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싣는 순서 |
①한 핏줄부터 우리말 하는 중국인이라는 생각까지 ②"이거 먹어 봤어?"부터 "한국 좋은 사람 많아"까지 ③[르포]옌지는 지금 공사중…조선족의 서울 옌지를 가다 ④만주로 건너간 선조들은 어떻게 조선족이 되었나 ⑤중국 동북지역 개척자…황무지를 옥토로 ⑥문화혁명 암흑기 건너 개혁개방의 주체로 ⑦조선족의 자랑 연변대학과 주덕해 ⑧동북은 비좁아…中 각지로 세계로 진출한 조선족 ⑨조선족 세계화·전국화 좋은데…없어지는 그들의 고향 ⑩中 최대 조선족 마을 만융촌을 가다 ⑪성공의 이면에 잊혀지는 우리말과 문화…정체성 위기 ⑫중국어 교재·중국말로 수업…무늬만 '조선족학교' ⑬우리말 잊어가는 아이들…주말학교 대안으로 급부상 ⑭"이러다 한족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부모들 움직여" (계속) |
지리적 인접성 때문에 한국과 교류가 빨랐던 산둥성 옌타이시에는 조선족들도 많이 산다. 하지만 넓은 지역에 하나의 학교를 꾸릴 정도의 인원은 안 되다보니 다른 도시에서처럼 조선족 아이들의 우리말 교육이 문제로 떠올랐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2012년 옌타이한글학교가 세워졌고 10년의 시간을 지나면서 많은 조선족 학생들이 이 곳을 거쳐갔다. 시간이 흐르면서 경험과 노하우도 쌓이면서 우리말 교육도 깊어지고 있다.
7월 29일에서 8월 1일까지 칭다오에서 열린 도시우리말학교협의회 교사연수회에 참석해 모범사례 발표를 한 옌타이한글학교 박경화 교장을 만났다.
-2012년에 옌타이 한글학교가 시작됐는데 벌써 10년이다. 그동안 몇 명의 학생이 거쳐갔나?
=지금 한 한기에 100명 정도 되는 학생이 수업을 받는다. 이들이 모두 신입생은 아니고 1년에 160명 정도가 이 곳을 거쳐 간다고 보면 된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2012년 출발 때는 10명 정도에서 시작했고 제가 합류하던 2016년에는 40명 정도됐다. 학생이 100명 정도 된 지는 3년 정도 됐다. 그간 여기를 졸업한 학생이 700~800명은 되지 않을까 싶다.
-어떤 학생들이 오나?
=부모 모두가 조선족인 경우는 50% 밖에 안 되고, 조선족이 한족이나 한국 사람과 결혼해서 낳은 아이들도 많다. 간혹 옌타이에서 태어나 한국말을 못하는 한국 아이도 온다.
-여기서 공부를 한 아이들의 한국어 실력은 어떻게 되나?
=중급 과정을 놓고 보면 사실 한국에서 생각하는 중급 수준에는 많이 못 미친다. 집에서 한국말을 쓰는 경우가 아주 적기 때문에 중급이라고 해도 읽는 것은 괜찮은 데 일상생활에서 우리말을 쓰는 게 좀 어려운 정도라고 보면 된다.
-주말 한글학교 과정을 마친 아이들의 민족에 대한 생각 등이 달라지나?
=그렇다. 많이 달라진다. 아이들이 일주일에 한번씩 배워서 한글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든지 하는 것은 바라지도 않는다. 공부를 통해서 우리민족이 이런 것을 입고 먹고 쓰고 살았구나 하는 것을 배우고 느끼는 좋은 계기가 된다.
-우리말 학교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아이가 집에서 한국말을 잘했다. 그런데 유치원에 들어가서부터는 아주 빠른 속도로 우리말을 잊어버리고, 하지 않으려고 하더라. 이러다가 중국 아이가 되겠구나 한족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부모들 마음이 다 그렇다. 그런 마음들이 합쳐져서 우리말학교가 자발적으로 만들어졌다.
-조선족 가운데 우리말 교육을 제대로 못 받아서 우리말을 제대로 못하고 한족화된 경우는?
=우리가 이민 3세다. 우리까지는 정체성을 간직하면서 커왔다. 그런데 우리 아랫세대들은 정체성이 확 약해진 게 사실이다. 이민 4세대가 부모가 됐을 때 우리말에 대해서 얼마나 애착을 갖고 후세들에게 교육을 시켜줄 수 있을까 굉장히 고민이다.
-기억에 남는 학생이 있나?
=옌타이 한글학교가 세워지기 전에 지금 후원회장 하시는 분이 방학때 한국국제학교 선생님들을 초청해서 두 차례 한글수업을 했었다. 그런데 그 수업에 참여했던 한 학생이 내가 조선족이고 고국이 한국과 조선(북한)에 있다는 걸 느꼈나 보다. 이후 열심히 공부해서 고려대에 합격했다. 그 학생 어머니가 연락을 주셔서 한글학교 덕분에 한국에 좋은 학교에 가게 됐다면서 감사의 뜻을 밝히셨다. 2018년부터 매년 1만위안(약 190만언)을 후원해 주고 계신다.
-한국에는 조선족에 대해 편견도 가진 사람도 많은데 한국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 있나?
=저도 한국에서 공부를 했다. 한국에는 편견을 가진 분보다는 편견을 안 가진 분이 많다. 편견이 없는 것은 아니다. 확실히 편견이 존재하고, 한국 사람들 내부에서도 지역 등으로 라벨을 붙이고 하는게 있지 않나.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이해를 하려고 했으면 좋겠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