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서면 조사를 통보한 것을 두고 여야가 열띤 공방전을 벌였다. 문 전 대통령은 "대단히 무례한 짓"이라고 감사원을 비판했고, 국민의힘은 문 전 대통령에게 "유족들의 절규에 답할 의무가 있다"며 맞섰다.
이재명 "정치는 국민·역사 두려워해야"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3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지난달 30일 문 전 대통령께 감사원 서면 조사 관련 보고를 드렸다"면서 이에 문 전 대통령이 "대단히 무례한 짓"이라고 언급하며 불쾌감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감사원은 경남 양산에 있는 평산마을 비서실로 전화해 서면 조사를 요청했고, 비서실은 질문서 수령을 거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이후 감사원은 다시 비서실로 동일한 내용의 서면 조사를 요청하는 이메일을 발송했고, 비서실은 지난달 30일 이를 반송했다.
윤 의원은 "당초 감사원의 권한이 아닌 것을 하자고 하는 것이라 당연히 거절하는 것이 맞고, 만날 필요도 없고 메일에 회신하는 것도 적절치 않아 한 것"이라며 "반송은 수령 거부의 뜻"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개천절 경축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관련 질문에 "국민이 맡긴 권력으로 민생을 챙기는 게 아니라 야당을 탄압하고, 전 정부에 정치 보복을 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정치는 국민과 역사를 두려워해야 한다"고 윤석열 정부를 비판했다.
친문(親문재인) 전해철 의원도 자신의 SNS를 통해 "감사원을 앞세운 보복 정치, 먼지털이 감사에 집중한다면 더 큰 국민적 비판에 직면할 것이며, 국정 운영에도 더 큰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며 "감사원도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키며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윤석열 정권 정치탄압 대책위원회'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가 노리는 것은 결국 문재인 전 대통령이었다"며 감사원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하기로 했다.
與 "국민 죽음 두고 정쟁 안돼"…감사원도 입장 표명
국민의힘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서해 공무원 관련 정보를 대통령에게 보고한 뒤 6시간 동안 우리 국민을 살리려는 어떤 노력도 하지 않은 문제와, 월북으로 규정한 과정 등의 책임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의 역할에 대해 국민들께 사실 관계를 답하는 것은 의무이자, 도리"라며 문 전 대통령을 압박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을 향해서도 "민주당의 눈에는 정녕 북한에 사살 당해 불태워진 우리 국민의 죽음과 유족의 피눈물이 보이지 않습니까"라며 "아무리 민주당의 정치가 정략적으로 비정하더라도 최소한 우리 국민의 죽음을 두고 정쟁을 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장동혁 원내대변인도 국회 브리핑에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해 "국가는 우리 국민을 지키지 못했고, 정부는 고인을 월북자로 몰아 고인과 유족들의 명예를 땅에 떨어뜨렸다"면서 "책임 있는 전직 대통령으로서 이에 대해 답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감사원을 규탄하고, 국정감사에서 적절성을 따지겠다고 벼르고 있다"면서 "'도둑이 몽둥이 들고 설친다'는 말은 바로 이럴 때 쓰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장 원내대변인은 브리핑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문 전 대통령의 '대단히 무례한 짓'이라는 반응과 관련해 "유족들의 절절한 아픔과 고통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서 전직 대통령으로서 죄송하고 미안한 마음이 있다면 그와 같은 표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런 말이 유족들의 마음에 피멍들게 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감사원은 이날 보도참고자료에서 "감사 수행 과정에서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전직 대통령에게 감사원장 명의의 질문서를 발부한다"며 1993년 노태우, 1998년 김영삼 등 전직 대통령들에게 감사원장 명의의 질문서를 보낸 과거 사례들을 공개하며 방어 태세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