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피의자 전주환(31)이 지난달 18일 검찰이 자신에게 스토킹 처벌법 위반 혐의로 징역 9년을 구형하자 이번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씨는 피해자 때문에 인생이 망가졌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21일 오전 서울 중부경찰서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상 보복살인 혐의로 전씨를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지난 14일 오후 9시경 전씨는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자신을 두 차례 고소한 여성 역무원 A(28)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이날 오전 7시 30분경 전주환은 서울 남대문경찰서 유치장을 나오며 피해자에게 죄송하단 말 말고 할 말이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제가 진짜 미친 짓을 했다"고 말했다. 취재진 앞에 선 전씨는 큰 표정 변화 없이 작은 목소리로 "죄송하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21일 오전 9시 30분부터 열린 브리핑에서 "전씨가 8월 18일 이후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은 전씨가 범행 전에 피해자 근무지와 근무 시간을 조회한 점, 피해자 근무지를 찾아와서 범행을 저지른 점, 집에서 흉기와 일회용 위생모 등을 가져온 점, GPS 조작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한 점 등을 볼 때 계획범죄라고 판단했다.
경찰은 브리핑에서 전씨는 서울교통공사 내부 전산망을 통해 주소, 근무지 등 피해자 정보를 총 네 차례 조회했고, 범행 당일인 14일엔 증산역과 구산역에서 총 두 차례 피해자 정보를 조회했다고 설명했다. 전씨가 파악한 주소는 피해자가 이전에 거주하던 곳이었다고 한다.
전씨는 증산역과 구산역에서 근무하는 서울교통공사 직원 컴퓨터를 빌려 자신의 아이디로 내부 전산망에 접속했고, 피해자의 전 주소지와 근무지 정보를 알아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14일 18시경 전씨는 구산역에서 피해자의 근무 패턴을 파악하고 약 1시간 뒤 피해자가 근무하던 신당역으로 넘어가 범행을 저질렀다.
경찰은 범행 당일엔 피해자를 살해하겠다는 전씨의 범행 동기가 확실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브리핑에서 경찰이 언급한 내용에 따르면 "(전씨가) 원래 피해자 집으로 찾아갔다가 (선고 기일 전) 마지막 날에 피해자를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장소로 찾아갔다"고 한다.
범행 당시 일회용 위생모를 착용했던 이유에 대해선 전씨가 피해자와 마찰하는 도중에 머리카락이 빠져 범행 증거로 사용될 가능성을 우려했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또 경찰은 범행 도구로 사용된 흉기는 작년쯤 구입한 것으로, 진술 과정에서 전씨가 "범행 후에 자살하려고 했다"고 말했으나 구체적인 정황은 파악된 게 없다고 밝혔다.
범행 당일 전씨의 행적도 추가로 확인됐다. 지난 14일 전씨는 오후 1시 18분경 은행으로 가 예금 1700만 원을 인출하려다가 실패했다. 경찰에 따르면 구속될 것을 우려한 전씨가 신변을 정리하고 부모에게 돈을 주려고 했다고 한다.
어제 서울경찰청 행동분석팀에서 실시한 면담에 대해선 "성격 검사와 면담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관계성 범죄인 스토킹 범죄 특성상 사이코패스와 스토킹은 양립하기 힘들어 사이코패스 검사인 PCL-R 검사는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