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테니스 간판 권순우(25·당진시청)가 선수 생활 중 처음으로 국내에서 열리는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를 앞두고 자신만만한 출사표를 던졌다. 첫 한국 대회 출전인 만큼 4강까지 진출하겠다는 의지다.
권순우는 2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유진투자증권 코리아오픈(총상금 123만7570 달러)' 공식 기자회견에서 "목표는 크게 우승으로 잡았지만 부상을 당하지 않고 후회 없는 경기를 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이어 "주말까지는 살아남고 싶다"면서 "단식과 복식 둘 다 살아남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회는 오는 10월 2일(일)까지 열리는데 주말인 10월 1, 2일은 4강전과 결승전이 열린다. 권순우의 목표는 최소 4강 진출인 셈이다.
그만큼 각별한 대회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ATP 투어 대회가 열린 것은 1996년 KAL컵 이후 무려 26년 만이다. 1997년생인 권순우에게는 생애 처음으로 국내에서 개최되는 ATP 투어다. 이에 대해 권순우는 "한국 투어 대회에서 뛸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기쁘다:면서 "26년 만인 데다 서울에서 하는 대회기도 하고 열심히 준비해서 더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쉽지 않은 목표다. 올해 ATP 투어 대회에서 권순우는 2회전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ATP 투어 아스타나오픈 우승과 메이저 대회인 프랑스오픈 3회전 진출 등 최고의 성적을 냈지만 올해는 살짝 주춤하다.
하지만 권순우는 최근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 14일 테니스 국가 대항전인 데이비스컵 파이널스에서 권순우는 캐나다의 신성 펠릭스 오제알리아심(22)을 2 대 0(7-6<5>, 6-3)으로 완파했다. 오제알리아심은 당시 ATP 세계 랭킹 13위로 권순우가 꺾은 최상위 랭커다. 스페인의 세계 1위 카를로스 알카라스에는 0 대 2(4-6 6-7<1-7>)로 졌지만 접전이었다.
권순우는 이에 대해 "기술적보다는 여유가 생긴 것 같다"면서 "톱 랭킹 선수랑 할 때 예전에는 급했고 부담이 됐는데 여유가 생기면서 그런 경기들이 재미있는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어 "예전보다 좋아졌다면 경기를 즐길 수 있는 마음이 생긴 것 같다"면서 "톱 랭커들과 경기 때 플레이 스타일은 하나도 안 밀리는데 운영이나 경험에서 부족하다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랭킹 하락에 대해서도 크게 신경을 쓰지 않게 됐다. 권순우는 ATP 랭킹이 지난주 74위에서 100위 밖으로 밀릴 전망이었다.(실제로 기자 회견 뒤 발표된 랭킹은 121위였다). 지난해 9월 아스타나오픈 우승으로 받은 랭킹 포인트가 빠졌기 때문이다.
이에 권순우는 "카자흐스탄 아스타나로 이동하기에는 멀고 또 실내 코트기 때문에 실외 코트로 이어지는 코리아오픈과 도쿄오픈을 선택했다"면서 "또 전국체전도 뛰어야 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권순우가 포인트를 지킨다면 메이저 대회 대진 등에서 유리한 점이 많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하지만 권순우는 "올해 중순까지는 랭킹에 대한 스트레스 많았다"면서도 "내년까지 하고 은퇴하면 올해 목숨 걸고 포인트를 지켜야 하지만 10년 더 이상 테니스하고 싶은데 100위 밖으로 나간다는 생각에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회 일정이 있으니 무리하지 않고 휴식을 취하면 내년 더 좋은 모습 보일 수 있을 것"이라면서 "올해 포인트를 못 따면 내년에 따면 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권순우는 27일 단식 1회전에서 1년 후배 정윤성(426위·의정부시청)과 상대한다. 커리어 면에서 권순우와 비교가 되지 않지만 상대 전적에서는 정윤성이 2승 1패로 앞서 있다. 권순우는 "윤성이와 훈련과 경기를 많이 했는데 무조건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면서 "부담이 있지만 재미있는 경기를 하겠다"고 말했다.
또 권순우는 2018년 호주오픈에서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 대회 단식 4강에 오른 정현(26)과 이번 대회 복식에도 나선다. 권순우는 "현이 형과 함께 해서 기쁘다"면서 "재미있는 경기와 좋은 성적으로 보답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미소를 지었다. 현재 한국 테니스 최고 랭커 권순우가 생애 첫 한국에서 열리는 ATP 투어에서 어떤 결과를 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