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은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 전체 3순위로 오리온(현 캐롯) 유니폼을 입었다. 52경기 평균 9.7점 2.7어시스트. 신인상은 이우석(현대모비스)에게 돌아갔지만, 예전처럼 루키만 대상으로 했다면 단연 신인상 1순위였다.
오리온이 캐롯으로 인수되고, 김승기 감독이 KGC를 떠나 초대 사령탑을 맡았다. KGC에서 변준형을 정상급 가드로 만든 김승기 감독이 캐롯 지휘봉을 잡고 찍은 선수가 바로 이정현이다.
3일 통영체육관에서 열린 2022년 KBL 컵대회 캐롯-SK의 조별리그 A조 2차전. 이정현은 21점(3점슛 3개) 9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캐롯의 100대64, 36점 차 대승을 이끌었다. 캐롯은 2연승을 달리며 4강에 진출했다.
1쿼터 스코어는 23대23으로 팽팽했다. 이정현은 7점 4어시스트를 올리고도 계속 김승기 감독에게 혼이 났다. 나쁜 버릇 때문이다.
김승기 감독은 "1쿼터에 많이 혼났다. 앞으로도 많이 혼나야 한다. 좋아지지 않는다면 혼내지도 않는다. 더 좋아질 수 있어서 혼낸다"면서 "더 좋아질 것이다. 이번 시즌이 아니다. 다음 시즌부터는 모든 면에서, 안 보이는 부분까지도 성장할 것이다. 잘 따라주고 있다. 공수 양면에서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선수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정현도 "비시즌 때부터 이야기를 들은 것이 있다. 농구를 해오면서 안 좋은 버릇인데, 습관적으로 깜빡하면서 경기 중에 나온다"면서 "충분히 그런 것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 알고 있는 플레이가 많기에 지적을 최대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마치 농구를 시작할 때처럼 차근차근 나쁜 버릇을 고쳐가고 있다.
이정현은 "바운드 패스를 줄 때 스텝을 하나하나 따지신다. 초등학교 때 처음 농구를 시작하는 것처럼 기초부터 배웠다"면서 "레이업을 할 때도 스톱 같은 페이크를 쓴 다음 (전)성현이 형 등 슈터들에게 킥아웃 패스를 주문하신다"고 설명했다.
김승기 감독의 수비는 쉴 새 없는 트랩, 로테이션을 요구한다. KGC 시절부터 보여준 뺏는 수비를 캐롯에도 이식하고 있다.
이정현은 "당연히 힘들다. 시즌을 준비하면서 기초부터 차근차근 배웠지만, 경기 때 정신없이 하다보면 안 맞는 부분들도 나온다"면서 "컵대회를 치르면서 수비가 조금씩 맞아가는 것 같다. 감독님도 그런 부분은 칭찬해주면서도, 더 맞춰야 한다고 하신다"고 웃었다.
이어 "힘들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연습 경기 때 매 경기 40분씩 뛰었다. 컵대회에서는 조절도 해줘서 지금까지는 크게 부담은 없다"면서 "현재 역할과 출전 시간을 받는 것에 감사하고, 행복하게 뛰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재다능한 외국인 선수 디드릭 로슨과 베테랑 데이비드 사이먼, KBL 최고 슈터 전성현의 존재도 이정현에게는 큰 힘이다.
이정현은 "정말 농구를 잘한다. 로슨도, 사이먼도 내 부담을 크게 줄여주는 선수들이다. 크게 부담이 없다"면서 "성현이 형은 수비를 2명, 많게는 3명씩 끌고다닌다. 좋은 선수들과 뛰기에 수월한 플레이가 나오는 것 같다. 로슨, 사이먼은 경기 중에도 이야기를 많이 하려고 한다.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