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한국의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수십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이런 투자를 증진시켜야지 낙담시켜서는 안 됩니다."
래리 호건 미국 메릴랜드 주지사는 17일 오전 JW 메리어트호텔 서울에서 열린 메릴랜드 경제사절단 한국 방문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한 한국 기업들의 우려에 대해 이 같이 설명했다.
이번 방한은 한국과의 경제협력과 투자 교역 확대 방안을 협의하기 위해 이뤄졌다. 호건 주지사는 그간 민주당 세가 강했던 메릴랜드주에서 공화당 출신 최초로 재선에 성공하면서 당의 대권 잠룡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울러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로 비판의 목소리를 내며 당내에서 자신의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호건 주지사는 현안으로 떠오른 IRA 입법과 관련 "미국 의회에 너무 서둘러서 제출됐다"며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또 "경제사절단이 한국을 세 번이나 찾게 된 이유는 가장 중요한 동맹국 한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IRA의 세부 시행령 입안 과정에서도 한국 기업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서명한 IRA은 북미에서 생산한 전기차(EV)·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에만 최대 7500달러(약 1천만 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한국에서 전기차를 조립해 미국에 수출하는 우리 기업들이 매출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IRA 입법을 바이든 대통령이 중간선거 승리를 위해 띄운 승부수로 보고 있다. 선거 승패가 걸려 있는 상황에서 IRA 수정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호건 주지사는 "미국 민주당이 상·하원에서 우위를 차지한 상황에서 중간선거 전까진 IRA 내용을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선거 이후 세부적인 내용을 다듬을 때 타협안이 도출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번 기자회견은 윤석열 대통령과의 45분 면담이 이뤄진 다음날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호건 주지사에게 IRA로 인한 한국 기업의 피해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건 주지사는 "윤 대통령께서 곧 뉴욕에 방문해 바이든 대통령을 만날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때 관련 논의하실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메릴랜드주는 주 역사 최초로 서울에 무역사무소를 개설하기로 했다. 메릴랜드주는 미국에서 바이오 산업의 성지로 꼽힌다. 호건 주지사는 "노바백스와 SK가 이곳에서 여러 협력을 할 것이라는 데에 기쁘게 생각한다"며 "한국 기업들도 메릴랜드주에서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호건 주지사는 한국계 유미 호건 여사와 결혼하며 '한국 사위'로도 불린다. 그는 주지사 관저에 김치냉장고를 두고 김치 맛을 꼼꼼하게 가릴 정도로 '한국의 맛'에 익숙하다. 유미 호건 여사는 "이번 방한 중 제주를 방문했을 때도 호건 주지사가 밥을 국에 말아 먹으며 다양한 젓갈들을 맛봤다"고 후일담을 전했다.
이어 "남편이 매운 음식을 잘 먹는다"며 "특히 돼지불고기를 좋아하는데 이 요리도 덜 맵게 만들면 고춧가루를 더 칠 정도"라고 말했다. 이에 호건 주지사는 "호건 여사가 맛있는 음식으로 유명한 전라남도 출신"이라며 "장모님께 배운 요리 솜씨가 뛰어나다"고 추켜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