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이 그린 만화 '윤석열차'가 '표현의 자유 탄압' 논란으로 확대되고 있다.
정의당 장혜영 국회의원(비례)은 4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윤석열 정부의 금과옥조 '자유'는 역시나 말뿐이었던 겁니까"라고 글을 올렸다.
장혜영 "웃자고 그렸는데 죽자고 달려들면 우스워져"
장 의원은 "고등학생에게 현직 대통령을 만화로 풍자할 자유가 없느냐, 아니면 현직 대통령이나 영부인, 검찰을 풍자한 작품은 수상작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규칙이 있느냐"고 반문하면서 "대통령실은 이번 일로 문체부 팔 비틀 생각 말고 그냥 허허 웃고 지나가길 바란다. 웃자고 그렸는데 죽자고 달려들면 더 우스워진다"고 지적했다.
장 의원이 지적한 내용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3일까지 경기 부천시 한국만화박물관에서 열린 '전국학생만화공모전 수상작 전시회'에 윤 대통령을 풍자하는 등 사회 비판적인 주제의 만화들이 입상하고 전시된 것에 대해 문화체육부가 엄중 경고하는 등 조치를 내린 것에 대한 비판이다.
앞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전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만화공모전 수상작들을 공개했다. 문제가 된 작품은 고교부 금상을 받은 '윤석열차'다. 이 작품은 윤 대통령의 얼굴을 한 열차가 연기를 내뿜으며 철도 위를 달리고, 조종석 위치에는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로 추정되는 인물이 자리하고 있다. 그 뒤로는 검사복을 입은 이들이 칼을 들고 있다. 열차가 지나간 자리에는 부서진 건물들이 보이고, 다가오는 열차를 피해 놀란 표정으로 흩어진다.
금상은 부문 관계 없이 받은 대상 다음으로 가는 작품으로 부문별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작품을 의미한다. 이 작품 외에도 '임산부석', '아빠찬스' 등 사회를 풍자하는 다양한 작품이 수상했다.
문체부 "만화창작 욕구 고취 취지 어긋나는 심사"…재심사 암시
그러나 '윤석열차' 전시 사실이 알려지자 문체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 공모전을 연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을 "엄중 경고한다"며 대대적인 조치에 나섰다.
문체부는 이번 공보전에 정부 예산 102억원이 지원됐고, 공모전 대상에게 문체부장관상을 수여하는 점, 행사와 관련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경우 승인사항 취소'가 가능한 점을 들어 "해당 공모전 심사기준과 선정 과정을 살펴보고 관련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문체부가 이미 시상한 작품들을 빼앗아 재심사할 수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체부가 이번 공모전 수상작 선정에 대해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주최한 전국학생 만화공모전에서 정치적인 주제를 노골적으로 다룬 작품을 선정하여 전시한 것은 학생의 만화 창작 욕구를 고취하려는 행사 취지에 지극히 어긋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장 의원은 "문체부가 무슨 근거로 엄정 조치를 취하겠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럴수록 역풍을 맞을 뿐"이라고 맞받아쳤다. 고교생의 만화를 두고 정부기관이 상을 무르는 조치를 할 수 있다며 주최 측을 압박하자 국회의원이 이를 적극 반박한 것이다.
이번 문체부의 조치를 두고 맛칼럼니스트 황교익씨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 정부가 노골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며 "대한민국의 시계를 50년 전으로 되돌려놓으려는 시도를 멈추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문화에 지원을 하되 생색도 내지 말고 간섭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게 민주공화국의 운영 원칙"이라며 "정치권력이 문화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생각은 독재자의 것이다. 고등학생의 만화 한 컷에 윤석열 정부의 운명을 걸겠다면 그렇게 하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