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실시된 브라질 대선에서 과반을 득표한 후보가 없어 결선투표가 예정된 가운데 관심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의 재집권 여부에 쏠리고 있다.
대선 개표 결과 룰라 전 대통령은 득표율 48.4%로 보우소나루 대통령(43.2%)을 5.2%포인트 앞섰지만 과반 득표에 실패해 오는 30일 재격돌을 앞두게 됐다.
이번 대선 결과와 관련해, 룰라 전 대통령이 대선 직전 각종 여론조사에서 현 대통령을 넉넉하게 앞섰지만 막상 개표함을 열어보니 '샤이(shy) 보우소나루 지지층'이 결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최근 남미에 불고 있는 '핑크 타이드(pink tide)'를 봤을 때 룰라의 재집권 가능성에 여전히 힘이 실리고 있다.
'핑크 타이드(pink tide)'란 1990년대 말부터 10여년 간 남미 12개국 중 10개국에 좌파정권이 파도치듯 들어선 것을 가리킨다.
20세기 냉전 시대, 소련과 동구권 유럽을 비롯한 공산주의 국가들의 연합을 지칭했던 '레드 타이드(red tide)'와는 달리 남미에서는 극단적이지 않고 온전한 사회주의가 나타날 것이라는 뜻을 담아 '레드'보다는 붉은 기운이 덜한 '핑크'로 이름 붙여진 것이다.
1990년대 말에 시작된 1차 '핑크 타이드(pink tide)'는 세계 원자재 가격의 급등을 기반으로 자원이 풍부한 남미에서 무상 의료, 무상 교육, 저가주택 공급 등의 정책을 펼쳤던 좌파의 승리로 귀결됐다.
1차 '핑크 타이드(pink tide)'의 서막을 열었던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가 2013년 사망하자 좌파 진영의 세가 급속히 위축됐지만, 최근에는 1차와는 결이 조금 다른 모습으로 2차 '핑크 타이드(pink tide)'가 현재진행중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물가 폭등과 보건의료체계 붕괴로 취약계층이 더 큰 피해를 입게되자 보편적 복지를 확대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면서 현 집권세력을 수렁으로 몰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6월 중남미의 대표적인 미(美) 우방국이자 보수 국가인 콜롬비아 대선에서 게릴라 출신인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이 당선돼 제2차 '핑크 타이드(pink tide)'에 힘을 더했다.
멕시코, 아르헨티나, 칠레, 페루, 온두라스 등 남미 주요 국가들이 이미 좌파 진영이 당선된 상태고 브라질 대선 결선 투표에서 룰라 전 대통령이 정권을 재탈환할 경우 제2차 '핑크 타이드(pink tide)'가 '화룡정점(畵龍點睛)'을 찍게된다.
금속 노동자 출신의 룰라 전 대통령은 2번의 대선 패배 이후 2002년 대선에서 승리했으며, 2003년부터 2010년까지 8년 동안 집권했다.
룰라는 퇴임 당시에도 87%에 달하는 높은 지지율을 얻었으나 2018년 대선 재출마를 저울질 하던 중에 부정부패 혐의로 징역형을 받으면서 출마가 좌절됐다.
하지만 지난 3월 대법원에서 기존 판결이 모두 무효가 되면서 대선에 다시 출마할 자격을 얻게 됐다.
한편, 룰라의 경쟁 후보인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은 코로나19 방역 실패와 아마존 파괴 방치 등을 이유로 국내외에서 비판을 받아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