4월부터 수사를 벌여온 부산지검도 내사 중간에 초읍동 오락실 난동사건이 터지자 수사속도를 올려 서면파와 물개파 조직원들을 속속 잡아들이기 시작했다.

검찰이 이례적으로 경찰(부산해양경찰서 4명, 부산경찰청 3명) 인력까지 지원을 받아 10개월여에 걸쳐 적발한 두 조직의 조직원은 모두 146명으로, 이중 양측 행동대장을 포함한 51명이 구속되고 6명이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특히 이들 조직이 유흥업소와 오락실 업주를 상대로 한 조직적인 보호비 갈취와 채권추심 등 청부폭력, 상대조직에 대한 보복 등 조직성 범죄 70여 건을 적발해, 이들 조직과 조직원을 범죄단체 구성 또는 범죄단체 가입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 범죄단체구성죄로 기소..법원도 조폭 근절의지 나타내

범죄단체 구성 혐의가 적용될 경우 수괴(두목)는 최고 사형에서 최소 징역 10년, 조직에 가입한 것만으로도 징역 2년형의 처벌을 받게 된다.

실제로 이들 조직은 ''형님지시는 무조건 따른다'', ''조직을 이탈하면 반드시 응징한다'', "2년이상 선배와 맞담배를 피지 않는다" 등의 조직규율을 갖추고, 조직원 간에 정기적인 단합대회 등을 열어온 사실이 밝혀져 검찰은 범죄단체 구성 또는 활동 혐의를 입증하는데 자신감을 보여왔다.

이날 재판부도 검찰의 기소내용을 인정해, 이들 조직원들을 단순 폭력이 아닌 범죄단체구성죄를 적용해 처벌하면서, 앞으로 조직폭력과 관련한 엄정한 법 집행 의지를 밝혔다.

검,경의 대대적인 조폭 단속으로 부산지역에서 조폭들은 대부분 수배상태로 잠적한 상황이다.

하지만 검찰은 부산에서 2000년대 이후 칠성파 조직의 급격한 팽창으로 갈등구조가 형성되고, 기존 폭력조직의 재편 움직임 때문에 다른 지역과 달리 부산에서 폭력조직간의 집단충돌이 빈발하는 것으로 보고 폭력조직에 대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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