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크박스 뮤지컬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는 마음속에서 꺼내놓지 못하는 말을 음악으로 풀어내고, 인생의 희로애락을 저마다의 색으로 그려냈다. 그렇게 자극적인 화면과 불편한 웃음에서 벗어나 조금은 편하고 무해하게 웃고, 역설적으로 마음 편히 울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
무뚝뚝한 남편 진봉(류승룡)과 무심한 아들 서진(하현상)과 딸 예진(김다인)을 위해 헌신하며 살아온 세연(염정아)은 어느 날 자신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인생에 서글퍼진 세연은 진봉에게 마지막 생일선물로 문득 떠오른 자신의 첫사랑을 찾아 달라는 황당한 요구를 한다.
막무가내로 우기는 아내의 고집에 어쩔 수 없이 여행길에 따라나선 진봉은 아무런 단서도 없이 이름 석 자만 가지고 무작정 전국 방방곡곡을 누빈다. 시도 때도 없이 티격태격 다투던 두 사람은 가는 곳곳마다 자신들의 찬란했던 지난날 소중한 기억을 하나둘 떠올리게 된다.
때때로 우리는 차마 나의 언어로 전하지 못한 말이나 감정을 마음에만 담아두는 경우가 있다. 영화 속 세연과 진봉, 서진과 예진 역시 마찬가지다. '인생은 아름다워'는 이처럼 말로 다 풀어낼 수 없었던 마음속의 말과 감정을 '음악'이라는 또 다른 언어로 전하고 있고, 이를 통해 우리가 진심을 전달하는 방식에는 또 다른 수단들이 존재함을 알려준다.
'인생은 아름다워'의 소재와 기본적인 스토리 라인은 사실 많이 봐왔다면 봐왔고, 빤하다면 빤할 수 있다. 이러한 익숙하고도 비극적인 이야기를 색다르게 접근하게 하는 것이 바로 뮤지컬적인 요소다.
우리가 알고 있거나 몰랐던 음악들이 배우들의 표정, 대사, 눈빛과 섞이며 청각뿐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전달되며 보다 더 내면의 깊숙한 곳으로 와 닿는 효과를 낸다. 배우들의 감정도, 노래가 가진 가사가 보다 더 마음속에 울려 퍼지면서 그 의미를 깊게 이해하게 된다.
뮤지컬 장면에서는 세트와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연출을 활용해 단순히 춤과 음악, 일반적인 대사를 오가는 반복이 아니라 새롭고 다양함을 맛볼 수 있게 구성했다. 색감 역시 비극적인 현실의 톤과 달리 화사하고 밝은 색채를 통해 희극적이고 판타지적인 요소가 강조됐다. 이는 누구나 인생에서 찬란했던 순간, 사랑했던 순간의 기억은 따뜻하고 밝은 기억으로 남아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또 하나, 세연의 여정은 잊었던 찬란함을 찾기 위함도 있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아픔에 매몰되어 있기보다는 좋아하는 것, 사랑하는 것을 발견하는 여정 속에서 세연은 죽음을 눈앞에 둔 이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고, 남은 삶을 살아가는지를 보여준다.
현실의 톤과 뮤지컬의 판타지적인 색감을 오가며 영화는 슬픔이라는 무거운 감정으로만 소모될 수 있는 이야기를 오히려 유머와 함께 밝게 그려내고 있다. 감독은 이들의 삶과 감정 안에서 펼쳐지는 완급 조절을 적절하게 해나가며 관객들이 웃음과 눈물 사이를 자연스럽게 오가도록 만든다.
그리고 스크린을 넘어 관객들에게 조금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한 건 배우들이 가진 힘이다. 어쩐지 뮤지컬 장르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류승룡과 염정아는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뮤지컬 장르 영화에서도 탁월한 연기를 선보인다. 노래 속 가사는 그들이 마음으로부터 끌어올린 감정을 타고 관객들의 마음으로 향한다.
최국희 감독은 소품, 장소 등 다양한 장치에도 각각의 의미를 담는 등 그냥 스쳐 가지 않도록 세심하게 넣어두면서 영화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처음 봤을 때 발견하지 못하거나 몰랐던 게 다시 보면 다르게 다가오는 것들이 있다. 이러한 것들이 인물, 이야기, 대사와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122분 상영, 9월 28일 개봉, 12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