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해임안 와도 尹대통령 거부 할 듯…정치적 부담 어떻게?

박진 외교부 장관. 윤창원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 건의안을 통과시키면서 공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이미 사실상 해임 건의안을 거부한다는 메시지를 내놓은 상황이어서, 여야 정국은 더 얼어붙을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29일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를 열고 박 장관 해임건의안을 통과시켰다. 재석 의원 170명 중 찬성 168명, 반대 1명, 기권 1명으로 가결됐다.

통과된 해임건의안에는 박 장관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미국·캐나다 순방 외교가 아무런 성과도 없이 국격 손상과 국익 훼손이라는 전대미문의 외교적 참사로 끝난 데 대하여 주무 장관으로서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

연합뉴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은 국회에서 넘어온 해임건의안 수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현행법상 윤 대통령은 국회의 표결대로 해임할 의무가 없어 해임건의안을 거부할 수 있는데, 윤 대통령은 이미 해임 건의안을 거부하겠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밝힌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이뤄진 약식 회견에서 "박 장관은 탁월한 능력을 가진 분"이라고 평가하며 "건강이 걱정될 정도로 국익을 위해서 전세계로 동분서주하는 분"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야당이 추진한 해임건의안 관련 "어떤 것이 옳고 그른지 국민들께서 자명하게 아시리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란 전망은 예상된 일이었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박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밀어붙인 이유는 정치적 부담을 떠넘기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나토 순방 당시 민간인 동행 논란이나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 홀대 논란, 그리고 최근 한일회담 당시 '저자세 외교' 논란이나 이른바 '비속어' 발언 논란 등을 다시 한 번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역대 해임건의안이 가결된 장관 6명 중 5명이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대통령과 국정운영에 부담을 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임철호 농림부 장관(1955년), 권오병 문교부 장관(1969년), 오치성 내무부 장관(1971년), 임동원 통일부 장관(2001년),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2003년)은 국회에서 해임건의안이 가결되자 자진사퇴했다.

반대로 박근혜 정부 당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해임건의안이 통과됐지만 계속해서 자리를 지켰다. 다만, 당시에는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는 등 초대형 이슈가 생기면서 김 장관 해임건의안 자체가 크게 주목받지 못하면서 유야무야된 측면이 있다.

대통령실은 일단 민주당이 노리는 정치 공세의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박 장관 해임건의안이 국회 통과되기 전 브리핑에서 관련 입장을 묻는 질문에 "해임 건의안까지 갈 사안이 아니라고 본다"며 "그 어느 때보다 미국과 협력이 절실한 때 총칼 없는 외교전쟁의 선두에 있는 장수의 목을 치는 건 시기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외교참사라고 하는데, 외교참사라면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여기 오겠나"라고 반문하며 "영국의 외교장관도 여기까지 오셨다. 당사자국과는 조문이 잘 되는 걸로 하는데 유독 우리 스스로가 폄하하는 것은 좋지 않은 것 같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무위원(외교부장관 박진) 해임건의안 투표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대통령실은 이번 해임 건의가 부당한 정치공세라고 보고, 애초 수용 여부를 고심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헌법으로 보장된 국회의 국무위원 해임 건의는 대통령에게 구속력을 갖지 않는다. 법률상 거부권 행사의 절차가 규정돼 있지도 않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과연 해임을 건의할 정도의 실수와 무능이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국민들도 야당의 무리한 정치 공세라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해임안 가결은 객관적으로 봤을 때 무게감 있는 사안이긴 하나 여론이 지지하고 문제의 심각성이 있을 경우인데 과연 그런 이 사안인가 싶다"며 "한 마디로, '거야(巨野)의 무력시위'"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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