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논란거리, 녹조독소 '마이크로시스틴'

지난달 4일 낙동항 하류 지점인 경남 김해시 대동선착장에서 환경단체 관계자가 녹조가 심한 낙동강 물을 잔에 담은 이른바 '녹조 라떼'를 보여주고 있다. 정혜린 기자

가을바람이 불면서 극심했던 낙동강 일대 녹조가 감소세지만, 녹조 독소 '마이크로시스틴' 논란은 여전하다. 향후 민관 공동조사가 논란을 해소할지, 조사 과정이나 결과를 놓고 논란이 가중시킬지 미지수다.

17일 환경부에 따르면 이르면 이번 주 낙동강네트워크 등 환경단체와 공동조사 관련 논의를 위한 회동이 이뤄질 예정이다. 상하수도나 하천수질 등 관련 학회에 대한 섭외 작업도 병행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환경단체와 제3의 기관이 참여하는 공동조사를 이달 중 추진한다"던 최근 환경부 발표에 따른 후속조치다.

마이크로시스틴(Microcystin)은 녹조 유발 미생물인 남세균이 생성하는 수십 종류의 독소 가운데 하나다. 간독성을 지닌 이 물질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발암물질 2군으로 분류하고, 일본 학계에서는 "시안화칼륨(청산가리)의 100배 이상 독성"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이게 사람이 마시는 '수돗물'에서 나왔다는 게 논란의 핵심이다. 자연 상태의 강에서 나와도 큰일이었을 녹조 독소가 식수에서 발견됐다는 연구결과는 파문을 일으켰다. 정수처리로 독소가 걸러지지 못했을 가능성이 제기된 상황이어서다.

대구환경운동연합과 부경대학교 이승준 교수 연구팀은 대구 정수장 3곳에서 채취한 '정수된 물' 모두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리터당 0.226~0.281μg 검출됐다고 지난 7월 발표했다. 최대 0.281ppb다. '정수되지 않은' 원수에서의 검출량은 최대 0.438ppb(리터당 1.388~0.438μg)였다.

지난달 4일 경남 창녕군 길곡면과 함안군 칠북면 경계에 위치한 창녕함안보 일대 낙동강에서 녹조가 관찰되고 있다. 연합뉴스

식수 안전이 의심받자 환경부는 8월부터 최근까지 5차례 해명자료와 언론브리핑 등을 통해 "녹조가 발생해도 안전한 수돗물, 안심하고 드셔도 된다"고 밝혔다. 표준정수처리에서 99% 이상, 고도정수처리에서는 거의 완벽하게 마이크로시스틴이 제거된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최근 정수장 10곳 대상 조사에서도 모든 원수에서는 리터당 0.059~1.551㎍ 검출됐으나, 그 어떤 수돗물에서도 어떤 분석방식을 쓰든 마이크로시스틴이 일절 검출되지 않았다고 거듭 밝혔다. '수돗물 불검출' 결론을 내면서 환경부는 본인들 분석법(LC-MS/MS)뿐 아니라, 환경단체 측이 쓴 '효소결합 면역흡착 분석법'(ELISA)까지 활용하며 '안전성'을 강조했다.

기본적으로 환경부는 ELISA의 표시한계가 0.3ppb이어서 미만 측정치는 과학적으로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미국 환경보호국(EPA) 기준을 준용한 것이다. 환경부 이같은 입장대로라면 0.281ppb는 '불검출'에 해당한다.

하지만 정작 산하기관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해 낸 보고서에서 검출한계를 0.1ppb로 기준 삼았다. 국립환경과학원 방식으로 하면 0.281ppb는 엄연한 검출이다. 환경운동연합은 "미국 다른 주에서는 표시한계가 0.26~0.1ppb로 설정돼 있고, 학계에서는 0.1ppb까지 데이터를 사용한다"며 "환경부 주장은 매우 왜곡됐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2개월간 환경단체와 환경부 간 폭로와 해명, 반박과 재반박이 거듭되면서 논란이 이어지자 결국 환경부가 민관 합동조사 카드를 뽑았다. 그러나 조사 범위를 두고 환경부와 환경단체 간 이견이 나와, 실행 준비 단계에서부터 마찰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4일 낙동항 하류 지점인 경남 김해시 대동선착장에서 환경단체 관계자가 녹조에 포함된 독소를 분석하기 위해 시료를 채취하고 있다. 정혜린 기자

환경단체는 녹조 문제 전반에 대한 종합적 공동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단기간 조사, 수돗물에 국한된 조사로는 국민건강이라는 본질적 문제에 접근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이미 농작물이 녹조독소에 오염됐다는 사실까지 지난해 확인됐다. 환경부가 심각성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수돗물 안전 부문에만 천착하던 환경부는 물관리 전반으로 사안을 확대하는 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전략적으로도 한여름 녹조 발생기를 지난 현시점에 신속하게 조사를 마쳐 결론 내는 쪽이 유리하다.

특히 '4대강 보' 공방으로까지 확산될 수도 있는 녹조 문제의 특성상 이슈의 장기화는 정치쟁점화의 위험이 있다. 한화진 장관은 최근 "금강·영산강 보의 활용방안을 찾아 보를 보답게 쓰겠다"고 국가물관리위원회의 '보 해체' 결정에 불복 의사를 내비쳐 "정권의 꼭두각시"(환경운동연합)라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에서 환경단체 활동가를 비롯한 민간 전문가들이 '낙동강 국민 체감 녹조조사단'의 조사결과를 발표한 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환경단체 사이에서는 국가물관리위원회 결정 관련 '정치감사'를 벌이고 있는 감사원이 결정을 내는 즉시 환경부가 보 해체를 공식 번복할 것이라는 의심도 만연해 있다. 최재해 감사원장은 "감사원은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지원하는 기관"(7월 30일 국회 법사위)이라는 기상천외한 발언도 했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녹조 문제가 4대강 사업 문제, 보 해체 문제로 이어지는 것을 차단할 목적으로 한화진 장관이 존재한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반면 환경부 관계자는 "환경단체 쪽에서 수돗물 문제 외에 플러스알파까지 생각하는 등 스탠스가 바뀌었다"고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그는 그러면서도 "조사의 방법과 범위 등이 구체적으로 논의된 게 없는 만큼, 환경단체를 만나 얘기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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