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식 통계를 보면 코로나19 여름유행의 확산세가 꺾였지만, 위증증 환자는 크게 줄지 않고 있다. 통상 1~2주 시차를 두고 위중증 환자도 감소한다고 정부는 밝혀 왔지만 이런 공식에서 빗나가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갈수록 코로나 검사를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통계에 잡히지 않은 감염자가 많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정부가 발표한 것만큼 유행이 크게 꺾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름 재유행이 시작된 이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지난달 17일 18만 745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확진자 감소세는 눈에 띄게 줄었다. 추석 연휴 이동량이 증가한 탓에 이달 14일 9만 3967명으로 반짝 급증하긴 했지만, 꾸준히 감소세를 유지하면서 지난 16일은 5만 1874명으로 내려왔다.
일주일 평균 그래프를 봐도 8월 23일부터 하향곡선을 그렸다.
반면 위중증 환자는 서서히 증가하다가 8월 29일 597명으로 최다를 보였다. 신규 확진자가 정점에 도달한 이후 12일 만에 위중증 환자도 정점에 다다른 것이다. 여기까지는 신규 확진자와 1~2주 시차를 두고 감소한다는 정부 분석과 맞아떨어진다.
이지만 이날 이후부터 위중증 환자는 큰 변동없이 500명대 박스권에서 움직였다. 뚜렷한 하향세를 보이지도 않으면서 길게 꼬리가 늘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 통계와 실제 감염자 규모 간 차이가 크게 벌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오미크론 유행 이후 개인에게 방역을 맡기는 쪽으로 대응체계가 바뀌면서 점점 검사를 받지 않은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신상엽 한국의학연구소 수석상임연구위원은 "신규 확진자가 감소한 후 1~2주가 지나면 위중증 환자가 줄어든다는 것은 확진자 숫자가 제대로 측정될 때의 얘기"라면서 "확진자 규모가 줄어도 위중증 환자가 줄지 않는 것은 통계와 별개로 유행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위중증 환자를 근거로 10만명 안팎으로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추정했다.
정부가 고위험군을 타깃으로 한 표적방역이 크게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고령층이 무증상이나 경증 상태에서 진단을 받으면 아직도 치료제를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그러니까 그런 분들이 1~2주가 지나면서 중증 환자가 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천 교수는 "85세 암환자가 증상이 경미하다고 해서 치료제를 받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면서 "아직도 고위험군에 대한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지금 60대 이상 감염자가 전체 감염자의 4분의 1이 된다"며 "고위험군 감염이 줄지 않으니까 계속해서 고위험군에서 위중증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