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며 첫 유엔 데뷔 무대를 가진 데 이어 한미·한일 양자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우리 기업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는 경제 현안이 달린 한미회담과 관계 개선의 전환점을 모색하는 한일회담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유엔총회서 '자유' 21번 외친 尹
윤 대통령은 20일 오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7차 유엔총회에 참여하면서 본격적인 다자외교의 닻을 올렸다.
윤 대통령은 유엔 회원국 중 10번째로 연설자로 나서 유엔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보편적 가치 공유와 연대를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연설에서 "우리가 현재 직면하고 있는 이 위기는 자유라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자유를 지키고 확장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정신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출발점은 우리가 그동안 보편적으로 받아들이고 축적해온 국제 규범 체계와 유엔 시스템을 존중하고 연대하는 것"이라며 "인류가 진정한 자유와 평화에 다가서기 위해서도 유엔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유엔총회의 주제는 '워터쉐드 모먼트'(Watershed moment:분수령), 팬데믹과 인플레이션 등 경제 위기, 전쟁 등 종합적인 글로벌 위기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이다. 이런 기조에 맞춰 윤 대통령도 '자유'라는 단어를 21번이나 외치며 보편적 가치의 공유와 연대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 이후 김용 전 세계은행 총재와 만나 오후 2시쯤 늦은 오찬을 함께 했고, 이어서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도 만나 국제사회 현안과 관련한 의견을 주고 받았다. 구테흐스 총장과는 이번이 두 번째 만남이다.
윤 대통령은 또 이날 저녁에는 한인 동포 만찬 간담회를 한다. 이 자리에는 김건희 여사도 동행한다.
한일회담도 조율중…뉴욕 빅데이
유엔총회의 하이라이트는 한일회담과 한미회담이다.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조율중이다.
일단 한일 양자회담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 15일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한일 정상회담을 하기로 합의해 놓고 시간을 조율 중에 있다"고 발표하자 일본 측이 부인한 바 있다.
그러나 일본의 이같은 반응은 한일 관계 개선을 반대하는 일본의 일부 여론을 의식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아무래도 일본 내 여론을 의식한 반응 같다"며 "일단은 우리 정부도 일본의 입장을 배려해 더 이상의 추가 확인은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일본의 반대 여론이 어느정도 확인된 만큼 한일 양자회담에서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 많다.
그럼에도 한일 정상이 2년 10개월 만에 만나는 만큼 관계 개선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나 강제징용 등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서는 박진 외교부 장관과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상이 20일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하고 논의를 한 바 있다.
또 하나의 관심사는 한미 양자회담이다. 미국은 전통적이 우방국이지만, 이번에는 마냥 우호적인 회담이 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행정명령에 서명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와 반도체·과학법(the CHIPS and Science Act) 때문이다.
IRA는 미국에서 생산된 배터리와 핵심 광물을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하는 전기차에 국한해 보조금(최대 약 1천만원)을 지원하도록 했다. 현대차그룹은 우리나라에서 전기차를 생산하기 때문에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될 상황에 처했다.
반도체·과학법에는 미국의 세액공제 지원을 받은 기업은 중국 내에 반도체 공장을 새로 짓거나 설비 투자를 확대할 경우, 보조금을 회수한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에 반도체 생산시설을 가지고 있다.
우리 정부는 어떻게든 국내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을 찾고 있고, 한미 회담에서도 이 문제를 중점적으로 제기할 계획이다.
하지만 애초 바이든 대통령이 이같은 '미국 우선주의' 행정명령에 서명한 배경에는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의식했다는 분석이 많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한미 간 이견을 좁히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대신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통화스와프 혹은 통화스와프에 준하는 조치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통화 스와프란 외환 위기 등 비상시 자국 통화를 상대국에 맡기고 사전에 정해진 환율로 상대국 통화를 빌려오는 중앙은행 간 계약이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처음으로 한미 통화스와프가 체결된 바 있다.
최상목 경제수석도 앞서 브리핑에서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에서 외환시장과 관련해 긴밀히 협의하기로 두 정상 간 말씀을 나눴고 재무장관 간 회담도 있었다"며 "(한미 정상의) 공통 관심사이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어떤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양국 정상이 지난 정상회담에서 외환시장과 관련해 긴밀 협의하기로 했다는 면에서 (정상 간) 추가로 논의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통화스와프에는 여러 조건들이 있어 현 시점에서 통화스와프를 논의한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이에 준하는 외환시장 협력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미 정상이 외환시장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시장 안정에 긍정적 효과를 줄 수 있어 이와 관련한 논의가 있을 것이란 유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