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자이언트 스텝 여파'에 韓 경제 혼돈 속으로

22일 원·달러 환율 장중 1410원 돌파
올해 들어 지난 20일까지 누적 무역수지 적자 292억1300만달러
상품수지는 지난 7월 10년 3개월 만에 처음 적자로 전환
추경호 경제부총리 "8월 경상수지, 다소 우려스럽게 나타날 수 있어"
전문가들 "정부 정책 신뢰 높이고 경제 펀더멘털 강화 노력 계속해야"

원·달러 환율이 13년 6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1400원을 넘어선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류영주 기자

정부는 22일 미국의 3연속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금리인상)에 대한 대응과 관련해 '넓고 긴 시계' 아래에서 찾겠다고 밝혔다.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내년 이후까지도 긴축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 따른 것이다. 당분간 고환율 상황 속에 '강달러'가 국내 소비자물가를 자극할 것으로 예상되며, 경상수지와 무역수지 악화 등도 우려된다. 기획재정부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 자이언트 스텝 직후 원·달러 환율 장중 1410원 돌파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3.8원 오른 1398원으로 출발한 뒤 곧장 1400원을 넘어섰다. 이날 오후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13.4원까지 급등하며 1410원까지 파죽지세로 돌파했다. 2009년 3월 31일 이후 13년 6개월 만에 처음이다. 내내 높은 수준을 유지하던 원·달러 환율은 1409.7원으로 마감했다.

연합뉴스

앞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은 20~21일(현지시각) 열린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참석자 만장일치로 정책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는 기존 2.25~2.50%에서 3.00~3.25%로 상승했다. 미국의 정책금리 상단이 우리나라 기준금리(연 2.5%)보다 0.5~0.75%포인트 높아지면서 한미 정책금리가 역전됐다.

미국이 3연속 자이언트 스텝이라는 강도높은 긴축 의지를 드러낸 것은 고공행진하는 물가 상승 때문이다. 경기 위축을 감안하더라도, 일단 물가를 잡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는 뜻이다. 연준은 경제전망요약(SEP) 자료에서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2%로 제시했는데, 이는 기존(1.7%)보다 1.5%포인트나 낮춘 수치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FOMC의 75bp(1bp=0.01%포인트) 인상 결정보다 미국 기준금리 전망이 연말에는 4.4%, 내년에는 4.6%까지 올라가면서 인하에 대한 기대 자체를 꺾은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기 연착륙 가능성이 많이 줄어들고 있다고 발언한 점 등을 볼 때 금리 인상 기조는 가팔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韓 경제지표 '비상'…추경호, "경상수지 대응책 마련"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고환율은 수입물가 부담을 키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7%로, 국제유가 하락에 힘입어 전월(6.3%)보다 낮아졌다. 7개월만에 상승세가 꺾인 것이다. 그러나 수입물가 오름세가 이어진다면 물가 상승세는 다시 확대할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빨간등'이 켜진 무역적자 폭도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우리나라의 8월 무역적자는 역대 최대인 94억7000만달러를 기록한데다, 올해 들어 이달 20일까지 누적 무역적자는 292억1300만달러에 달한다. 우리 경제의 기반을 받치고 있는 수출에 악영향이다.

상품수지는 지난 7월 10년 3개월 만에 처음 적자로 돌아섰고, 8월에는 경상수지도 적자로 전환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앞서 한국은행은 '반짝' 흑자 전환했던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8월부터 다시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경상수지는 상품의 수출액과 수입액의 차이를 나타내는 무역수지뿐 아니라 임금과 이자 등 모든 대외 거래를 합산한 지표다.

여기에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한은 금통위의 추가 금리 인상이 이어지고, 고금리 속에서 가계와 기업의 부채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미국이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한 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8월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을 제기했다. 추 부총리는 "경상수지가 다소 우려스럽게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주요 선진국 특히 중국 등의 경기둔화 우려가 점점 커지고 반도체 사이클과 맞물리면서 과거보다 조금 좋지 않은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근본적으로 에너지 수입 증가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면서 "수출 경쟁력 제고 등과 함께 이 부분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 경기 침체·물가 상승 '스태그플레이션'…전문가들 "대비해야"

류영주 기자

경상수지가 적자가 되면 달러가 부족해지고 원화 가치는 더 떨어져 환율과 물가 압박이 더 커지게 된다. 또 수입 물가가 오르면 기업 투자가 줄고 생산량 위축으로 가뜩이나 심각한 경기침체가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

우리 정부가 가장 큰 변수인 미국 등 주요국의 긴축 움직임에 대응하는 것과 동시에, 달러 흐름의 펀더멘털을 개선하는 등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이라면서도 "정부의 정책과 관련한 신뢰를 높이고 일관적인 메시지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 또 달러 흐름의 펀더멘털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절약하는 등, 에너지에 들어가는 달러를 줄이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 기업과 금융기관도 유동성 타격에 잘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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