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부분적인 예비군 동원령을 명령했다. 러시아 내부에선 반대 시위가 벌어지고 일부는 해외로 탈출을 시도하며 혼란한 상황이 빚어졌다.
21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14분 동안 대국민 연설을 통해 러시아를 보호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면서 허세 부리는 것이 아니라고 발표했다. 이는 핵무기 사용을 언급한 것이다.
동원 대상은 30만 명이다. 푸틴 대통령은 즉시 효력이 발생한 군 동원령을 발표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거의 밝히지 않았다. 따라서 언제든지 동원령 내용이 확대될 것이란 의심이 커지고 있다.
군과 전쟁을 반대하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하는 법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곳곳에선 성난 시민들이 거리로 뛰어나왔다.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37개 도시에서 800명이 넘는 반전 시위대가 경찰에 체포됐다고 인권단체 OVD-Info가 집계했다.
모스크바 AP특파원도 시위 15분 만에 최소 10여 명이 경찰에 붙잡히는 장면을 목격했다. 육중한 방호구를 입은 경찰은 시위대와 몸싸움을 벌였고, 일부는 연행되면서도 "전쟁 반대"를 외쳤다.
익명을 요청한 한 모스크바 시민은 "두렵지 않다.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면서 "나는 절대 우리 아이들의 생명을 뺏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에서 4번째로 큰 도시인 예카테린부르크에서 경찰은 반전 시위에 참여한 40명 중 일부를 연행했다. 휠체어를 탄 한 여성은 푸틴 대통령을 향해 "망할 대머리 미친놈"이라고 비판했다.
반전단체 베스나는 "수천 명의 우리 아버지와 형제, 남편들이 전쟁통의 희생양이 될 것"이라며 "그들은 무엇을 위해 죽는가?"라고 날을 세웠다.
이날 시위는 지난 2월 전쟁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전국적인 규모를 보였다. 시위가 온라인으로 확산되자 모스크바 검찰은 반전 시위에 동참할 경우 징역 15년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부 러시아인들이 해외로 탈출을 시도하면서 항공편은 빠르게 마감됐다. 모스크바에서 무비자로 갈 수 있는 튀르키예와 아르메니아, 우즈베키스탄, 아제르바이잔 등의 직항편은 모두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