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보다 주상숙을 살아 숨 쉬는 인물로 그려내고, '진실의 주둥이'로 관객들을 한껏 웃겼던 배우 라미란에게 사실 '코미디'란 쉽지 않은 장르다. 스스로도 코미디와는 거리나 먼 사람이라고 한 라미란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가진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부어 '주상숙'을 완성했다. 그것이 자신의 일이자 관객들에게 행복을 안길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웃음이 가장 큰 힘이라고 생각한다"는 마음으로 다시 한번 주상숙으로 돌아왔다. 그런 라미란에게 배우로서의 '진심'을 들어봤다.
라미란의 에너지가 모여 만들어진 '주상숙'이란 웃음
▷ '정직한 후보' 시리즈에서 보이는 라미란은 거의 타고난 코미디 연기의 달인 같다.
잘 짜인 각본이 있으면 가능하다. 굳이 뭔가를 하려고 애쓰지 않고 상황에 충실하기만 해도 보는 사람이 재미를 찾을 수 있는 게 희극이다.
▷ 많은 배우가 일상적인 톤의 연기보다 오히려 코미디 연기가 더 어렵다고 하는데, 다른 작품보다 코미디 연기를 할 때 에너지가 더 많이 소모되나?
거의 쓰러진다. 또 한편으로는 대부분 재밌는 장면이라 열심히 하면서도 웃음이 터질 때가 있다. 그런데 웃는다는 것 자체가 엔도르핀이 돌고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 '정직한 후보' 속 주상숙이 워낙 많은 사람에게 웃음을 안겼다 보니 주상숙이라는 이미지가 강렬하게 남아 있다. 혹시나 하나의 이미지로 굳어질까 봐 우려스러운 적은 없었나?
보시는 분들은 가장 기억에 남고 각인되는 모습을 기억하니까 코미디를 잘하는 사람처럼 됐지만 사실 난 코미디하고 거리가 멀다. 힘들다. 평소에는 목소리 톤도 낮고 조곤조곤하게 이야기하는 스타일인데 코미디 연기를 하려면 한껏 끌어올려야 해서 사실은 조금 더 힘을 많이 필요로 한다.
배우라면 여러 가지 역할을 하고 싶어 하는데, 어떠한 이미지로 굳어지거나 한 곳에만 집중하면 보는 분들도 지루해질 수 있고, 하는 사람도 쉽게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으니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경계하고 있다.
▷ 활약이 많아질수록 라미란이란 배우에게 기대하게 되는 것도 자연스럽게 많아지는 것 같다. 그만큼 배우 라미란에 대한 만족이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러한 기대나 그로부터 올 수 있는 책임감에 대처하는 라미란만의 방법이 있는지 궁금하다.
두 번 세 번 하다 보면 소진될 수 있고, 나라는 사람의 연기 스타일 등이 분명 읽히고 지겨워질 수도 있다. 배우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다음엔 어떤 이야기를 할까에 대한 기대감이면 더 좋을 것 같다. 또 다른 모습으로 인사드릴 테니 그런 기대를 해주시면 좋겠다.
'제2의 라미란'이 아니라 '제1의 자신'이 되길 바라는 마음
▷ 라미란의 욕심통을 채우고 있는 배우로서의 욕심이 있다면 무엇일지 궁금하다.
칭찬? 가끔 그런 게 있다. 정말 힘들었는데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오랜만에 웃었다' '행복했다' '한참 울었다' 이런 이야기를 가끔 들으면, 내가 이 정도의 힘이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니까 자존감도 올라간다. 그런 이야기 들을 때 가장 좋다. 그런데 안 좋은 이야기를 봤을 때도 그 사람이 그렇게 느낀 거니까, 그런 감정을 줄 수 있는 것도 좋은 거 아닌가. 다양한 감정을 볼 수 있는 게 좋다.
▷ 자신의 연기가 누군가에게는 행복이 되는데, 그렇다면 배우로서는 어떨 때 행복한가?
연기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 그중에서도 같이 하는 사람과 합이 딱딱 맞아서 오는 카타르시스가 있다. 무대에서 연기할 때는 그런 피드백이나 관객들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느끼지만, 영화나 드라마는 찍어놓은 다음 피드백이 오는 거라 그 안에서의 느낌이 있다. 정말 짜릿하게 오는 쾌감이 있는데, 그럴 때 제일 행복하다. 그러면 끝나고 맥주 한잔하고 싶어진다.(웃음)
▷ 그렇다면 '인간 라미란'으로서는 언제 행복한가?
인간으로서 행복할 때는 배우로서 행복감을 느끼는 나를 발견할 때? 일을 하는 사람이고 일에서 성취감을 느꼈다면 그게 인간 라미란에게도 행복이 되니까. 하다못해 뭔가 입에 맞는 걸 먹었을 때도 행복하고, 안 봤던 영화가 공짜로 올라온 영화가 있으면 행복하고, 내일 쉬는 날이니까 오늘은 밤새 영화를 볼 수 있다고 하면 그럴 때도 행복하다.
▷ 많은 여성 후배가 '라미란을 보며 연기한다' '제2의 라미란'이 되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그런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무엇인가?
"왜 제2의 라미란이 되냐, 제1의 네가 되어야지." 포기하고 싶을 때는 생각해도 괜찮을 거 같다. "저 사람도 있는데 나도 할 수 있어"라는 용기가 필요할 때 말이다. 우리가 가진 재능은 다 다른 만큼 본인만이 할 수 있는 걸 하는 게 가장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운이 좋았던 거고 '이렇게 되어야지' 생각하고 하면 너무 힘들 거 같다.
만약 그게 안 되거나 미치지 못했을 때 오는 힘듦이 더 큰 것 같다. 자기의 길을 걸어가고, 거기에 만족하는 마인드를 갖는 게 중요하다. '내가 왜 저기까지 못 갔지?'라며 자기를 채찍질하거나 힘들게 하면 그건 더 슬픈 일이다. 만족하고 행복함을 느낄 수 있는 마음이 정말 중요한 거 같다.
▷ 마지막으로 예비 관객들을 위해 '정직한 후보 2'를 보다 더 제대로, 재밌게 관람할 수 있는 라미란만의 방법을 알려준다면 무엇이 있을까?
'정직한 후보 1'을 보면 더 재밌을 거 같다. '정직한 후보 2'에 대한 이해도가 더 높아져서 좀 더 편하게 볼 수 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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