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폐장법' 제정돼야 녹색…국회가 쥔 녹색원전 칼자루

연합뉴스

환경부가 20일 녹색분류에 원자력발전을 포함시키며 윤석열 정권의 '원전강국' 국정기조에 부응하고 나섰다. 그런데 핵심 사항에서 '입법'을 전제조건으로 정해, 원전의 녹색화 여부의 칼자루가 '여소야대' 국회에 쥐어진 양상이 됐다.

환경부는 신규 원전과 기존 원전을 2045년까지 한시적으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 포함시킨다는 내용의 개정안 초안을 이날 공개했다. 이후 시민사회 의견수렴을 거쳐 최종안을 마련한다고 밝히면서 "원전의 포함 여부 변경은 불가능하고, 인정조건에 대한 세부 조정만 가능하다"고 확고한 입장을 밝혔다.

환경부는 다만 원전이 녹색을 칠하려면 필요한 조건을 △사고저항성핵연료(ATF)의 2031년 사용 개시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보유 등 몇가지 규정했다.

아울러 사용후핵연료 등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를 위한 '문서화 된 세부계획'도 요구됐다. 그런데 2050년까지 고준위 방폐장 확보가 기준인 유럽연합과 달리 확보 시점은 규정하지 않았다. 대신 원전사업자들이 세부계획을 이행할 근거법의 제정을 추가 조건으로 넣었다.

환경부는 "고준위 방폐장은 사업자가 아닌 정부가 준비해야 하는 것이고, 지난해 확정한 정부 계획도 존재한다. 특정 년도 확보 시점을 제시하기보다, 정부 계획 시행의 확보 수단인 법률제정을 조건에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확정된 정부 계획이란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제2차 고준위방폐물 관리 기본계획이다. 여기서는 '부지선정 절차 착수 이후 37년 내에 영구처분시설 확보'가 목표로 잡혀 있다.

따라서 원전이 녹색산업이 되기 위해서는 원전사업자가 고준위 방폐물 처리 세부계획을 갖춰야 되고, 고준위 방폐장 건설을 규정한 법률이 국회에서 제정돼야 한다. "발표 내용 그대로, 세부 계획과 법률이 있으면 원전은 녹색분류체계에 해당된다"(환경부 관계자)는 얘기다.

이는 거꾸로 고준위 방폐장 관련법이 제정되지 못하는 경우, 원전은 녹색산업이 될 수 없다는 얘기가 된다. 원전업계의 요구가 아무리 절실해도, 국회 동의 없이는 원전 '녹색 칠하기'가 무산될 여지가 생긴 셈이다.

국회는 현재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과반 다수의석을 차지하고 있어, 정부·여당 뜻이 관철되기 쉽지 않다. 야당 입장에서는 굳이 윤석열 정권 국정과제에 부역할 의무가 없는 데다, "지난 5년간 바보같은 짓을 했다"는 등 비난을 쏟아냈다가 최근 재생에너지 산업에 대한 대대적 수사까지 예고한 현 정권과 갈등하고 있기도 하다.

연합뉴스

앞서 민주당은 유럽의 탄소국경세 도입,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캠페인의 국제적 확산을 들어 "원전으로 탄소중립을 이루겠다는 대통령의 안일한 인식이 오히려 대한민국의 미래를 고립시키고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을 되새기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관계자는 "환경부의 조치가 이해되지 않는다. 일단 환경의 보전과 오염방지라는 임무가 부여된 주무부처로서 구체적 규제 책임을 국회에 전가한 모양새가 이상하다"며 "정치쟁점화 될 게 불보듯 뻔한 사안을 여소야대 국회에서 들이민 '자신감 폭발'도 역시 이상하다"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에서도 관련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는 점에서, 타협 가능성이 원천봉쇄된 것은 아니다. 21대 국회 들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련법안은 지난해 민주당 김성환 의원 대표발의 특별법 제정안 등 총 5건 발의됐다. 나머지 특별법 제정안 2건과 방폐물법 개정안 2건은 모두 여당 발의안으로, 정권 교체 뒤 줄줄이 발의됐다.

김성환 의원이 발의안에 적시한 대로, 현재 임시보관 중인 고준위 방폐물의 포화가 목전에 다다른 점이 거국적 합의를 일으킬 수도 있다. 월성원전은 포화상태이고, 고리·한빛·한울원전은 10년 이내 포화된다.

환경부 관계자는 "고준위 방폐물 처분을 위한 전담조직, 부지 선정 절차, 시설 유치지역 지원 등에 대한 법적근거 마련을 위해 특별법 제정이 추진되고 있다. 택소노미에 원전이 포함되든 아니든 고준위 방폐장은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기 때문에 건설해야 된다"고 말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