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가짜농부 극성에 농지가격 급등…"특단 조치 필요"

최근 5년간 가짜농부 사들인 땅 여의도 면적 5배 넘어

제주 농지. 고상현 기자

제주에서 부동산 시세 차익을 노려 농지를 사들인 '가짜농부'가 기승을 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제주 농지가격이 크게 올라 실제 농민들이 농지를 매입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3일 제주도에 따르면 농사짓는 사람만이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는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을 어긴 '가짜농부'가 산 제주 땅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1621만㎡으로 조사됐다. 
 
이는 서울 여의도 면적(290만㎡)의 5배가 넘는 막대한 규모다. 행정시별로 보면 제주시가 846만㎡, 서귀포시 775만㎡로 집계됐다. 이들 농지에 대해서는 모두 처분 의무가 부과됐다. 
 
실제로 대구시에 거주하는 A(62‧여)씨 등 5명이 지난 2018년 4월과 7월 사이 서귀포시 표선면 하천리 농지 1110㎡를 사들이면서 허위로 농지 취득자격증명서를 발급받았다가 적발됐다. 
 
이들은 대구시에서 미용실을 운영하거나 직장에 다니고 있어 제주에서 농사를 지을 형편이 되지 않는데도 농사를 짓겠다며 농지를 매입했다. 이 과정에서 기획부동산업체가 가담했다. 
 
펜션을 지으려고 농지를 사들였다가 농지법 위반죄로 징역형을 받는 사례도 있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B(57‧여)씨 등 3명은 지난 2017년 6월 도내 한 농지를 공동으로 매입해 허위로 농지 취득자격증명서를 발급받았다가 각각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받았다.
 
이들은 주말 체험농장을 하겠다고 속였으나 실제로는 펜션을 신축하려다 적발됐다.
 
이처럼 농사짓는 사람만이 소유할 수 있는 농지가 부동산 투기와 각종 개발사업의 표적이 되면서 농지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농지 구매는커녕 임대료도 낼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이날 신정훈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전남 나주시 화순군)이 한국농어촌공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제주지역 ㎡당 농지 실거래가격은 평균 18만846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실거래가 기준 전국 평균 농지가격(7만4689원) 보다 2.4배 높은 수치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 김윤천 의장은 "농지 가격이 급등해서 제주 농민이 농지를 구입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가짜농부들이 땅을 갖고 있어서 임대도 안 준다"고 토로했다.
 
"가짜농부들이 농업계획서를 제출한 뒤 농지를 구입한다. 임대를 주게 되면 농사를 짓지 않는 거로 된다. 정부 혜택을 못 받기 때문에 임대를 안 주려는 것"이라고 김 의장은 지적했다.
 
김 의장은 "농민 단체에서 가짜농부를 색출하고 있지만 정보 접근에 한계가 있다. 제주 고유 농업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도록 제주도에서 특단의 조치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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