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소노미 국내용 전락…재생에너지 정체시킬 것"

조현수 환경부 녹색전환정책과장이 20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원자력 발전을 한국형 녹색분류 체계에 포함하기 위해 ▲원자력 핵심기술 연구·개발·실증 ▲원전 신규 건설 ▲원전 계속 운전 등 3가지로 구성된 원전 경제활동 부분에 대한 초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환경부가 원자력발전을 녹색으로 규정하고 나서자 환경단체들은 국제기준에 미달하고 실효성조차 없는 조치라고 비판을 쏟아냈다. 특히 삼성전자의 RE100 가입으로 더 절실해진 재생에너지 발전을 위축시킬 것으로 우려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20일 환경부의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 개정안 초안 발표에 대해 '원자력업계 지원용'으로 깎아내렸다. 환경부가 새로 내놓은 K-택소노미는 원자력 기술연구개발 사업을 녹색부문에, 원전 신규건설과 계속운전을 전환부문에 포함하고 있다.

장다울 전문위원은 "환경부가 기후위기를 근거로 내세웠지만, 파리협정에 따른 2030년까지의 과감하고 조속한 온실가스 감축을 충족시킬 수 없다. 원전 건설에는 10년이 넘는 터무니없이 긴 시간과 값비싼 비용이 들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신규 원전 건설, 소형모듈원자로(SMR), 핵융합 등을 계획한 것은 기후위기 대응보다는 원자력 산업계 먹거리 확보가 그 속내"라고 밝혔다.

이어 "원전을 녹색분류체계에 포함시키면 최근 정부가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를 하향 조정한 것과 더불어 원자력에 녹색투자가 집중되면서 기후위기 대응에 꼭 필요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더욱 정체시킬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월성원전 3호기(왼쪽에서 두 번째). 월성원자력본부 제공

앞서 정부는 2030년 에너지믹스에서 원전 비중을 8.9%포인트 늘리고, 신재생 비중은 8.7% 줄인 새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지난달 말 발표했다. 깎아낸 태양광·풍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의 역할을 고스란히 원전에 맡겼다.

원자력안전과미래 이정윤 대표도 "유럽연합의 택소노미와 매칭되지 않는 K-택소노미는 국내용일 뿐"이라고 단언했다. EU택소노미가 사고저항성핵연료(ATF) 사용 시점을 2025년으로 정했지만, K-택소노미는 2031년이다. 또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가동 시점 2050년을 규정한 EU와 달리 K-택소노미는 시한조차 정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특히 "기준이 다르니 유럽에 원전 수출이 원활할 수가 없는 것도 문제지만, 다른 상품 수출길도 막힐 지경이다. 재생에너지로 물건을 만들어야만 수출할 수 있는 시기가 오고 있다"며 "정부가 수출기업들 딴지를 걸고 있다. '원전강국'을 할 게 아니라, 재생에너지 강국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제공

실제로 최근 삼성전자가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추구하는 국제 민간기구 RE100에 가입해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수요가 크게 늘었다. 유진투자증권 한병화 수석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현재 국내 태양광·풍력 발전량은 전체는 21.5TWh로 삼성전자(27.0TWh) 한 곳의 사용량도 채우지 못하는 수준이다.

사단법인 에너지전환포럼도 "국제 기준에 미달하는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는 원전 확대를 위한 명분 쌓기용 지원제도로 전락시킬 것"이라고 논평했다. 특히 지난해 발표된 제2차 고준위방폐물 기본계획이 법제화할 경우 이를 세부계획으로 인정하겠다는 환경부의 고준위 방폐장 관련 입장을 무책임하다고 봤다.

이들은 "제2차 고준위방폐물 기본계획 역시 건설에 37년이 소요된다고 기술돼 있을 뿐, 언제, 어떤 부지에서 추진할지에 대한 규정이 없는 행정절차 및 공학적 전망"이라며 "녹색분류체계에서 독자적인 엄격한 규정이 필요한 대목에서 환경부가 감당할 책임을 원자력 법률의 제정으로 떠넘긴 것이다. 미래세대에 필요 비용을 전가하는 무책임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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