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내외를 오르내리는 고물가 행진 속에 넉 달 연속 실질임금이 감소하면서 올해 1~7월 실질임금 누적 증가율이 0%대로 곤두박질쳤다.
고용노동부가 29일 발표한 '2022년 8월 사업체노동력조사'를 살펴보면 상용근로자 1인 이상 사업체에서 올해 1~7월 노동자 1인당 월평균 임금총액은 385만 7천 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5%(+20만 1천 원)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물가를 반영해 계산한 월평균 실질임금은 361만 2천원으로, 전년동기359만 원보다 0.6%(+2만 2천 원) 증가에 그쳤다.
특히 이러한 실질임금 하락조짐은 4월부터 심각해졌다. 실질임금 인상률은 4월 -2.0%, 5월 -0.3%, 6월 -1.1%에 이어 7월에는 -2.2%를 기록해 4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실질임금 인상률이 4개월 연속 감소한 일은 사업체노동력조사에서 상용근로자 1인 이상 모든 사업체를 대상으로 조사 대상을 확대한 2011년 이후 처음이다.
비록 2020년 1~7월에도 실질임금 증가율이 0.2% 증가에 그쳤지만, 당시에는 최저임금이 역대 4번째로 낮았던 2.87%만 올랐기 때문에 0.7% 인상에 그쳤던 명목임금 인상률을 반영했을 뿐이었다.
반면 올해는 지난 26일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가 "앞으로 소비자물가가 상당 기간 5~6%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한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실질임금 하락세가 더 심해질 가능성도 높아보인다.
이 가운데 상용근로자 임금총액은 415만 3천 원으로 4.3%(+16만 9천 원), 임시일용근로자는 175만 9천 원으로 2.7%(+4만 6천 원) 각각 증가했다.
상용 300인 미만 사업체의 노동자 임금총액은 348만 5천 원으로 4.0%(+13만 5천 원), 300인 이상은 610만 8천 원으로 3.6%(+21만 2천 원)씩 늘었다.
전체 노동자 1인당 노동시간은 161.7시간으로 6.6시간(-3.9%) 감소했는데, 이는 월력상 근로일수가 전년대비 1일 감소(22일→21일)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사업체 종사자 수는 지난해 12월부터는 9개월 연속 40만 명 이상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종사상 지위로 나눠보면 상용근로자는 28만 명(+1.8%), 임시일용근로자는 20만 9천 명(+10.7%)씩 증가한 반면, 기타종사자는 1만 9천 명(-1.7%) 감소했다.
또 상용 300인 미만 사업체의 종사자는 1623만 8천 명으로 41만 명(+2.6%) 늘었고, 300인 이상 사업체 종사자는 308만 4천명으로 6만명(+2.0%) 증가했다.
특히 제조업은 5만 7천 명 증가해 최근 16개월 간 이어가고 있는 증가세 행진 중 가장 증가폭이 컸다. 제조업 안에서도 전자부품, 컴퓨터, 영상, 음향 및 통신장비 제조업(+2만 명), 기타 기계 및 장비 제조업(+1만 명), 금속 가공제품 제조업(+7천 명)에서 종사자 수가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반면 금융 및 보험업(-5천 명, -0.7%), 공공행정,국방 및 사회보장 행정(-2천 명, -0.2%)에서는 종사자 수가 감소했다.
특히 고임금 업종인 금융 및 보험업,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 정보통신업 등이 집중된 서울시와 자동차‧선박 제조 등 대규모 제조업체와 협력업체가 밀집된 울산시를 제외한 모든 지역이 전국 평균(407만 원)보다 낮아서 특정 지역의 쏠림 상황이 심각했다.
전년동월대비 임금상승률은 충청북도(+4.8%), 울산시(+4.7%), 제주시(+4.7%) 순으로 높고, 충남(-1.0%), 전남(+1.6%), 경북(+1.8%) 순으로 낮았다.
실질임금으로 따져봐도 서울(430만 8천 원), 울산(424만 6천 원)만이 전국 평균(380만 9천 원)보다 높았다. 실질임금 상승률은 대전시(+0.1%), 울산시(-0.1%), 충북·전북(-0.5%) 순으로 높고, 충남(-6.3%), 전남(-3.7%), 경북(-3.7%) 순으로 낮았다.
노동시간은 경남(174.6시간), 충남(173.0시간), 충북(172.4시간) 순으로 길고, 대전(164.0시간), 서울(166.1시간), 광주(166.1시간) 순으로 짧았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경남, 충남 등은 비교적 노동시간이 긴 제조업 비중이 높고, 대전과 서울, 광주 등은 노동시간이 짧은 서비스업 비중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년과 비교하면 울산(-9.4시간), 대전(-9.2시간), 전북(-9.1시간)에서 노동시간이 많이 감소했고, 제주(-4.8시간), 경남(-5.8시간), 부산·강원(-6.7시간)에서 적게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