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이 프로듀서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본격적인 콘서트 및 활동 재개를 위한 SM 아티스트 라인업이 완벽히 준비된 점 △음반·음원 매출 급상승 △25년간 구축한 프로듀싱 시스템이 잘 운영돼 훌륭한 후배 프로듀서들이 큰 어려움 없이 SM을 잘 꾸려나갈 것이라는 확신 △물러나라는 소액주주들의 의견 수용 등을 근거로 들었다.
SM엔터테인먼트는 "SM의 근간인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는 지속적인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싱으로 매출과 이익을 창출해 회사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을 제공했고, 수년간의 준비와 투자가 필수 요소인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시장을 앞서나갈 수 있도록 미래 음악 산업과 기술의 융합 등 끊임없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 SM이 업계 리딩 기업의 역할을 지속할 수 있었다"라고 이 프로듀서의 노고를 치하하며 오히려 회사 쪽에서 "데뷔팀들과 앞으로 데뷔할 팀들의 철저한 준비가 절실한 상황인 만큼, 해당 그룹이 정상 궤도에 오를 때까지만이라도 함께 해주기를 지속적으로 요청해 왔다"라고 밝혔다.
또한 이 프로듀서가 수년 전부터 프로듀싱 계약의 조기 종료 요청을 해 왔다는 점을 언급하며 "향후 사업 방향 등 이해관계자들과 충분히 논의를 거쳐 추후 입장을 발표할 계획이며, 앞으로도 K팝 문화와 산업을 리딩하는 기업으로서 지속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설명했다.
SM엔터테인먼트의 설립자이자 최대 주주이고, 총괄 프로듀서로 활동 이 프로듀서는 그동안 H.O.T., S.E.S., 신화, 플라이투더스카이, 보아, 동방신기, 천상지희,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샤이니, f(x), 엑소, 레드벨벳, NCT, 슈퍼엠, 에스파를 기획·제작했고, 이들은 K팝을 대표하는 아이돌로 자리매김했다.
미국 대중문화 전문 매체 '버라이어티'는 전 세계 미디어 산업을 이끄는 영향력 있는 비즈니스 리더 500인을 2017년부터 발표했다. 이 프로듀서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 연속 이름을 올린 유일한 한국인이었으며, '버라이어티'는 그를 "수많은 아티스트를 배출한 K팝 레이블 SM엔터테인먼트의 설립자이자 전 세계 음악 사업에 중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인물"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SM엔터테인먼트는 가능성과 재능이 있는 이들을 체계적인 트레이닝 아래 데뷔시키는 방식을 본격적으로 도입했으며, 소속 가수들의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장려해 중국과 대만 내 '한류'를 일으켰고, '무한 확장'과 '무한 개방'을 지향하는 독특한 시스템의 팀(NCT)을 시장에 내놓는가 하면, 매주 특정 요일에 음원을 발표하는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세계관'이라는 개념을 제시하고 발전시켜 그룹(엑소·에스파 등)의 핵심 정체성으로 삼는 등 새로운 시도를 거듭해왔다. 이때 비전을 제시하고 강력하게 추진한 인물 역시 이 프로듀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프로듀서 아래의 SM엔터테인먼트는 다양한 부정적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SM엔터테인먼트의 소액주주인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지분 1.1%)은 올해 3월 내놓은 보고서에서 '경영관리 측면의 부족함'과 '자본시장의 신뢰도 저하'를 SM엔터테인먼트 저평가 주요 이유로 들었다.
실제로 국내 음반시장 경쟁 제한 행위로 인한 과징금 3억 원 부과(2008), 계약 맺은 연예인 및 연습생 대상 불공정 계약에 관해 경고 조치 및 시정명령 부과(2010), 해외 자회사 발생 매출 납부세액 공제 한도 차이로 인한 법인세 102억 원 부과(2014), 광고대행사 전시기획 공사 관련 불공정 하도급 거래 시정명령 부과(2020) 등 여러 경영 이슈로 몸살을 앓았다.
특히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가장 반발하며 문제 삼은 부분은 이 프로듀서의 개인 회사 라이크기획과의 프로듀싱 계약으로 인한 비용이었다. 2000년부터 2021년 3분기까지 22년 동안 이 프로듀서는 약 1427억 원의 인세를 받았다. 올해 상반기 SM엔터테인먼트가 이 프로듀서에게 지급한 인세는 114억 원으로, 상반기 영업이익 386억 원의 29.53%에 이른다.
이에 관해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유능한 프로듀서가 창작에 대한 적절한 대가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해당 거래가 "이사회를 장악한 최대주주와의 특수관계자 거래이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방식 외에 대안은 없었는지, 거래 조건은 적정한지에 대해 소액주주 입장에서 투명한 검증이 필요한데, 지금까지 그런 과정이 없었다"라고 주장했다.
한화투자증권은 16일 낸 리포트 '이토록 기다렸던 대답'을 통해 "2022년부로 라이크기획 인세 지급 계약 종료 시, 기존 2023년 영업이익 추정치에 더해질 수 있는 이익은 297억 원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검토를 거쳐 계약 종료 확정 시 2023년 영업이익 추정치는 1423억 원까지 상향 가능하다"라고 바라봤다.
신한금융투자는 SM엔터테인먼트가 △본업 외 기타 사업의 대규모 적자 축소 △2000년 코스닥 상장 이래 처음으로 2021년 배당(DPS 200원, 배당성향 3.5%) 시행에 이어 라이크기획 비용 지급도 사실상 마무리를 알려 "길고 길었던 ESG 개선의 마지막 단추가 드디어 끼워진 셈"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SM의 유일한 밸류에이션 디스카운트 요인인 거버넌스 이슈가 사라"지기에 "할인율 축소를 통한 주가 상승"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경영 및 기타 기업 내부 사정으로는 여러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좋은 카드"라면서도 "다만 오늘날 SM을 만들고 또 유지하고 있는데 프로듀서로의 이수만 공이 크기에, 이후 음악 방향에서 어떤 변화가 생길지 궁금하고, 물러난다고 해도 당분간은 프로듀서로의 이수만이 남긴 지향을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미묘 대중음악평론가는 "(SM이) 시스템 구축에 관심이 워낙 높은 회사여서 크리에이티브한 측면에서 시스템이 잘 굴러갈 거라고 본다. 이성수 대표나 과거 민희진 비주얼 총괄 디렉터가 두각을 드러낸 것도 인재가 들어와 시스템 내에서 성장하고 여러 작업을 시도할 여건이 어느 정도 된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SM의 큰 힘 중 하나는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이를 설득해내는 데 있다고 보는데, 이는 시스템보다는 선지자적 비전을 가진 사람이 시스템의 힘과 자본력을 바탕으로 밀어붙이는 영역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 부분이 이 프로듀서 없이 어떻게 되어갈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