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범죄자들이 사법 당국의 피해자 보호조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속적인 스토킹 행각을 벌이다 잇따라 징역형을 선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스토킹 범죄의 특수성을 고려해 재판부가 더 적극적으로 가해자를 피해자와 분리하도록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긴급응급조치'에도 범죄행각…흉기 들고 기다리고, 허위신고까지
24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에 거주하는 50대 A씨에게 지난 6월은 헤어진 연인 B씨의 지독한 스토킹으로 인한 끔찍한 기억뿐이다.B씨의 스토킹은 '더 이상 찾아오거나 연락하지 말아달라'는 A씨의 요구에도 10여일간 지속됐다.
문자로 연락하던 B씨의 스토킹은 급기야 폭력적 행동으로까지 이어졌다.
B씨는 'A씨와 헤어져 화가 난다'는 이유로 15㎝ 길이의 흉기를 들고 피해자의 승용차 바퀴 등을 훼손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흉기를 소지한 채 A씨가 운영하는 가게에 몰래 들어가 A씨가 출근하기를 기다리기까지 했다.
스토킹 범죄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사법 체계는 스토킹 행위를 막는 데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실제로 B씨는 경찰로부터 여러 차례 경고를 듣고, 긴급응급조치(100m 이내 접근금지·전기통신 이용한 접근금지)를 받았음에도 이 같은 범죄행각을 멈추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B씨는 지난 15일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40대 C씨 역시 옛 연인을 스토킹해 법원으로부터 잠정조치(100m 이내 접근금지·전기통신 이용한 접근금지) 결정을 받은 지 12일 만에 또다시 스토킹 범죄를 저질렀다.
C씨는 피해자 집을 찾아가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는 데서 그치지 않고, 119에 전화해 '아내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다며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고 허위신고해 피해자를 만나려고까지 했다.
지난달 C씨는 1심 법원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가까운 관계의 범죄 특수성 고려, 가·피해자 즉시 분리해야"
전문가들은 현 피해자 보호제도의 실효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현행법상 스토킹 가해자와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분리할 수 있는 수단은 많지 않다.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경찰관은 가해자에게 △피해자나 피해자 주거지 등으로부터 100m 이내 접근 금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 등 긴급응급조치를 할 수 있다.
또 검사는 위 응급조치 내용 외에도 △가해자를 유치장 또는 구치소에 1개월 이내로 유치하는 등 잠정조치를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
긴급조치를 어길 시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 잠정조치 불이행 시 징역 2년 이하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규정만 있을 뿐이다.
이마저도 피해자의 요청이 있어야만 조치할 수 있어, 가해자의 보복을 두려워하는 피해자들의 경우 긴급·잠정조치를 원하지 않는다고 밝히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 같은 이유로 최근 정치권에서는 스토킹 범죄자의 위치를 추적하는 등 가해자의 접근을 물리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즉시 분리할 수 있도록 구속 수사 원칙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수도권 소재 경찰청 한 관계자는 "스토킹은 연인, 지인 등이 대상으로 재범과 피해자에 대한 위해 우려가 높은 관계성 범죄에 해당한다"며 "법무부는 일반적으로 도주 우려나 증거인멸 등 기준으로 구속영장을 발부하고 있다. 스토킹 범죄에 대해선 재범 우려 등 필요적 고려사항을 보고 영장 발부를 좀 더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장성근 전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 회장은 "구속 조처는 사회와 단절시키는 부정적 기능도 있지만, 피해자 입장을 고려하면 피의자를 사회와 격리해 보호해야 한다"며 "법원이 구속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할 때 가해자 상황만 반영하기보다 피해자의 상황을 함께 참작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