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근처에서 한미일 대잠훈련? "안보상 필요" vs "절대 안돼"

지난 26일 오전 미 해군의 니미츠급 원자력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CVN-76)이 한미연합 해상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부산작전기지에서 출항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해상자위대가 동해에서 5년만에 한미 해군과 함께 북한 잠수함에 대응하는 훈련을 벌인다. 이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강조해 왔던 '한미일 안보협력' 확대의 신호탄으로 해석되고 있다.

해군은 "9월 30일 동해 공해상에서 미·일 전력과 함께 대잠전 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29일 밝혔다. 3국은 2017년 4월 제주도 남쪽 한일 중간수역 공해상에서 같은 내용의 훈련을 한 적이 있지만, 문재인 정부가 취임하고 나선 하지 않았다.

이번 훈련이 그대로 진행된다면 약 5년 5개월만이다. 그러나 그 사이 한일관계가 극도로 악화됐고, 악화된 이유 가운데는 2018년 초계기 사건처럼 군사 관련 사안도 있다는 점, 장소가 독도 근처라는 점에서 훈련 자체가 적절한지 의문이 제기된다.

온갖 잠수함 침투하는 동해…"점증하는 북한 잠수함 위협 대응"

북한이 지난해 고래급 잠수함(이른바 '8.24 영웅함')에서 SLBM을 시험발사하는 모습. 연합뉴스

서해와 동해의 바다 환경은 크게 다르다. 서해는 수심이 얕아 잠수함이 활동하기 상당히 까다로운 반면, 동해는 평균 수심이 1500m에 달할 만큼 깊은 곳이 많아 잠수함이 작전을 펼치기 매우 좋다. 우리 해군의 잠수함 작전 또한 동해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를 바꿔 이야기하면 다른 나라들은 물론 북한도 잠수함을 투입하기 좋다는 뜻이다.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시험발사하는 고래급 잠수함을 운용하는 신포조선소부터가 함경남도, 즉 동해안에 있다. 동해 대잠 경계망이 뚫릴 경우 주요 해군기지인 부산과 진해, 더 나아가 일본 대마도와 사세보 등이 표적이 될 수 있어 대잠전 훈련 자체는 군사적으로 중요하다.

때문에 한미일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됐던 직후인 2017년 4월 제주도 남쪽 한일 중간수역 공해상에서 대잠전 훈련을 처음으로 진행했다. 2016년 8월 북한이 고래급 잠수함에서 북극성-1형 SLBM 발사에 성공한 일이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 하지만 바로 다음 달에 문재인 정부가 취임하면서 훈련은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았다.

한미 해군 함정들이 동해에서 연합훈련을 하고 있다. 해군 제공

해군은 이번 훈련의 배경에 대해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SLBM의 능력 고도화 등 점증하는 북한 잠수함 위협에 대한 대응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훈련은 항공모함이 참여하지 않았던 2017년 훈련보다 규모가 커졌다. 우리 해군은 충무공 이순신급 구축함 문무대왕함을 투입하고, 미 해군에선 니미츠급 원자력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 타이콘데로가급 미사일 순양함 챈슬러스빌함, 알레이버크급 이지스 구축함 배리함이 참여한다. 일본 해상자위대는 아사히급 호위함(자위대가 '구축함'을 부르는 명칭) 아사히함이 참가한다.

이번 한미일 연합 대잠전 훈련에 참가하는 미 해군의 로스앤젤레스급 원자력 추진 잠수함 아나폴리스함. 미 태평양함대사령부 제공

훈련의 가상 표적, 즉 북한 잠수함 역할을 맡는 함은 미 해군의 로스앤젤레스급 원자력 추진 공격 잠수함 아나폴리스함으로 알려졌다. 이 함은 26일부터 29일까지 열린 한미연합 해상훈련에 참가한 뒤 곧바로 한미일 연합훈련에도 참가한다.

아산정책연구원 양욱 부연구위원은 "한반도 유사시에 유엔사 후방기지 역할을 하는 일본과의 해상교통로를 확보하려면 대잠전 역량이 매우 중요한데, 이는 수비적 성격으로 인해 많은 함정을 필요로 한다"며 "현재 우리 해군 함정만으론 전시 해상교통로를 모두 지키는 데 한계가 있어 동맹은 물론 협력국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본 해상자위대가 세계적 수준으로 자랑하는 역량 중 하나가 바로 대잠전 역량으로, 우리 안보를 위해 필요하다면 일본을 최대한 활용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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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2017년과 지금의 한일관계 상황은 많이 다르다. 2018년 10월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과 함께 그해 말 초계기 사건, 이듬해 일본의 수출규제에 이어진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통보로 한일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 가운데 지금까지 해결된 사안은 하나도 없다.

