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막말 논란'이 불거지자 전방위 공세에 나섰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의 '48초 환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30분 약식회담과 함께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조문 차질까지 문제 삼으며 '무능 외교' 프레임을 짜는 모양새다.
野 "대한민국 국격 실추"…바이든 48초 회담·기시다 30분 회담도 공세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22일 오전 정책조정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회의장을 아우르며 비속어로 미국 의회를 폄훼하는 말이 영상에 고스란히 담겨 큰 파장이다"라며 "빈손 외교, 비굴 외교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의 막말 사고 외교로 대한민국의 국격까지 크게 실추됐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장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환담을 마치고 수행중이던 박진 외교부 장관 등과 걸어 나오면서 '이 XX'라는 비속어 섞인 발언을 하는 장면이 동영상을 통해 퍼지며 논란이 일었다.
파장이 커지자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도 십자포화에 나섰다.
외통위 소속 민주당 간사 이재정 의원을 포함한 위원 일동은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국민에게 익숙하지 않았던 '외교 참사'라는 말이 윤석열 정부 들어 빈번히 회자되고 있다. 거듭되는 대통령의 외교 무능 때문"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외교 실패는 정권의 실패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국민과 기업 전체 국가안위에 치명적 결과라는 사실을 명심해야한다"며 "윤 대통령은 자리에 걸맞은 자세로 순방에 임해야 한다. 국격에 합당한, 국익에 부합한 외교 성과를 가지고 돌아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막말 논란'과 함께 바이든 대통령과의 '48초 환담', 기시다 총리와의 '30분 약식회담'까지 전방위로 문제 삼겠다는 전략이다. 바이든 대통령과는 짧은 만남으로 주요 경제 현안을 논의하지 못했고, 기시다 총리와의 회담 때는 한국 언론의 취재도 없이 총리가 머무는 장소에 찾아가 '굴욕외교'라는 주장이다.
외통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일본 총리는 손수 찾아가서 사진 한 장 찍고, 바이든 대통령과는 회의장에서 스치듯 48초 나눈 대화가 전부였다"며 "윤 대통령이 누누이 강조했던, 중요한 전기차 보조금 차별과 반도체·바이오 산업 압력 등 중요한 경제 현안은 하나도 풀어내지 못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초 예정된 '한미 스타트업 써밋' 참석도 연기를 하다가 결국에는 취소한 점도 지적했다.
이와 함께 지난 영국 순방 당시 윤 대통령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조문이 불발된 점도 엮어 '무능외교'라고 공세를 펴고 있다. 앞서 윤 대통령은 런던 도착 첫날인 18일(현지시간) 당초 계획했던 웨스트민스터 홀 조문을 취소했다. 대통령실은 교통 상황 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조문 외교를 하겠다며 영국에 간 윤 대통령이 교통통제를 이유로 조문을 못 하고 장례식장만 참석했다"며 "교통통제를 몰랐다면 무능하고, 알았는데 대책을 세운 것이라면 더 큰 외교 실패, 외교 참사"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김의겸 대변인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 부부 공식 행사가 끝난 게 18일 저녁 7시였다. 리셉션이 끝난 그 시간부터 다음날 오전 11시에 장례식 갈 때까지 14시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런던에 24시간 이상 체류하면서 2시간만 행사를 하고 22시간 이상이 그냥 공백"이라며 "비어 있는 22시간 동안 도대체 뭘 한 것인가. 체류하는 동안 세계 250개국에서 정상이 왔는데 잠깐이라도 틈을 내 만나서 얘기할 수 있도록 뭘 해야 되지 않겠나"라고 지적했다.
"경제 성과 없어"…'민생회복에 걸림돌' 부각 전략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무능 외교가 '민생 회복에 걸림돌'이라는 점을 적극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당은 '막말 논란'이 터진 날 의원총회를 열고 민생예산 확보와 초부자감세 저지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원내지도부 소속 한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단순히 논란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결국 정부여당이 민생을 챙기지 못해 야당에서 주도한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며 "이에 따라 이번 순방에서 각종 경제 현안을 해결할 성과가 없다는 걸 적극 강조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5선 이상민 의원도 외통위원 기자회견에서 "전기차와 배터리, 바이오 문제와 관련해 미국이 한·미·일을 전략적 동맹으로 격상하는 등은 정치적 수사에 그친 것"이라며 "오히려 바이든 대통령의 뒤통수를 치는, 동맹에 반하는 행동을 보이는 것에 대해 바로 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수진(동작을) 의원도 SNS를 통해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때문에 우리 전기차 수출에 큰 비상이 걸렸다. 환율 1400원 돌파가 기정 사실이 돼 경제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며 "한일 최대 현안인 과거사 문제, 특히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문제는 꺼내지도 못했다"고 쓴소리를 했다.
일각에선 민주당의 거센 비판으로 대통령의 해외 순방 동안에는 비판을 자제하는 일종의 '금도'가 깨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더모아 윤태곤 정치분석실장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대통령이 외국에 나가 있을 때는 욕을 하더라도 귀국해서 하자는 게 과거에는 있었다"며 "행사가 끝나기도 전에 치고받는다는 건 야당이 잘못하고 이런 게 아니라 이미 정치 문화가 이렇게 왔다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