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참전으로 격화된 '망 사용료 전쟁'…입법 향배는?

대형 CP에 망 이용료 요구하는 법안 7건 국회 계류
SKB-넷플릭스 소송 와중에 구글 유튜브도 "사용료 부과 반대" 공식 여론전
변화하는 환경에 '망 중립성' 흔들…해외에서도 사용료 논란 가열

연합뉴스

국회가 망 사용료 지급을 의무화하는 법안 추진을 본격화하자 '글로벌 빅테크 거인' 구글이 입법 반대 움직임에 나서는 등 빅테크들의 반발이 격화하고 있다.

25일 정보통신(IT) 업계에 따르면 구글이 운영하는 유튜브는 2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망 사용료 의무화 법안을 놓고 공청회를 열자 법안 반대 서명을 독려하는 등 반대 입장을 공식화했다. 지금까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던 구글이 본격적으로 법안 저지에 나서면서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 망 사용료 소송으로 대표되던 콘텐츠 제공업자(CP)와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자(ISP) 간 갈등이 본격적으로 확산할 전망이다.

망 사용 대가 법안 7건 발의…구글·넷플릭스 트래픽 증가에 논의 촉발


국회에는 해외 CP의 망 이용 대가와 관련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총 7건이 발의된 상태다. 2020년 12월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이 처음 대표 발의한 이후 국민의힘 김영식·박성중 의원, 민주당 김상희·이원욱·윤영찬 의원, 무소속 양정숙 의원까지 여야 모두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망 이용 대가 자체를 의무화하거나 관련 계약을 의무화하는 등 세부 내용은 다르지만, 대규모 CP에게 망 사용 대가를 요구할 수 있는 근거를 강화하는 내용이 공통으로 담겼다.

법안 적용을 받는 대형 CP 중 메타·카카오·네이버는 망 사용료를 내고 있다.

무더기 법안 발의는 외국 CP가 발생시키는 트래픽 양이 나날이 급증하면서 이를 무리 없이 전달하기 위한 네트워크와 설비 투자까지 급격히 늘자 통신업계에서 부담을 토로하면서 촉발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국내 서비스 안정성 확보 의무 대상사업자의 트래픽 양을 분석해 올해 2월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구글이 국내 트래픽 양의 27.1%, 넷플릭스가 7.2%를 차지해 둘의 합이 전체의 3분의 1을 넘겼다. 2020년 같은 기간 구글 25.9%, 넷플릭스 4.8%보다 더 늘어난 것이다.

이에 국내 ISP는 망 사용료를 내는 것은 자유시장경제 기본 원칙이라며 비용을 낼 것을 요구하고 나섰고, 구글과 넷플릭스 측은 사용료 지급 요구가 망 사업자 독점 폐해라는 주장을 펴며 맞서고 있다.

SK브로드밴드-넷플릭스 소송 진행 중…유튜브도 반대 입장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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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가 망 사용료를 놓고 2020년부터 소송을 진행 중이다. SK브로드밴드가 2019년 방송통신위원회에 망 사용 대가 협상 재정을 신청하자 넷플릭스는 2020년 4월 서울중앙지법에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6월 열린 1심에서는 넷플릭스가 패소했고, 다시 항소를 제기해 지난달 항소심 5차 변론까지 진행됐다.

넷플릭스는 자체 콘텐츠전송망(CDN)인 오픈 커넥트(OCA)를 통해 무정산 방식으로 연결되므로 망 이용 대가를 낼 법적 의무가 없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SK브로드밴드는 기업 간 거래가 기본적으로 유상 행위를 전제로 하는 만큼 CP가 ISP에 망 사용 대가를 내는 것이 당연하다고 반박한다.

구글 유튜브도 20일 공청회가 끝난 직후 사단법인 오픈넷코리아가 진행 중인 망 사용료 관련 법안 반대 청원 서명에 참여해줄 것을 독려하며 본격적으로 갈등에 뛰어들었다.

거텀 아난드 유튜브 아태지역 총괄 부사장은 공청회 직후 유튜브 공식 블로그에 글을 올려 망 사용료 법안 개정이 이뤄지는 경우 한국에서 사업 운영 방식을 변경해야 할 수 있으며, 추가 비용이 크리에이터(유튜브)에게 불이익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사람들이 이미 ISP에 접속료를 지불하고, CP도 콘텐츠를 가져오려고 ISP에 비용을 부담하는 상황에서 추가 요금 부과는 이중 부담이라고 주장했다. 유튜브는 같은 날 공식 고객센터에 청원 독려 공지사항을 낸 데 이어 이틀 뒤에는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 계정에 재차 청원을 독려하는 등 공개적인 여론전에 나섰다.

빅테크들의 저항이 거세지는 가운데 국회 과방위 소속 일부 의원들은 국정감사 증인으로 아난드 부사장을 비롯해 구글과 넷플릭스 핵심 관계자들을 세우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과방위 핵심 관계자는 "내부에서 여러 가지 안을 놓고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해외서도 망 사용료 둘러싸고 공방…CP에 망 사용료 부과 주장 수면 위로


망 중립성 원칙을 존중하던 해외에서도 최근 망 사용료를 둘러싼 공방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망 중립성이란 ISP가 인터넷으로 전송되는 데이터 트래픽을 그 내용·유형·기기 등과 관계없이 동등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미국은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5년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오픈 인터넷 규칙'을 통해 망 중립성 원칙을 재정립했다. 트럼프 정부에서 통신산업 투자 촉진을 명목으로 폐지됐지만, 바이든 정부 들어 행정명령으로 지난해 복원됐다.

유럽연합(EU)도 2015년 11월 제정, 2016년 4월 발효된 '오픈 인터넷' 법규에서 통신업체가 누구에게나 동등한 인터넷 접근을 제공하고 속도나 품질에서 차별하지 못하도록 했다. 하지만 글로벌 CP들의 네트워크 트래픽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CP에 망 사용료를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이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미국 공화당은 지난해 9월 빅테크 플랫폼 기업에 농어촌, 학교 등에 필요한 네트워크 투자 비용을 분담하도록 하는 '인터넷 공정 기여법'을 발의했으며, 지난 5월 상원 상무위원회를 통과했다.

지난 8월 미국 텍사스주에서는 오스틴, 휴스턴, 댈러스 등 25개 지방자치단체가 넷플릭스와 훌루, 디즈니+ 등을 상대로 도시 공공 인프라 사용요금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케이블TV 사업자들이 '프랜차이즈 사용료'를 지불하는 것처럼 지역의 인프라 유지 발전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논리다.

유럽에서는 정부 주도 규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티에리 브르통 내부 시장 담당 EU 집행위원은 올해 초 프랑스 언론과 인터뷰에서 "네트워크에 대한 공정한 보상과 기여 방안을 재구성해야 한다"며 관련 법안을 준비해 연말께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정부는 법안을 서둘러 제정해달라는 공동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투자자문사 액슨 파트너스 그룹은 유럽통신사업자협회(ETNO)를 통해 공개한 보고서에서 6대 빅테크 기업이 연간 200억 유로(약 27조6천868억 원)씩 부담하면 2025년까지 720억 유로(약 99조6천725억 원)에 달하는 경제적 파급효과를 가져오리라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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