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쌀 의무 매입안 놓고 첨예 대립…정부도 강력 반대 왜?

더불어민주당 민생우선실천단 쌀값정상화 TF가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쌀값정상화 TF는 "이번 정기국회 내 쌀값정상화 관련 법안 처리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윤창원 기자

올해들어 쌀값이 폭락하면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여야 정치권은 물론 농민들의 가장 큰 관심사가 되고 있다.

개정안은 과잉 생산된 쌀의 시장격리를 의무화하고 있다. 정부의 시장개입 재량권을 없앤게 핵심이다.

정치권은 한치의 양보도 없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한 가운데 지난 15일 농해수위 농림법안소위에서 개정안을 단독 처리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이를 '불법 날치기'로 규정하고 민주당 소속 김승남 소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20일 열린 국회 농해수위가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상정하지 않고 연기했고 여야는 25일 있을 정부의 수확기 쌀 대책을 검토한 뒤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그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민생우선실천단 쌀값정상화 TF는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정기국회 내 쌀값정상화 관련 법안 처리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더불어민주당 민생우선실천단 쌀값정상화TF 소속 안호영 의원(왼쪽)이 22일 오전 서울 국회 본청 앞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 처리를 촉구하는 '1인 릴레이 피켓 시위'를 하며 김웅 국민의힘 의원의 응원을 받고 있다. 윤창원 기자

정부는 야당이 추진하고 있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반대의 목소리를 분명히 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21일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에 대해 "법률로 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굉장히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개정안에 부정적인 답변을 밝혔다.

소관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도 마찬가지다.

농식품부는 과잉 생산된 쌀의 시장격리를 의무화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공급과잉 구조 심화'와 '미래 농업 발전 저해'라는 두가지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상여건만 좋다면 거의 모든 해에 쌀공급이 과잉돼 지금도 쌀 공급이 많은 공급과잉 구조가 심화되고 그로인해 시장격리도 매년 실시해야 할 것으로 예측했다.

개정안이 생산만되면 안정적인 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시그널로 받아들여져 쌀 생산이 늘 것이 예상된데 따른 우려다.

또한 시장격리 의무화로 인한 예산 증가는 한정된 농업관련 예산 상황을 감안할 때 청년농, 스마트팜 등 농업의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 확대의 장애요인이 될 수 밖에 없어 미래 농업발전을 저해할 것이라며 개정안에 반대했다.

21일 충남 예산군 고덕면 한 논에서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남도연맹 관계자들이 정부에 쌀값 안정화 대책을 요구하며 수확을 앞둔 벼를 트랙터로 갈아엎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농민단체들은 수확을 앞둔 벼를 갈아엎는 등 쌀값 안정 대책을 촉구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남도연맹은 지난 21일 예산, 당진, 보령, 부여, 서천, 아산, 논산, 천안, 청양 등 9개 시·군에서 동시다발 '논갈이 투쟁'을 벌였다.

지난 15일에는 전농 부산경남연맹 소속 농민 100여 명이 함안군 가야읍에서 논을 갈아엎었다.

집회도 이어지고 있다.

충북지역 농민단체들은 지난 21일 충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지자체는 쌀값 폭락과 생산비 폭등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15일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은 전남도청에서 집회를 열고 '농가 요구 전량 정부 매입'을 촉구했다.

이들은 양곡관리법 개정과 쌀 수입 중단, 면세유 등 농자재 지원 확대, 최저가 입찰 역공매 폐지 등의 대책을 요구했다.

같은 날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북도연맹은 나락 36가마를 전북도청 앞에 쌓고 투쟁에 들어갔다.
 
김영록 전남도지사와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경기, 강원, 충북, 충남, 전남, 경남 관계자들과 함께 '쌀값 안정 대책 촉구 전국 도지사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도지사들과 자치단체들도 쌀값 안정대책을 촉구하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경상북도를 비롯해 전남, 경기, 강원, 충북, 충남, 경남 등 전국 쌀 주산지 8개 광역자치단체장은 지난 15일 국회 소통관에서 '쌀값 안정 대책 촉구 전국 도지사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쌀농사가 흔들리면 농업인들의 삶은 물론 대한민국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쌀값 안정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 줄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익산시의회는 지난 19일 임시회 본회의를 열고 쌀값 폭락에 따른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건의안을 채택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일단 26일 열릴 국회 농해수위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농해수위는 26일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전체회의에 상정해 논의를 이어간다는 일정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윤창원 기자

이런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민주당 단독 처리방침을 시사했다.

이 대표는 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쌀값 문제도 이렇게 온 나라의 농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많은 전문가가 식량 안보, 전략산업으로서의 농업 이야기를 하는데도 여전히 마이동풍인 것 같다"며 국민의힘을 압박했다.

이어 "우리 원내에서 기다려보기로 하셨다는데, 기다려보시고 대안이 확실치가 않으면 민주당이 확실하게 책임지는 길을 가야 하지 않겠나"라며 단독 처리방침을 시사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민주당이 법안을 일방적으로 처리할 경우 대통령에 거부권 행사 건의하겠다고 밝히는 등 강하게 맞서고 있어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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