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검수완박법(형사소송법·검찰청법)'의 위헌 여부를 놓고 국회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헌법재판소 심판대에 나란히 섰다.
청구인 대표인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27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법무부 장관 등과 국회간의 권한쟁의' 심판 청구 사건 공개변론 기일에 참석해 직접 변론에 나섰다.
한 장관은 검찰의 수사권이 침해됐고 국회가 정당한 입법 절차를 무시한 채 검수완박법을 통과시켰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회 측 대리인 노희범 변호사는 법무부에 권한쟁의 심판 청구 자격이 없고 수사권 역시 침해되지 않았다고 했다.
韓 "검수완박법은 잘못된 의도, 잘못된 절차, 잘못된 내용"
한 장관은 변론 시작 전부터 대언론전에 나서는 모습이었다. 한 장관은 대심판정에 들어가기 전 기자들과 만나 검수완박법이 △문재인·이재명을 지키기 위한 법 △위장탈당 등 잘못된 절차로 만들어진 법 △검찰의 기능을 훼손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법이라고 정의하며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법률이 정권 교체를 앞두고 일부 정치인들이 범죄 수사를 회피하기 위한 '잘못된 의도'로 만들어져 위헌"이라며 공세의 포문을 열었다.
이어 "대선에서 패하고 정권 교체가 다가오자 민주당 의원들은 갑자기 검찰 수사권 폐지 법안을 발의했다"며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검찰로부터의 수사권 분리를 주장하며, '반드시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상임고문을 지켜내겠다'고 공언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난 4월 당시 '검수완박 안 되면 민주당 의원 20명이 감옥에 가니 검수완박해야 한다'고 인터뷰해 파문을 일으켰던 무소속 양향자 의원의 발언도 인용했다.
부동산 투기와 보좌진 성추문 등으로 민주당을 탈당했던 양 의원은, 법사위로 보임돼 민주당 편에서 안건조정위원으로 활동하는 조건으로 복당을 약속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수완박 국면에서 돌연 '20명 감옥' 발언을 내놨고 법사위원에서 사임했다. 그 뒤 민주당 소속 민형배 의원은 탈당한 뒤 무소속으로 법사위원으로 보임됐고 '위장 탈당'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한 장관은 이같은 일련의 과정에 대해서도 "'위장탈당'이라는 대한민국 헌정 역사상 듣도 보도 못한 반헌법적 행위를 통해 안건조정 절차를 조롱하고 무력화했다"고 꼬집었다. 또 "'회기 쪼개기'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절차를 무력화했다"고도 말했다. 한 장관은 검수완박법으로 인한 검찰 권한이 훼손됐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검수완박법은 검찰의 헌법상 기능을 훼손하여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잘못된 내용'으로 만들어져 위헌"이라며 "헌법상 검사의 수사, 소추기능은 국민을 범죄로부터 철저히 보호하기 위한 헌법상의 책무"라고 했다.
한 장관은 재판관들을 향해 "'선을 넘었다, 대한민국에서 이 정도는 안된다'고 멈출 수 있는 곳은 이제 헌재뿐"이라며 위헌 결정을 내려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만약 헌법재판소가 이번 심판을 통해 '이 정도는 앞으로 해도 된다'고 허용하신다면, 앞으로 이 나라 대한민국에서 바로 이런 장면이 반복될 것"이라며 "앞으로 총선에서 승리하는 다수당은 어느 당이든 간에 토론과 설득은 외면하고 헌법재판소가 '해도 된다'고 허락하고 선언한 이 위장 탈당, 회기 쪼개기, 본회의 원안과 직접 관련없는 수정안 끼워넣기 같은 '백전백승의 만능키'를 십분 활용할 것이고, 이것이 대한민국의 입법 '뉴노멀'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 "검수완박법은 검찰 수사권 없애는 법 아냐"
국회 측은 한 장관에게 심판 청구 자격이 없다고 반격에 나섰다. 검수완박법은 검찰 수사권을 조정하는 법이라며 한 장관의 논리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헌법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는 "검수완박법은 검사의 수사권을 제한 혹은 조정하는 것"이라면서 "법무장관의 권한을 제한하는 법률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수사·기소 분리 원칙을 위해서 검사의 수사권을 일부 제한하는 규정이지, 법무부장관의 권한 제한하려는 의도도 없다"고 말했다.
또 법무부장관에게 청구 권한이 없다고도 주장했다. 법무부 측은 장관이 검찰의 사무를 관장하고, 검찰 사무에 대해 최고 감독 권한이 있기 때문에 검사의 수사권 내지 소추권 제한에 관한 법률에 관해 당사자 적격(자격)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노 변호인은 "관할 분배에 따라 검찰 사무의 일부를 관장하는 행정감독권이지, 법무부 장관에게 수사권이나 소추권이 부여되어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법무부장관에게는 이 사건과 관련성이 없다는 것이다.
검사의 수사권이 검수완박법으로 인해 훼손됐는지에 대해서도 "우리 헌법은 수사권과 소추권에 대해 누가 주체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이나 절차를 규정해두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영장 신청권자로서 검사는 신청권자로부터 헌법상 기관이라고 주장하지만, 영장주의 규정은 강제처분이나 강제수사를 함에 있어서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해서만 강제수사를 하도록 한 규정이지 검사에게 영장신청권이나 검사에게 수사권 내지 소추권을 부여하기 위한 규정이 아니다"라는 주장이다.
국회 측은 그러면서 "검사가 영장 신청권자로서 헌법기관이라고 하더라도 검수완박법은 수사권을 조정하는 것"이라며 "영장신청권이나 형사소추권을 제한하거나 권한 행사 주체를 변경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위장 탈당' 등 절차적 하자에 대해서도 "국회의원은 양심에 따라 임무를 수행한다는 원칙에 따라 의정활동은 자신의 판단에 따라 결정할 수 있고, 그것은 선거를 통해 정치적 선택을 받도록 되어있다"고 반박했다.
헌재 "수사권은 법률로서 제한되어선 안 되나"
검찰의 권한과 입법부의 권한에 대한 재판관들의 질문도 이어졌다. 김기영 재판관은 "검사의 소추 여부를 결정하거나 수사 주재자의 지위는 법률로서도 제한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인가, 어떤 합리적 이유가 있다면 입법에 의해 제한될 수 있다는 입장인가"라고 물었다.
법무부 측 강일원 변호인(전 헌법재판관)은 "수사권은 법률로 제한할 수 있다고 대리인으로서 보고 있다"면서도 "수사권 자체도 헌법이 검사에게 준 것은 아니지만 영장 신청권은 검사에게 줬기 때문에 영장 신청권을 형해화하는 것이다. 영장을 신청하려면 어느 정도 수사권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김 재판관은 국회 측 대리인에게 "국회 입법 절차에서 중대한 위헌이 확인될 경우 입법권을 제한받은 국회에게 해당 법률을 준수하라고 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노 변호인은 "국회는 운영 및 절차 의결과정에 대해서 고도의 자율성이 부과되어 있다"며 "절차적 하자를 이유로 권한쟁의심판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지금까지 헌재의 태도라고 판단한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