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피의자 전주환(31·구속)의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신상공개심의위원회는 전씨 범죄 관련 중대성 및 잔인성, 재범 위험성 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번과 같은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검경 협의체를 구성하고 스토킹 사건에 대한 전수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또 피의자를 유치장에 가두는 '잠정조치 4호'를 활성화 하고 '가해자 선 유치·사후 법원 판단'의 구조를 갖는 '긴급 잠정조치' 신설 의견도 낼 방침이다.
다만 대응책 중 상당수는 법 개정이 필요하고, 영장과 잠정조치 4호의 경우 검경 뿐만 아니라 법원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19일 서울경찰청은 이날 오후 내부위원 3명·외부위원 4명으로 구성된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고 전씨의 신상정보를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위원회는 "사전에 계획해 공개된 장소에서 피해자를 잔인하게 살해하는 등 범죄의 중대성 및 잔인성이 인정된다"며 "범행을 시인하고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등 증거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토킹범죄 등 유사 범행에 대한 예방 효과, 재범 위험성 등 공공의 이익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피의자의 성명, 나이, 사진을 공개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전씨는 지난 14일 밤 여자 화장실을 순찰하던 피해자를 뒤따라가 흉기로 살해한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보복살인)를 받는다.
전씨는 피해자를 스토킹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던 중 1심 선고를 하루 앞두고 이러한 범행을 저질렀다.
경찰은 애초 전씨에게 형법상 살인 혐의를 적용해 구속했으나, 보강수사 과정에서 계획범죄 정황을 파악하고 특가법상 보복살인으로 혐의를 변경한 바 있다. 경찰은 검찰 송치 시 마스크를 씌우지 않고 얼굴을 모두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경찰의 대응책 중 우선 신설되는 것은 검경협의체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날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대검찰청은 경찰청과, 지역단위에서는 지청과 해당 경찰서가 협의체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협의체에서 검경은 스토킹 신고부터 잠정조치, 구속영장 신청 등의 단계 등을 긴밀하게 논의하겠다는 계획이다. 윤 청장은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고 잠정조치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훨씬 현실을 알고 판단하게 될 것이고 영장 발부율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잠정조치 4호 인용률도 높아질 것"이라며 "양 기관 책임자가 공감한 만큼 신속한 후속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청장은 스토킹처벌법을 개정하지 않고도 현행법상 가능한 긴급응급조치와 잠정조치 4호(유치장 유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또 초동 대응 현장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를 신속하게 분리하기 위해 '가해자 선 유치·사후 법원 판단'의 구조를 갖는 '긴급 잠정조치' 신설 의견도 낼 것이라고 밝혔다. 윤 청장은 "잠정조치 4호를 신청해도 법원에서 결정하는 데 2~5일이 걸리기 때문에 공백을 메우기 위해 바로 유치장에 유치하고 사후 판단을 받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긴급응급조치 위반 시 형사처벌 추진과 관련 "단순한 벌금보다는 좀 더 나가야 하지 않겠나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재의 3단계(경찰 신청, 검찰 청구, 법원 결정)로 이뤄진 긴급응급조치 구조를 경찰, 법원의 2단계로 간소화하는 방안을 장기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윤 청장은 또 전국 경찰이 수사 중인 스토킹 관련 사건을 전수조사하겠다고 방침이다. 전수조사 대상은 서울 기준으로만 약 400건인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이원석 검찰총장은 취임 후 첫 출근일인 이날 오전 경찰청사를 찾아 윤 청장과 스토킹 범죄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 총장은 이날 면담 전 취재진과 만나 "최근 발생한 충격적 사건이었던 스토킹 범죄 등 민생 침해 범죄에 엄정하게 대응하도록 협력 방안을 논의하겠다"며 "법무부, 행정안전부, 국회에서 여러 제도 개선책을 마련하고 법령도 개정할 것으로 알지만 현재 법령 안에서 피해자 안전을 주안점으로 두고 양 기관이 협력할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스토킹 살인 사건이 또 벌어지면서 파장이 커짐에 따라 검경이 머리를 맞대는 모습이지만 아직 넘어야 할 과제도 많다. 대응책 상당수가 법 개정이 필요하고, 영장과 잠정조치 4호 조치를 위해선 검경 뿐만 아니라 법원의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3단계로 이뤄진 긴급응급조치 구조를 경찰, 법원의 2단계로 간소화하는 방안의 경우 이제껏 법무부와 검찰이 반대해왔다는 점에서 향후 논의 과정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실질적 피해자 보호 등 대책을 구체화하는 부분도 관건이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전문가에 의한 정신과 진료와 상담,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피해자 신변경호 인력배치 등 상황에 따른 안전조치 도입을 적극 강구해야 한다"며 "안전조치를 피해자가 수사기관을 거치지 않고도 법원에 직접 신청해 보호 받을 수 있도록 강화된 '피해자 보호명령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