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선수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목포여상 감독의 어르헝 자랑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은 어르헝. 한국배구연맹
​2022-2023시즌 프로배구 여자부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을 신인 선수는 단연 체웬랍당 어르헝(18)이다. 이번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페퍼저축은행의 지명을 받았다.
 
몽골 출신인 어르헝은 지난 2020년 목포여상 배구부를 이끄는 정진 총감독과 인연이 닿아 배구를 배우기 위해 한국 유학길에 올랐다. 목포여상 허진석 감독은 제33회 CBS배 전국중고배구대회가 열린 충북 단양에서 진행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어르헝이 프로 선수까지 생각하진 않았지만 점차 욕심이 생겨서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운을 뗐다.
 
어르헝은 배구 입문은 늦었지만 압도적인 신체 조건으로 기대를 모은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이미 190cm였던 어르헝의 키는 현재 194.5cm까지 자랐다. 역대 여자부 신인 드래프트에 나온 선수들 중 최장신이다. 종전 최장신 선수는 2008-2009시즌 흥국생명에 입단한 192cm의 미들 블로커 김지애다.
 
배구 경력은 몽골에서 2년, 한국에서 3년으로 총 5년에 불과하다. 하지만 허 감독은 "월등한 신장에도 몸이 둔하지 않아서 좋은 선수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어르헝의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허 감독은 가르친 어르헝은 떡잎부터 다른 선수였다. 그는 "큰 키에 비해 습득력이 좋고 지도자의 말에 귀 기울일 줄 안다"면서 "배려심이 많고 심성이 착해서 가르치기 수월했다"고 말했다. 이어 "어르헝은 항상 친구들과 융화되기 위해 노력한다"면서 "이런 선수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좋은 선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어르헝은 몽골에서 온 만큼 한국어가 서툴고 모든 게 낯설었지만 또래 친구들의 도움으로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 허 감독은 "타지에서 왔기 때문에 친구들이 더 잘 챙겨줬다"면서 "덕분에 어르헝이 팀에 빠르게 녹아들었다"고 말했다. 
 
목포여상 선배인 국가대표 세터 염혜선(31·KGC인삼공사)도 어르헝을 돕고자 나섰다. 염혜선은 어르헝의 귀화와 프로 입단을 위해 그를 입양하도록 자신의 부모님을 설득했다. 염혜선과 자매가 된 어르헝은 '염어르헝'이라 불리기도 한다.
 
이번 신인 드래프트 당시 어르헝은 귀화 승인을 받지 못했지만 전 구단의 동의 하에 프로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 수 있었다. 한국배구연맹(KOVO) 규약에 따르면 귀화 신청 후 귀화 승인이 완료되지 않았으나 전 구단의 동의로 귀화 절차 중인 선수는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할 수 있다.
 
하지만 귀화 면접시험을 통과해야만 2022-2023시즌 V리그에 설 수 있는 상황이었다. 2014-2015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6순위로 GS칼텍스에 입단한 중국 지린성 연길 출신의 이영도 시즌 도중 뒤늦게 귀화 승인을 받은 후에야 경기에 나설 수 있었다.
 
다행히 어르헝은 지난 16일 귀화 면접시험에 합격하며 2022-2023시즌 개막전부터 V리그 코트를 누빌 수 있게 됐다. 페퍼저축은행은 17일 "어르헝은 16일 광주출입국외국인사무소에서 귀화 면접 시험을 봤다"면서 "오늘 합격 통지를 받았다"고 전했다.
 
허 감독은 "귀화 시험 때문에 마음고생이 많았을 텐데 통과해서 다행"이라면서 "항상 열심히 하고 순하고 착한 아이다. 앞으로 더 좋은 발전이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많은 주목을 받은 만큼 큰 무대라고 당황하지 않고 잘 했으면 좋겠다"면서 "욕심은 있지만 성격이 독하지 못해서 걱정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잘 해왔기 때문에 앞으로 즐기면서 더 높은 위치까지 올라갔으면 좋겠다" 고 응원했다.
 
어르헝의 사례를 계기로 올해 3명의 외국인 학생이 목포여상에 입학했다. 사마(16), 아농거(17), 인쿠시(17) 등 후배들이 배구 선수를 꿈꾸고 있다. 어르헝과 함께 몽골에서 건너와 목포여상에서 배구를 배운 잔치브 사롤(19)은 현재 대학 입시를 준비 중이다.
 
목포여상은 지난 15일부터 21일까지 충북 단양에서 열린 제33회 CBS배 전국 중고배구대회에 출전해 3위에 올랐다. 페퍼저축은행에 합류한 어르헝은 이번 대회에 출전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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