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은 지난 22일 방송된 MBN '특종세상'에 출연해 10년 전 아내가 세 아들을 살해한 사건에 대한 심경을 털어놨다.
1993년 KBS 15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그는 '한명회' '장녹수' '용의 눈물' '태조 왕건' '명성황후' '야인시대' '장희빈' '불멸의 이순신' 등에 꾸준히 출연했지만 2012년 벌어진 사건 이후 활동을 중단했다.
그는 "때만 되면 공황장애가 몰려온다. 몸이 기억한다"며 "자의적으로 연기 활동을 그만둔 건 아니다. 개인 가족사가 있어 사람도 기피하게 되고, 공황장애도 오고, 매일 다녔던 길을 운전해서 가다가 엉뚱한 길로 가기도 하고 그랬다. 안 되겠다 싶었다. 운전도 못할 정도로 공황 상태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2012년 어머니가 어린 세 아들을 모텔로 데려가 살해한 사건. 김태형은 피해자인 세 아들의 아버지였다. 지금도 아이들에게 편지를 쓰는 그는 "천국에서 만나려면 열심히 살아야 한다. 제가 지옥을 가면 못 만난다"며 "세 아들을 잃어버린 지 딱 10년이 됐는데 제가 한 3년 정도는 큰 방황을 했다"고 눈물을 흘렸다.
또 "큰 아이가 여덟 살, 둘째 아이가 여섯 살, 셋째 아이가 세 살이었다. 속을 썩이기엔 너무 어린 나이였고, 저한테는 기쁨만, 행복함만 주고 갔으니까 더 미안하다. 해준 건 아무것도 없는 거 같은데 그 기억과 추억은 남아 있다"고 고백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김태형은 "아내는 좋은 엄마였다. 사치하거나 그런 거 없이 아이들한테 잘해줬는데 어느 날부터 아이들을 대하는 게 거칠어지고 짜증도 많이 내더라"며 "어느 날 아이들하고 바람 좀 쐬고 오겠다면서 데리고 나가고 돌아오지 않았다"고 이야기했다.
아내와 연락이 두절되자 김태형은 경찰에 가출 신고를 했다. 일주일 만에 경기도 모텔에서 아내를 찾아냈을 때 세 아들은 이미 숨져 있었다.
김태형은 "아이들이 아내와 같이 나간 날부터 장례식까지 정확히 열흘이 걸렸는데 아무것도 먹지 않고 술만 먹었다. 극단적 선택을 안 해도 이틀만 더 먹으면 그냥 가겠더라. 그냥 끝내는 것만 생각했다"며 "살해 이유는 지금도 모른다. 수사기관에서도 정확히 밝혀내지 못했다. 생활고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기사들이 나왔는데 좋은 가십 거리였을 거다. 견디지 못하겠더라"고 고통스러웠던 심경을 토로했다.
살해 이유를 묻기 위해 교도소로 면회를 가기도 했지만 아내에게 거절 당했다. 이제 김태형의 마음 속에는 '분노'나 '증오'도 남아있지 않다.
그는 "저도 너무 황당하고 왜 그랬는지 궁금하니 면회를 갔는데 거절하더라. 그러면 만날 길이 없어서 편지를 썼다"며 "지나고 생각해 보니 그 사람한테도 인생의 날벼락이었을 거 같다. 본인이 죄를 지었지만 용서하고 말고는 제 마음에서 오래 전에 떠났다. 증오와 분노의 응어리가 떠났다. 용서한다는 건 언어유희이고, 그냥 견디는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