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DDR5'로 'D램 겨울' 날까…관건은 인텔 서버용 CPU

인텔이 개발 중인 슈퍼컴퓨터 '오로라'에는 사파이어 래피즈 CPU가 2만 개 이상 탑재됐다. 인텔 제공

인텔과 AMD가 차세대 D램 규격인 DDR5를 지원하는 PC용 CPU(중앙처리장치)를 잇따라 선보인다. '겨울'을 맞은 D램 업계에 돌파구가 될 것이라는 기대 속에 시장 규모가 큰 서버용 CPU의 조기 출시 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오는 2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에서 개발자 행사인 '인텔 이노베이션 2022'를 열고 차세대인 13세대 CPU '랩터 레이크(Raptor Lake)'를 공개할 예정이다.

랩터 레이크는 전작인 '앨더(Alder) 레이크'와 마찬가지로 DDR4와 DDR5 D램을 모두 지원한다. 인텔은 PC CPU 최초로 DDR5를 지원하기 시작한 전작에 이어 이번 세대까지 전환기인 점을 감안해 두 메모리를 모두 쓸 수 있게 했다.

다만 세대별로 DDR5의 성능 향상폭은 큰 차이를 보인다. 앨더 레이크의 경우 벤치마크(성능측정) 플랫폼에서 DDR4와 DDR5의 차이는 7% 정도에 불과했다. 랩터 레이크는 DDR5가 DDR4에 비해 성능이 20%가량 높다는 벤치마크 결과가 공개됐다.

해외 정보통신(IT) 전문매체 디지털트렌드는 "인텔의 랩터 레이크는 DDR5를 가치 있게 만들 것"이라며 "큰 폭의 성능 향상은 많은 소비자들이 DDR5 사용을 고려하도록 설득하는 데 충분하다"고 전했다.

AMD의 리사 수 최고경영자(CEO)가 라이젠 7000을 소개하고 있다. AMD 제공

AMD도 처음으로 DDR5를 지원하는 CPU를 선보였다. AMD는 지난달 공개한 젠4(Zen4) 기반의 데스크톱용 CPU '라이젠(RYZEN) 7000'을 인텔의 개발자 행사가 열리는 27일 출시한다. AMD는 3년 만에 내놓는 이번 신제품을 아예 DDR5 전용으로 개발했다.

전세계 데스크톱·노트북 CPU 시장을 양분하는 인텔과 AMD가 이처럼 차세대 DDR5를 지원하는 신작을 속속 선보이면서 반도체 업황 부진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DDR5는 최고 7.2Gbps의 속도로 DDR4 대비 속도가 2배 이상 빠른 차세대 D램 규격이다. 특히 인텔 랩터 레이크의 벤치마크 사례처럼 고도의 연산을 하는 CPU로 갈수록 DDR4와의 성능 차이가 두드러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DDR4에 비해 30%가량 높은 가격이 시장 확대의 걸림돌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전체 D램 시장에서 DDR5 출하량 비중은 4.7%에 불과하다. 성장성은 크다. 내년 20.1%로 늘어나 2025년에는 40.5%를 차지할 전망이다.

D램 '겨울'과 맞물려 DDR5의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는 점은 시장 확대에 디딤돌로 작용할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 2분기 DDR5의 고정거래가격은 전 분기에 비해 3~8% 내려 같은 기간 DDR4(0~5%)보다 하락폭이 컸다.

최근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 등 데이터를 이용하는 방식이 고도화되면서 데이터센터, 슈퍼컴퓨터, 기업용 서버 시장 등에서 고성능 DDR5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업계 최초로 개발한 HKMG 공정 기반의 DDR5 D램은 본격적인 상용화에 들어갔다. 테크인사이츠 제공

삼성전자가 지난해 업계 최초로 '하이-케이 메탈 게이트'(High-K Metal Gate·HKMG) 공정을 적용해 개발한 DDR5 D램이 실제 상용화된 사례도 최근 공개됐다.

반도체 분석 전문업체인 테크인사이츠는 삼성전자가 HKMG 공정 기반의 16Gb(기가비트) DDR5 D램을 대만의 고성능 메모리 모듈 제조업체인 지스킬에 공급한 사실을, 제품을 분해해 역추적하는 '리버스 엔지니어링'을 통해 밝혀냈다.

모바일에서도 DDR5 채택이 늘고 있다. 삼성전자가 업계 최초로 모바일용 저전력(Low Power) DDR5인 LPDDR5를 채택한 지 2년 만에 애플도 이번 아이폰14 시리즈 프로 라인부터 처음으로 LPDDR5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애플도 최신 아이폰14 프로 이상 모델에 LPDDR를 채택했다. 유튜브 캡처

다만 PC와 모바일 시장만으로는 D램 업황 부진의 반전이 시기상조라는 시각도 있다. 전체 D램 시장의 40%를 차지하는 서버용 D램 시장에서 DDR5의 '개화'가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텔은 당초 지난해 하반기로 예고했던 서버용 CPU '사파이어 래피즈(Saphire Rapids)'의 양산을 여러 차례 연기했다. 인텔의 서버용 CPU 시장 점유율은 89.3%에 이른다. DDR5로의 본격적인 전환이 인텔 때문에 지연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텔은 이번 개발자 행사에서 랩터 레이크와 함께 사파이어 래피즈도 공개할 가능성이 크다. AMD 역시 DDR5를 처음 지원하는 서버용 CPU 에픽 7004(제노아) 발표를 앞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서버용 메모리 시장은 전자제품 등 소비자용 가전 시장과 달리 경기나 지정학적 이슈의 영향을 적게 받는 편"이라며 "차세대 서버용 CPU 출시는 DDR5의 채택 증가로 이어져 메모리 시장 회복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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