국방부가 공개한 한일 레이더 갈등과 관련한 동영상에 일본 초계기(노란색 원)의 모습이 담겼다. 국방부 영상 캡처

더군다나 이번 훈련이 진행되는 곳이 동해, 그리고 독도와 가까운 곳이라는 점에서 더 논란이 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지난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번 훈련 장소가 한국작전전구(KTO) 바깥이긴 하지만, 독도에서 동쪽으로 150여km 떨어진 곳이라고 공개했다.

물론 국방부는 대잠전 훈련을 제외하면 한미일간 군사훈련은 2년마다 하는 환태평양훈련(RIMPAC)과 함께, 또는 따로 열리는 미사일 경보·탐지·추적·요격훈련 정도로 제한해 왔다. 한일간엔 인도적 목적에서 열리는 해상 수색 및 구조훈련(SAREX)도 한 적이 있지만, 훈련이든 실전이든 한국작전전구(KTO) 안에 일본 자위대가 들어오는 일에 대해선 명확히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이번 대잠전 훈련을 계기로 한미일의 연합군사훈련이 더욱 확대될 수 있고, 그러면 자위대가 북한 견제를 빌미로 동북아시아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이거나 유사시 한반도 문제에 개입하려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상존하고 있다.

앞서 지난 7월 열린 한미 국방장관회담에 대해, 국방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미는 북한의 핵 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일 안보 협력 중요성에 공감했다"며 "SAREX라든가, 재난재해 인명구조,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은 포괄적 안보 분야에 속하므로 당연히 전폭적으로 참여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같은 자리에서 "군사훈련 등 연합훈련을 확대하는 부분에서만큼은, 우리의 국민적 정서 등을 고려해 단계적인 신중한 검토를 통해 추진해 나간다는 입장을 밝혔다"고도 덧붙였다.

지난 23일 오전 미 해군의 니미츠급 원자력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CVN-76)이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하고 있다. 레이건함을 포함한 미 항모강습단은 한미 양국 해군 간 우호협력 강화와 연합 해상훈련 참가를 위해 입항했다. 배수량 10만톤급의 레이건함은 2003년 취역해 슈퍼호넷(F/A-18E/F) 전투기, 호크아이 공중조기경보통제기(E-2D)를 비롯한 각종 항공기 수십대대를 탑재하고 다녀 '떠다니는 군사기지'로 불린다. 연합뉴스

국방부 문홍식 부대변인(대변인 직무대리)은 지난 26일 정례브리핑에서 '당시에 국방부가 밝힌 입장과 지금의 입장이 차이가 없느냐'는 질문을 받고 "거기에 더해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의 고도화, 위협의 고조가 계속 지속되고 있는 상황까지 같이 감안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국민 정서도 잘 고려한다고 생각해도 되느냐'는 질문엔 "한미일 안보협력 가운데 군사훈련 차원에서 미사일 경보훈련과 함께 미사일 탐지·추적 훈련도 같이 했었고, 그런 연장선상에서 같이 이해해 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번 훈련의 성격과 장소가 갖는 민감성에도 불구하고 사전에 해당 내용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고려해볼 때 군이 정말로 '국민적 정서'를 '신중히 고려했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손원일함 인수함장, 95잠수함전대장 등을 지냈던 최일 잠수함연구소장(퇴역 해군대령)은 "일본과는 인도적 (수색구조 등) 훈련을 하는 정도로 제한해야 한다"며 "자위대가 군대가 되려는 명분을 찾고 있는 마당에 우리가 판을 깔아 줘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2010년대 이후 우경화와 함께 '집단적 자위권' 등을 강조하고 있는 일본 자위대가 군대와 엄격히 구분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림팩에선 한미일이 대잠전 훈련을 함께하지 않으며, 미사일 경보나 대잠 경보 훈련도 방어적인 훈련이기에 자위대라는 개념에 맞다"면서도 "서로 표적이 되어 준다거나, 가상 대잠공격을 한다거나 하는 훈련은 안 된다. 2017년에 했던 훈련도 해서는 안 되는 훈련이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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