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테니스 최초 역사의 거인, 2년 암흑기 딛고 다시 꿈틀

정현이 2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홀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유진투자증권 코리아오픈 2022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테니스 역사상 최고의 업적을 세운 정현(26)이 다시 일어선다. 오랜 부상 재활의 시간을 보내고 재기의 신호탄이 될 대회에 출전한다.

정현은 26일 서울 올림픽공원 테니스장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유진투자증권 코리아오픈' 공식 기자회견에서 근 2년 만에 실전에 나서는 소회를 밝혔다. 정현은 1년 후배인 권순우(74위·당진시청)과 이번 대회 복식에 나선다.

2년여 만의 실전 복귀다. 정현은 2018년 호주오픈에서 한국인으로는 메이저 대회 최고인 4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무결점 사나이'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를 꺾는 등 파란을 일으키며 그해 한국인 최고인 세계 랭킹 19위까지 올랐다. 그러나 이후 허리 부상 등으로 2020년 9월 프랑스오픈 이후 긴 재활에 들어갔다.

정현은 "인터뷰 자체가 너무 오랜만이라 떨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재활 뒤 복귀가 너무 오래 걸렸다"면서 "이번 대회에 어떤 결과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좋은 모습 보일 수 있게 하겠다"고 밝게 웃었다.

몸 상태는 많이 좋아졌다. 정현은 "실전을 치르지 못해 2018년과 비교하기에는 좀 이르다"면서도 "다만 그때와 다른 점은 더 좋은 마음가짐"이라고 강조했다. "그때는 아팠던 적도 없고 그걸 당연하게 여겼는데 지금은 그게 너무 소중하다"면서 "코트에 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강조했다. 정현은 "테니스는 경기 시간이 길다 보니 체력적 안배가 중요하다"면서 "훈련할 때는 아팠던 데는 없어서 복귀를 선택했다"고 부연했다.

국내 대회가 복귀전이 마음도 편하다. 정현은 "그동안 팀과 상의해서 테니스장에 나가서 테스트를 해보자 시도했는데 몇 번이나 허리가 다시 아파서 재활을 했다"면서 "너무 오랜 시간 떨어져 있다 보니 위축된 것도 있었지만 통증도 덜 느끼고 심적으로 제일 편한 한국에서 대회를 해서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2018년 호주오픈 남자 단식 4강 진출을 이룬 정현. 대한테니스협회


특히 정현은 "어릴 때는 선수니까 당연히 운동해야 했다"면서도 "지난 두 달 동안 마음가짐은 코트에서 먹고 자고 할 마음으로 지냈다"며 테니스에 대한 가없는 애정을 드러냈다. 그동안의 재활 과정에 대해 "힘들었지만 성격이 덤덤한 편이라서 프로라면 재활하는 것 또한 직업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했다는 정현은 "그만두고 싶을 만큼 힘들지 않았고 이걸 통해서 더 단단해지고 싶었다"고 돌아봤다.

사실 정현은 2018년 당시 일으켰던 신드롬이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글로벌 자동차 회사의 후원을 받았던 정현은 "지금은 스폰서 계약이 끝났다"면서 "라켓 후원(요넥스)과 에이전트(IMG)만 남았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스트레스보다는 다시 코트에 선다는 기쁨으로 재기하려 한다. 최근 국내 불어닥친 테니스 열풍도 많은 영향을 줬다. 정현은 "지난주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하나은행 코리아오픈에 관중이 너무 많아 놀랐다"면서 "관중 앞에서 경기하는 걸 보니 2018년 호주오픈만큼 많은 관중 앞에서 경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다시 설 수 있다면 피가 끓은 마음이 들 것 같다"고 눈을 반짝였다.

일단은 복식이다. 정현은 "2016년 중국에서 열린 ATP 챌린저 대회에 순우와 파트너를 했다"면서 "다음 달 열리는 서울 챌린저 대회를 단식 경기 복귀 시점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이후 몸 상태에 따라 큰 스케줄을 잡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현은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고 (복귀를) 응원해주셨는데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이번 대회 각오를 다졌다. 한국 테니스의 역사를 썼던 거인이 다시 꿈틀거리며 일어서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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