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 산림훼손 논란 국궁장, 확장 않고 기존 규모 유지

봉성산 국궁장, 합의문대로 3 과녁 유지‧국궁장인 봉덕정 이전‧기존 국궁장 군민공원화

구례 기후위기단체협의회가 23일 구례군청 앞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고영호 기자

구례에서 산림훼손 논란이 일었던 봉성산 국궁장(國弓場)을 확장하지 않고 기존 규모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하면서 반발했던 환경단체와 구례군의 갈등이 일단락됐다.

구례 기후위기단체협의회(구례 기후위기행동모임, 국립공원을지키는 시민모임 지리산사람들, 구례 섬지아이쿱생활협동조합, 지구를 위한 작은발걸음, 화엄사 / 봉성산 수호탐사대 봉성즈)는 23일 오전 구례군의회 의장실에서 유시문 의장 등 군의원들과 면담을 통해 이같은 방침을 확인했다.

협의회는 이날 김순호 구례군수와 먼저 면담을 추진했으나 불발됐고 이어 유 의장과는 계획대로 면담이 이뤄졌다.

협의회와 구례군의회 면담. 고영호 기자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모임·지리산 사람들' 윤주옥 공동대표는 면담에서 "구례군이 지난 7월 회의에서 국궁장을 기존 3 과녁 21 사로(射路)에서 4 과녁 28 사로로 넓히려는 데 대해 김순호 군수가 반대를 표명하지 않았다"며 "이는 김 군수가 지난 2월 3과녁으로 유지하기로 '봉성산 훼손 비상대책위원회'와 서명한 기존 합의문을 준수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유 의장은 "김 군수와 3~4일 전에 만나 분명히 더 이상 확장하지 않고 3 과녁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확인했다"며 "현재 3 과녁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유 의장은 김 군수가 ▲합의문 이행 ▲국궁장인 봉덕정(鳳德亭)을 이전 ▲기존 국궁장은 군민공원화하겠다는 3가지 내용을 확실히 했다고 전했다.

유 의장은 면담 도중 휴대전화로 군 담당과장에게 전화해 3 과녁에서 4과녁으로 추가 확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협의회 측에 거듭 확인시켰다.  

윤주옥 대표(왼쪽)가 유시문 의장에게 봉성산 국궁장관련 자료를 휴대폰으로 제시하고 있다. 고영호 기자

협의회 측은 유 의장은 이런 입장에 따라 그동안 국궁장이 확장될 경우 산림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안도하게 됐다.

다만 확장공사를 추진하려다 파헤쳐진 산림 사면(斜面) 등에 대한 원상복구 방법은 구례군의회가 추후 구례군과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유 의장은 다음달 12일 의회에서 봉성산 현장을 방문할 때 유 대표와 동행할 것이며 앞으로는 환경 훼손 가능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다짐했다.

윤 대표는 "다행이기는 하지만 문제는, 3 과녁까지만 활을 쏘고 4 과녁은 훼손돼 있는 상태인 데 약속한 것처럼 원상복구하지 않고 그냥 놔두면 거기서 또 활을 쏠 수 있다"며 "그런 부분들을 마무리를 잘 해야 우려가 불식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유 의장과 면담에 앞서 협의회는 구례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위태롭게 드러난 봉성산 흙의 경사면을 다시 회복하는 등 봉성산을 원래 모습으로 돌려 놓아 달라"고 호소했다.

봉성산 국궁장 현장에 옹벽에 세워졌다. 고영호 기자

한편 면담을 마친 협의회 측은 봉성산 봉덕정 현장에 갔으나 봉덕정 이용자들이 제지하면서 마찰을 빚어 옹벽이 세워진 공사장까지는 접근하지 못했다.

봉덕정 관계자는 "봉성산을 더 좋게 만들어 후손들에게 물려줄 것"이라며 "협의회가 봉성산 보존에 과도한 관심을 갖는다"고 불쾌한 반응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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