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 추진을 의원총회에서 공식 논의할 지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역풍 우려로 탄핵안 논의를 공식화 하는 것이 부담스럽지만 두 장관을 중심으로 한 현 정부의 '시행령 정치'를 더이상 방치 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크다.
대정부질문에 당내 '격분'…'탄핵카드' 전략적 활용 가능성도
22일 복수의 민주당 원내지도부 의원에 따르면, 당내에선 한 장관, 이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 여부를 오는 27일 의원총회 공식 안건으로 올릴지에 대해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그동안 한 장관 등에 대한 탄핵을 암시할 뿐 구체적인 언급은 꺼려왔다. 섣불리 탄핵을 공론화했다가 자칫 상대 진영의 결집을 불러일으키거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19일 한 장관의 대정부질문 답변 이후 기류가 바뀌었다고 한다. 당시 한 장관은 '검찰이 김건희 여사에 대한 수사를 안 하는 게 아닌가'라는 민주당 김회재 의원의 지적에 "검찰이 당시 2년 동안 수사를 한 사안이다. 제가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건을 수사지휘하면 되겠나"라며 도발로 맞섰다. 그러자 김 의원은 "하세요 법대로! 법대로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장관의 답변 태도에 일부 의원들이 탄핵 필요성을 강조하며 강성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초선 의원은 "한 장관이 국민의 대표로 나선 민주당 의원들에게 너무 상식 밖의 오만한 태도로 일관해 이렇게 매번 밀리는 구도가 유지되면 곤란하다는 주장들이 나온다"고 전했다.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도 한 장관 답변 다음 날인 20일 공개 회의에서 "법치주의를 유린하고 삼권분립을 능멸하는 한 장관의 오도된 자기 확신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강한 메시지를 냈다.
한 장관과 이 장관에 대한 탄핵 추진이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겨냥한 수사에 대항하는 방어가 될 수 있다는 논리도 있다. 수사기관 자체가 위법한 '시행령 통치'를 자행하고 있기 때문에 수사 역시 명분이 약해지지 않겠냐는 주장이다. 민주당은 이 대표에 대한 수사가 정치공세라는 점을 지속해서 부각해왔다.
실제 탄핵안 발의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탄핵을 공식 논의하는 모양새를 취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의견도 있다. 민주당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공직선거법 고발, 김 여사에 대한 특검 추진 등을 통해 정부여당을 압박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탄핵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 만으로도 충분한 압박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한 비이재명계 의원은 "실제 탄핵 추진까지는 명분을 더 축적해야 한다. 탄핵 카드를 하나의 정치적 메시지로 활용하는 것까지는 동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탄핵 신중론 상당해…"한 장관에게 말려드는 꼴"
다만 아직은 신중론이 상당한 것으로 관측된다. 탄핵 논의를 본격화하는 것 자체가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수진 원내대변인도 탄핵 추진 계획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국회에서 할 수 있는 것이 탄핵 아니냐는 얘기도 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언제 어떻게 해야겠다고 논의가 진행된 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탄핵 논의 자체가 한 장관에게 말려들었다는 점을 자인하는 꼴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원내 지도부 소속의 한 의원은 "민주당이 한 장관을 상대로 점수를 못 내고 있는 게 사실인데 이런 여론 속에서 당 전체가 장관 한 명을 상대로 맞서는 모양새가 좋지는 않다"며 "탄핵안을 내면 오히려 한 장관을 띄워주는 게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생 강조'라는 최근 민주당 전략에도 맞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금 탄핵 카드를 꺼내 들 경우 당이 강조해 오던 민생 추진 이미지는 가려지고 정치 공방만 대두될 수 있어서다. 국민의힘이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더욱 적극적으로 강조하고 나설 가능성도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