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박진 해임건의안 오늘 강행처리 '이제 대통령의 시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순방 과정에서 터진 '비속어 논란' 등을 외교참사로 규정하고, 그 책임을 물어 박진 외교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할 예정이다.

다수당인 민주당 단독으로 해임건의안 처리가 가능한 가운데, 여권에서는 이를 야당의 '국정 발목잡기'로 규정하고 있어 윤 대통령이 법적 구속력도 없는 해임건의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해임건의안 가결 가능성↑ 尹대통령 수용 가능성↓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원내정책수석부대표(가운데)와 이수진(왼쪽)·오영환 원내대변인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친 뒤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의안과에 제출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민주당은 지난 27일, 바로 전날 공언한 박 장관 해임건의안을 당론으로 추인했다. 이후 민주당 단독으로 발의된 해임건의안에는 "박 장관은 윤 대통령의 영국·미국·캐나다 순방외교가 아무런 성과도 없이 국격 손상과 국익 훼손이라는 전대미문의 외교적 참사로 끝난 데 대해 주무장관으로서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적시돼 있다.

해임건의안은 국회 본회의에 자동 보고됐고, 보고된 뒤 24~72시간 이내에 표결에 부쳐지기 때문에 29일 표결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해임건의안 의결 정족수는 국회 재적인원(300명)의 절반(150명)이다. 민주당 의석수가 169석에 이른다는 점에서 가결이 유력한 상황이다.

현실적으로 해임건의안 강행처리를 막을 방법이 없는 국민의힘은 김진표 국회의장을 압박하고 나섰다. 28일 김 의장을 항의 방문한 주호영 원내대표는 "의사일정 협의가 안된 상태에서 (본회의) 상정은 안된다는 말씀을 드렸다"며 "민주당에 자제를 촉구하고 의사 일정이 협의 되지 않으면 내일(29일) 심의를 하지 말아 달라고 강하게 요청했다"고 밝혔다.


다만, 민주당 출신인 김 의장이 해임건의안 상정을 늦추거나, 상정을 거부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따라서 이날 해임건의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으면 공은 윤 대통령에게 넘어가게 된다.

현 상황에서 민주당이 강행처리할 해임건의안을 윤 대통령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 대통령실은 민주당이 주장하는 '외교 참사'에 대해 "순방외교의 현장에서 윤 대통령이 우리의 최우방 동맹국(미국)을 폄훼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고 기정사실화되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재명 부대변인)이라며 맞대응 기조를 정했다.

이에 여권 일각에서도 제기되는 대통령의 사과나 유감 표명은 뒤로한 채, 순방 과정에서의 비속어 논란을 민주당과 이를 최초 보도한 MBC 사이의 '정언유착'으로 규정하고 강경대응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해임건의안 수용은 검토 대상에 조차 끼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당사자인 박 장관도 27일 "야당이 당리당략으로 다수의 힘에 의존해서 국익의 마지노선인 외교마저 정쟁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에 대해 참으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며 "흔들림 없이 맡은 바 소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국정운영 부담될라' 해임건의 장관 6명 중 5명 사퇴 


다만, 역대 해임건의안이 가결된 장관 6명 가운데 5명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부담을 줄 수 없다'는 이유로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과거 임철호 농림부 장관(1955년), 권오병 문교부 장관(1969년), 오치성 내무부 장관(1971년), 임동원 통일부 장관(2001년),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2003년)은 해임건의안이 통과되자 자리에서 물러났다.

반면, 박근혜 정부 시절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경우 박 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해임건의안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히면서 자리를 지켰다. 그런데 김 장관의 경우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이후 바로 핵폭탄급 정치이슈인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며 해임건의안 이슈가 종적을 감춘 것이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더 큰 이유였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대화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해임건의안 상정을 막기위해 주호영 원내대표는 "국가적으로 외교부 장관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익을 지키기 위해서 전 세계 국가와 교섭과 협상을 하는데 국내에서 불신임 낙인을 찍고 나면 어떻게 대한민국은 제대로 권위있게 대처할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꿔말하면 국회로부터 불신임 통보를 받은 외교부 장관의 경우 '권위있게' 그 직책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다. 현 상황에서는 윤 대통령이 해임건의안을 수용하지 않고, 박 장관도 사퇴를 거부할 수 있지만 이는 고스란히 국정운영의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가능하다.

민주당도 바로 이점을 노리고 법적 구속력이 없는 해임건의안을 일사천리로 처리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정권 초기라 해임이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있지만, 반대로 정권 초기부터 해임건의안을 받는 것 자체로 상당한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윤 대통령을 옹호하는 국민의힘에 대한 여론도 악화될 가능성도 크다"고 전망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