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정부가 전술핵을 포함한 북한의 모든 형태의 핵 위협에 '압도적이고 결정적으로' 대응하기로 합의했다.
워싱턴DC에서 열린 제3차 한미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협의체) 회의에서다.
협의체는 북한의 핵공격에 대응한 미국의 핵우산 가동 등을 논의하기 위한 것으로,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4년 8개월 만에 처음 회의가 열렸다.
회의 직후 양 정부가 발표한 공동성명에는 핵전쟁 불사 의지가 충만해 있다.
대표적으로 "동맹의 억제태세 강화를 위해 양국 국력의 모든 요소를 사용하는 노력을 지속하기로 약속했다", "한미는 북한의 어떠한 핵 공격도 압도적이며 결정적인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는 부분이다.
공동성명을 보충 설명하기 위해 이날 워싱턴에서 특파원 브리핑을 연 조현동 외교부 1차관은 "미국이 우리나라를 방어하기 위해 기존의 핵, 재래식 미사일 방어역량은 물론 최첨단 역량인 진전된 비핵전력을 포함한 모든 군사역량을 총동원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조 차관과 함께 협의체 회의에 참석한 신범철 국방부 차관도 "미국측이 전략자산을 적시에 효율적으로 역내에 전개하는 것과 관련해 한국과 공조하기로 약속했고, 한미는 연합방위 체제 하에서 확장억제 실행력을 높이는 다양한 방안 논의했다"고 전했다.
북한의 핵 공격 가능성에 대한 한미 양국의 그 동안의 대응 과정에서 '북한의 어떠한 핵공격도 압도적이며 결정적인 대응"과 같은 대담하고 공세적인 표현이 등장한 적은 없었다.
이날 브리핑에서도 이와 관련된 질문이 나왔다.
해당 표현이 북한 핵(무기)에 대해 핵(무기)으로 대응한다는 의미가 맞느냐는 질문에 대해 우리 정부 당국자는 "그렇다"고 답했다.
'북한의 핵 공격에 대한 우리의 핵 대응이 자동적이거나 즉각적으로 나가는 것이냐'는 추가 질문에 대해서 이 당국자는 즉답은 피했지만 그렇다고 부인하지도 않았다.
그의 답변을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핵전력이라는 것은 말하는 순간 스스로 책임 문제가 되고 잘못하면 공세적으로 해석되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그 부분 관련해 가급적 전략적 모호성 유지하는 게 핵보유국들의 기본적 운용방침이다. 이 표현이 가지는 의미는 충분히 해석 가능하다. 그런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북한에 강력한 메시지 주고 경고의 의미도 담는다. 이 표현에 대한 해석을 구체적으로 어떻다 확정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문제는 북한이 핵무기 사용을 제도화했다는 사실이다.
북한은 지난 9월 8일 핵무기 사용 조건을 명시한 '핵무력정책 법령'을 채택했다.
적의 공격이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와 '작전상 불가피하다고 판단될 경우' 핵 선제공격을 정당화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남북간 우발적 충돌 과정에서 핵무기 사용 가능성에 대해 우려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CBS노컷뉴스와 인터뷰에서 "대북 전단 살포를 북한은 코로나19 바이러스 전파와 같은 북한 체제를 혼란에 빠뜨리기 위한 '생화학전'으로 간주하고 있다"며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해 통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고, 바이든 행정부는 오히려 장려하는 입장이라 남북 간에 우발적 충돌을 일으킬 소지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남북한 간의 우발적 충돌 시 북한이 재래식 무기 분야에서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전술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미국이 '압도적이며 결정적인 대응' 차원에서 전략핵무기로 대응한다면, 북한도 전략핵무기로 서울과 워싱턴 DC 및 뉴욕을 보복함으로써 한반도 전체가 초토화되고 미 본토도 장기간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