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7월 26일 오후 7시쯤 서귀포시 한 주택. 50대 남성 A씨가 술에 취해 옷을 입지 않은 상태로 찾아와 발로 문을 차고, 출입문을 부수는 등 행패를 부리다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이 남성은 이 주택에 사는 여성에게 100여 차례 문자 폭탄을 보내는 등 스토킹한 사람이었다.
#2 지난 5월과 이달 초 제주시 자택에서 연인을 폭행한 것도 모자라 이별을 통보받자 집에 찾아가 행패를 부린 40대 남성 B씨. B씨는 폭행 사건 수사 와중에 스토킹 범죄까지 저질렀다.
최근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으로 전 국민의 공분을 사는 가운데 제주에서도 스토킹 범죄 신고 건수가 전국 상위권으로 나타났다. 덩달아 피해자 안전조치(신변보호) 요청도 급증했다.
23일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지난해 10월 21일부터 지난달까지 10개월여 동안 관련 112 신고 건수는 모두 312건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1건 꼴로 스토킹처벌법 시행 전 하루 평균 0.3건 신고가 이뤄진 것보다 3배 이상 늘었다.
인구 10만 명당 스토킹 신고 건수는 46건으로 전국에서 세 번째로 많은 수치다. 다만 신고 대비 사건 처리율(검거 건수)은 59%(184건)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전국 평균은 33.3%다. 이 가운데 반복 신고와 흉기 사용 등 위험성이 높은 33건은 잠정조치 4호에 따라 유치장에 유치됐다.
피해자 안전조치도 덩달아 늘어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봉민 의원이 받은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도내 피해자 안전조치 건수는 2017년 138건에서 지난해 462건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실제로 지난 3월 1일 오후 9시쯤 제주시 조천읍 방송인 40대 남성 집 앞에서 기다리고 지켜보며 스토킹한 40대 여성 C씨가 경찰 조사를 받았다. C씨는 지난해부터 이 남성을 쫓아다녔다. 결국 경찰은 C씨에 대해 100m 이내 접근금지, 전기통신 이용접근금지 등의 긴급응급조치를 했다.
스토킹 범죄를 처벌하는 법까지 생겼지만, 실형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드물다.
지난 1월 제주에서 이별 통보 후 연락이 잘 안 된다는 이유로 전 연인에게 100여 차례 연락하고 흉기를 들고 직장까지 찾아간 40대 남성이 법정에 섰지만, 징역 8개월의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더욱이 피해자가 가족이 위험해질 수 있어서 처벌 불원서를 철회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반의사 불벌죄(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할 수 없다)의 경우 처벌 불원 의사를 밝힌 사람은 임의로 철회할 수 없다"고 한 것이다.
한편 제주경찰청은 여성폭력 범죄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민감대응시스템'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주의, 위기, 심각 등 위험단계에 따라 112, 지역경찰, 각 기능이 다각적‧중첩적으로 총력 대응하는 시스템이다. 관리자 책임성 강화와 함께 촘촘한 대응을 하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