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 지역이 이번주 러시아로 병합하기 위한 주민투표에 나선다. 크렘린궁이 지원하는 4개 지역의 병합 추진은 최근 우크라이나의 영토 회복에 맞서 러시아가 전쟁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러시아로 병합을 위한 주민투표는 오는 23일 △루한스크 △헤르손 △도네츠크 △러시아가 장악한 자포리자주(州)의 일부 지역 등 4곳에서 진행된다.
이번 주민투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들이 필요성을 언급한 직후 추진됐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주민투표로 이들 지역이 러시아가 되면 국경선이 되돌릴 수 없도록 변경되는 것"이라며 "러시아는 이 지역을 지키기 위해 어떤 수단도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러시아는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름반도에 병력을 투입한 뒤 주민투표로 합병했다.
우크라이나와 미국은 이런 주민 투표를 비판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엉터리'라고 비판하며 "우크라이나는 우리의 영토를 해방할 모든 권리를 갖고 있으며 러시아가 뭐라고 하든 이 영토를 자유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 보좌관은 "우리는 이 지역을 우크라이나의 영토 이외에 다른 것으로 절대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자신감 있고 강한 국가가 하는 행동이 아니다"라며 러시아가 전쟁에서 차질을 빚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뉴욕에서 열린 UN(국제연합) 총회에 참석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납득할 수 없는 엉터리 주민투표"라고 말했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주민투표에 법적 정당성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돈바스 지역의 도네츠크를 장악한 친러시아 성향의 분리주의자 수장인 데니스 푸실린은 이번 주민투표에 대해 "오랫동안 고통을 겪은 주민들이 역사적 정의를 회복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지원을 받아 공세를 강화하고 영토를 탈환한 이후, 러시아 내부 등에선 압박이 심화했다는 분석이다.
크렘린궁 연설 비서관 출신이자 러시아 정치 분석가인 아바스 갈랴모프는 "우크라이나의 공세 속에서 친러시아 분리주의자들은 '러시아가 우리를 버릴 수 있다'는 공포를 느끼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러시아가 강요하는 주민투표를 추진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한편 러시아는 장기전을 준비하는 모양새다.
러시아 하원은 이날 탈영과 항복, 약탈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을 처리했다. 또 전투를 거부하는 군인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할 수 있는 법도 처리했다. 이 법은 상원을 거쳐 푸틴 대통령이 서명할 예정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번 전쟁의 외교적 해결 가능성은 없다고 못 박았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대통령을 지낸 메드베데프 부의장도 주민투표가 이 지역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중요하고, 러시아의 미래를 완벽하게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