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 리뷰]'삶'이란 여정 속 진심을 노래하는 주크박스 '인생은 아름다워'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감독 최국희)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스포일러 주의
 
주크박스 뮤지컬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는 마음속에서 꺼내놓지 못하는 말을 음악으로 풀어내고, 인생의 희로애락을 저마다의 색으로 그려냈다. 그렇게 자극적인 화면과 불편한 웃음에서 벗어나 조금은 편하고 무해하게 웃고, 역설적으로 마음 편히 울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
 
무뚝뚝한 남편 진봉(류승룡)과 무심한 아들 서진(하현상)과 딸 예진(김다인)을 위해 헌신하며 살아온 세연(염정아)은 어느 날 자신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인생에 서글퍼진 세연은 진봉에게 마지막 생일선물로 문득 떠오른 자신의 첫사랑을 찾아 달라는 황당한 요구를 한다.
 
막무가내로 우기는 아내의 고집에 어쩔 수 없이 여행길에 따라나선 진봉은 아무런 단서도 없이 이름 석 자만 가지고 무작정 전국 방방곡곡을 누빈다. 시도 때도 없이 티격태격 다투던 두 사람은 가는 곳곳마다 자신들의 찬란했던 지난날 소중한 기억을 하나둘 떠올리게 된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국내 최초 '주크박스 뮤지컬 영화'라는 타이틀을 가진 '인생은 아름다워'(감독 최국희)는 삶의 마지막을 앞둔 세연과 그런 세연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려는 남편 진봉의 여정을 노래로 풀어낸 작품이다.
 
때때로 우리는 차마 나의 언어로 전하지 못한 말이나 감정을 마음에만 담아두는 경우가 있다. 영화 속 세연과 진봉, 서진과 예진 역시 마찬가지다. '인생은 아름다워'는 이처럼 말로 다 풀어낼 수 없었던 마음속의 말과 감정을 '음악'이라는 또 다른 언어로 전하고 있고, 이를 통해 우리가 진심을 전달하는 방식에는 또 다른 수단들이 존재함을 알려준다.
 
'인생은 아름다워'의 소재와 기본적인 스토리 라인은 사실 많이 봐왔다면 봐왔고, 빤하다면 빤할 수 있다. 이러한 익숙하고도 비극적인 이야기를 색다르게 접근하게 하는 것이 바로 뮤지컬적인 요소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문세의 '조조할인' '알 수 없는 인생' '솔로예찬', 이승철의 '안녕이라고 말하지마', 신중현의 '미인', 이적의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토이의 '뜨거운 안녕' 등 다양한 곡이 적재적소에 들어가 인물의 상황, 감정, 미처 전하지 못한 말을 담았다.
 
우리가 알고 있거나 몰랐던 음악들이 배우들의 표정, 대사, 눈빛과 섞이며 청각뿐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전달되며 보다 더 내면의 깊숙한 곳으로 와 닿는 효과를 낸다. 배우들의 감정도, 노래가 가진 가사가 보다 더 마음속에 울려 퍼지면서 그 의미를 깊게 이해하게 된다.
 
뮤지컬 장면에서는 세트와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연출을 활용해 단순히 춤과 음악, 일반적인 대사를 오가는 반복이 아니라 새롭고 다양함을 맛볼 수 있게 구성했다. 색감 역시 비극적인 현실의 톤과 달리 화사하고 밝은 색채를 통해 희극적이고 판타지적인 요소가 강조됐다. 이는 누구나 인생에서 찬란했던 순간, 사랑했던 순간의 기억은 따뜻하고 밝은 기억으로 남아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는 세연의 첫사랑 찾기 여정을 따라 진행되는데, 죽음을 눈앞에 둔 세연은 자신이 외로움 속에 갇혀 있었음을 문득 깨닫고 첫사랑을 찾아 나서게 된다. 현실의 사랑인 남편과 아들, 딸은 마음을 자신의 안으로만 담아둔 채 꺼내놓지 않았고 결국 세연에게 외로움을 안기게 됐다. 세연이 진짜 '사랑'을 찾게 된 건 결국 그들이 행동과 말이라는 직접적인 수단으로 세연에게 사랑을 전한 후다. 영화는 이를 말과 행동이라는 방식 외에 '음악'이라는 방식으로 드러낸다.
 
또 하나, 세연의 여정은 잊었던 찬란함을 찾기 위함도 있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아픔에 매몰되어 있기보다는 좋아하는 것, 사랑하는 것을 발견하는 여정 속에서 세연은 죽음을 눈앞에 둔 이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고, 남은 삶을 살아가는지를 보여준다.
 
현실의 톤과 뮤지컬의 판타지적인 색감을 오가며 영화는 슬픔이라는 무거운 감정으로만 소모될 수 있는 이야기를 오히려 유머와 함께 밝게 그려내고 있다. 감독은 이들의 삶과 감정 안에서 펼쳐지는 완급 조절을 적절하게 해나가며 관객들이 웃음과 눈물 사이를 자연스럽게 오가도록 만든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또한 세연과 진봉, 서진과 예진 등 영화 속 인물들과 그들의 이야기가 더욱더 가깝게 다가오는 이유 중 하나는 그들이 우리 현실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영화적인 수사로 좀 더 극대화된 면들도 있지만, 이러한 모습들은 우리가 일상에서 보거나 직접 행하는 것들이다. 나 혹은 내 바로 옆 인물들의 일상이기에 그들의 희로애락을 보면서 함께 웃고 울 수밖에 없다.
 
그리고 스크린을 넘어 관객들에게 조금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한 건 배우들이 가진 힘이다. 어쩐지 뮤지컬 장르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류승룡과 염정아는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뮤지컬 장르 영화에서도 탁월한 연기를 선보인다. 노래 속 가사는 그들이 마음으로부터 끌어올린 감정을 타고 관객들의 마음으로 향한다.
 
최국희 감독은 소품, 장소 등 다양한 장치에도 각각의 의미를 담는 등 그냥 스쳐 가지 않도록 세심하게 넣어두면서 영화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처음 봤을 때 발견하지 못하거나 몰랐던 게 다시 보면 다르게 다가오는 것들이 있다. 이러한 것들이 인물, 이야기, 대사와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122분 상영, 9월 28일 개봉, 12세 관람가.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티저 포스터.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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