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출신 태영호(국민의힘) 의원이 북핵 문제 해법의 한 단계로 북미 수교 논의를 주장해 관심을 끈다.
태 의원은 15일(현지시간) 워싱턴 특파원들과 만나 미국의 싱크탱크 인사들과 북핵문제 해법을 놓고 토론한 결과를 소개했다.
그는 대중국 의회간 연합체(Inter-Parliamentary Alliance on China)' 포럼 참석차 워싱턴DC에 머물고 있다.
그는 우선 윤석열 대통령이 광복절 때 제안한 대북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
그는 "북한이 비핵화를 하면 무엇을 주겠다와 같이 공정별로 인센티브를 주는 담대한 구상같은 방식으로 가면 큰 성과를 거둘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북한이 핵무기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담대한 구상'을 지지한다면서도 "다만 담대한 구상을 윤석열 정부가 실현하려면 담대한 구상 안에 북한이 비핵화 협상이나 대화에 나올 수 있는 플러스 알파인 대북 유인책이 있어야 되는데, 이게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플러스 알파'가 바로 북미 수교 협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북미 수교 협상을 제안해야 북한이 회담장에 나올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다. 그는 이를 '창의적인 제안'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미국이 북미 수교 협상에 대해 "현재 애매한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이 북한과 조건 없는 대화를 하겠다고 이야기하지만 거기에서 한 발 더 들어가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싱가포르 공동선언에서 이미 합의한 북미간 새로운 관계 수립 문제부터 토론하자고 구체적으로 대화 제안을 해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비핵화 문제를 논의하는 순서를 바꾸자는 제안인 셈이다.
그는 "비핵화 문제를 위한 대화만 한다고 하지 말고, 일단 먼저 (북미) 수교와 같은 대화를 위한 구조적인 틀을 만들어 놓고 그 다음에 비핵화 문제를 논의해야한다"고 보충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 같은 '창의적 제안'에 대한 미국의 싱크탱크 쪽 반응은 어떨까?
태 의원은 "미국 전문가들은 그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이 대단히 강하다"고 전했다.
선(先)수교 후(後) 문제해결로 유명한 '키신저 학습' 때문이라는 것이다.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1970년대 소련 견제를 위해 중국과 수교를 주창해 실현시켰지만 결국 중국의 힘만 키우지 않았냐는 비관론이다.
태 의원은 그러나 '북한판 키신저'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키신저 방식을 실패로만 봐서는 안 되기 때문이란다.
그는 "미국과 중국간 수교를 통해 소련이라는 거대한 붉은 괴물을 하나 허물어 버리지 않았느냐. 소련과 중국을 갈라놓고, 소련을 완전히 붕괴시키는 전략은 성공했다"고 긍정 평가했다.
태 의원은 "모든 것을 어떤 즉각적인 결과만으로 보거나, 한 측면 봐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향후 10~20년 이후 장기적으로 북한에 변화를 일으키고, 북한과 중국을 어떻게 갈라놓을 것인가를 논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