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2020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스토리공모전과 희곡개발사업을 통해 개발된 희곡을 무대화했다. 국립극단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공동 제작했다.
작·연출을 맡은 정진새는 기발한 발상과 촘촘한 전개가 돋보이는 '2021 대학수학능력시험 통합사회탐구 영역'으로 2021년 백상예술대상 젊은연극상을 수상했다. 이번 공연은 여행을 주제로 현실을 재구성해 사회적 이슈를 절묘하게 톺아보는 정진새만의 시선을 보여준다.
무대에 등장하는 인물은 오호츠크 해상 기후탐사선에 근무하는 기후연구원 AA(에이에이), BB(비비), 그리고 산티아고 순례길의 반대 방향인 극동 시베리아 방향으로 무한히 걷는 '그' 총 3명이다.
작품은 위성을 통해 '그'의 행로를 지켜보는 AA와 BB의 대화로 이뤄졌다. 현실과 똑같이 짜인 가상현실 온라인 게임 상에서 모두가 걸어가는 '산티아고 순례길'의 출발점에서 오호츠크해 방향을 향해 반대로 걷는 '그'는 전 세계로부터 주목을 받는다.
저마다 '그'가 걷는 이유를 추측하고 급기야 '그'가 걷는 코스를 구현한 '시베리아 순례길'이 온라인 게임에 생긴다. 게임에서 산티아고 순례길을 완주하면 천국으로 올라가게 되어 있으니, 그 반대로 걷는 '그'는 지옥으로 가는 중인 걸까. 그가 북동쪽으로 계속 걷는 이유는 뭘까.
정진새 작·연출가는 "실재의 기반이 무너지는 기후위기와 온라인 시대에 인간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그 좌절과 허망의 분위기를 담아냈다"며 "점멸하는 세계를 감각하는 연극으로, 깜박임 속에서 두 연구원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이어간다. 마치 '고도를 기다리며'의 고고와 디디처럼, 지난 시대의 부조리극과 비슷한 풍경을 다시 한 번 재현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11월 6일 서울 공연 종료 후에는 정진새 작·연출, 이은정, 정슬기 배우가 참여하는 예술가와의 대화가 열린다. 이 작품은 2023년 국립극단 '온라인 극장'을 통해서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