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 논란이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다. 15시간 만에 내놓은 대통령실의 해명은 가뜩이나 뜨거운 여론에 기름을 끼얹었다. 이xx라는 비속어가 처음에는 야당을 지칭한 것이라고 하더니 이제는 그것도 아니라고 말을 바꿨다. '바이든'이라는 말은 아예 하지 않았다는 것이 대통령실과 여당의 주장이다.
대통령의 발언을 가장 먼저 보도한 MBC를 상대로 국정조사까지 하겠다며 프레임을 언론의 잘못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보도윤리를 거론하며 미리 야당에 유출한 것이라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밀정'이라는 자극적인 단어까지 등장했다. MBC를 상대로는 과거의 광우병 사태가 소환됐고, 비속어와 관련해서는 이재명 민주당의 대표의 형수욕설이 재소환됐다
그런데 국민의힘 김행 비대위원은 언론 인터뷰에 출연해 특정 비속어를 들었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모른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대통령의 비속어 사용이나 발언의 의도를 모른다면 언론이 뭘 잘못했고 이로 인해 어떤 언론참사가 빚어졌는지도 모르는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국정조사까지 추진하겠다며 강경한 발언을 이어가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여당 지도부도 입장변화가 뚜렷하다. 대통령 발언 보도 직후 아무런 논평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던 여당은 김은혜 대변인의 '날리면' 해명이 나온 이후부터 야당에 대해 정치공세를 중단하라며 거센 반격에 나서고 있다.
당사자인 윤석열 대통령도 발언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나 사과 없이 언론의 왜곡보도를 거론하며 '동맹을 훼손하는 것은 국민을 위험에 빠트리는 위험한 일'이라고 했다. 발언의 취지나 대상, 자신의 정확한 워딩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았다. 이런 상태로 흘러간다면 아예 윤대통령은 아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로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윤석열 대통령의 말실수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통령 후보 시절 '주 120시간 근무', '부정식품 발언 논란'등 적지 않은 말실수로 곤욕을 치렀다. 그래서인지 대통령 후보자 토론회는 법으로 정한 것 이외에는 일절 출연하지 않았다.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에도 출근길 발언은 여러 차례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과거의 말실수와는 차원이 다르다. 만일 윤 대통령의 발언이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지칭하고, 비속어의 대상이 미 의회라면 이는 윤 대통령의 말대로 '동맹을 훼손하고,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행위'임에 분명하다.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기존의 일정까지 취소하며 예정에 없던 행사에 참석해 미국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대한 우려를 전달한 대통령의 행보는 비록 짧은 만남이었지만 국익을 위한 충정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토록 어렵게, 외교적으로도 다소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바이든을 만난 직후 나온 발언이 비속어까지 섞인 비아냥이라면 윤 대통령의 국익을 위한 진정성은 평가받기 어려울 뿐 아니라 다른 국가의 국가원수를 어떤 시선이나 태도로 대한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도 들게 만드는 중대한 사안이다.
윤 대통령 본인뿐 아니라 대통령실과 여당이 모두 나서 대통령의 발언을 적극적으로 방어하고, 옹호하는 것은 만일 윤 대통령의 발언이 보도된 내용 그대로라면 정말 수습하기 어려운 외교적 상처를 입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국익에도 심대한 영항을 미치는 사안임을 인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대통령실과 여당에서는 대통령의 발언만을 문제 삼아 외교적 성과를 폄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정치공세라고 지적하고 있다. 대통령실이 주장하는 대로 윤 대통령이 이번 순방을 통해 뚜렷한 외교적 성과를 거뒀다면 두고 보면 될 일이다.
미국의 인플레감축법의 대상에서 한국의 전기차가 어떤 형태로든 불이익을 받지 않고 원활하게 수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지, 이를 위한 후속협상의 일정과 협상대상은 정해졌는지를 확인하면 된다. 일본과의 문제 역시 일본이 그동안 냉담하고 오만한 태도를 버리고 징용피해자 배상문제에 적극 나서고, 반도체 관련 수출규제 같은 현안문제 해결을 위해 전향적인 자세로 임하는지 보면 된다.
윤 대통령이 이번 논란에 불구하고 지지율을 회복하는 것은 가시적인 외교성과가 나타나는 것 뿐 이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 대통령실과 여당이 너무 애를 쓰는 것 같아 안쓰럽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피할 길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