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역 역무원 살인'…또 스토킹 범죄, 피해자 보호 적절했나

서울교통공사 前동료…스토킹 및 불법촬영 혐의 재판 중 범행
당초 오늘 선고기일…원한, 범행동기인 듯
경찰, 첫 고소장 접수 후 구속영장 신청…법원서 기각
신변보호 한달만 조치…도마 오른 스토킹 예방, 경찰 신상공개 검토

15일 오전 신당역 여자화장실 입구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 지하철 여자 화장실에서 여성 역무원을 살해한 남성이 체포됐다. 경찰은 남성이 과거 여성을 스토킹했었고, 불법촬영 혐의도 받고 있어 선행 범행과 연관된 보복 심리가 범행 동기인 것으로 일단 보고 있다. 또다시 스토킹 범죄가 살인으로까지 이어지면서 범죄 예방에 있어 안일했다는 비판이 불가피해 보인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20대 여성 역무원을 살해한 남성 A씨(31)를 체포해 수사 중이다.

15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피해자와 입사 동기였던 A씨는 불법 촬영 영상을 유포하겠다며 피해자를 협박하고 스토킹한 혐의로 두 차례 피해자로부터 고소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스토킹 범죄 이후 피해자가 사망한 것이어서 피해자 보호 조치가 적절했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더불어 A씨가 역무원으로 근무한 경험으로, 야간 순찰 근무는 혼자 이뤄진다는 점을 알고 범행을 계획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신당역 역무원이 해당 살인사건이 발생한 여자화장실 입구 등 역사 내에 설치된 CCTV 화면을 모니터링하는 모습. 연합뉴스

피해자는 가해 남성에게 불법촬영물 등으로 협박받고 스토킹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됐다. 스토킹 범죄가 또다시 강력범죄로 번진 것이다.

이에 B씨는 지난해 10월 7일 가해자 A씨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촬영물 등 이용협박) 혐의로 고소했다. 고소 이후 경찰은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법원은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며 기각했다.

이후 경찰은 피해자를 신변보호 112시스템에 등록하는 조치를 한 달간 실시했지만, 피해자가 원치 않는다는 이유로 잠정조치나 스마트워치 지급, 연계순찰 등 다른 조치는 취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10월 13일 경찰이 서울교통공사에 수사개시를 통보하면서 A씨는 직위해제됐다.

이후 A씨는 B씨를 계속해 스토킹했고, 피해자는 올해 1월 27일 A씨를 스토킹범죄의처벌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경찰에 다시 한번 고소했다. 경찰은 2차 고소 때는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았다.

A씨는 혐의가 인정돼 올해 2월과 7월 각각 재판에 넘겨졌고 두 사건이 병합된 재판은 이날 서울서부지법에서 선고가 예정된 상황이었다. 재판은 전날 범행에 의해 연기된 상태다.

15일 오후 한 시민이 20대 여성 역무원 살인사건이 벌어진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 앞에 추모의 꽃과 혐오 범죄 중단을 촉구하는 글이 담긴 보드판을 놓고 있다. 연합뉴스

신변보호 대상 여성과 그 가족을 살해한 김병찬(36), 김태현(25) 등 스토킹 범죄 이후 여러 개선책이 나왔지만, 여전히 피해자 보호 대책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 A씨가  B씨와 함께 서울교통공사에 함께 재직했던 입사 동기였던 만큼 야간에는 역무원 혼자 역 시설을 순찰한다는 것을 간파하고 있었다는 이 이 사건이 벌어진 계기가 아니었느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날 피해자측 유족은 "거의 하루가 멀다하고 이런 스토킹 사고가 많이 발생되고 있는데 하루빨리 제대로 된 매뉴얼이 보장 돼서 재발을 줄이는 게 제일 큰 문제라고 본다"며 "노원구 중계동에서도 세 모녀 사건도 있고 하루 이틀도 아니고 한 두 번도 아니고 여성분들이 정말 마음 놓고 다닐 수 있는 그런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조카가 부모님께는 (스토킹에 대해) 말하지 않고, 사촌 여동생에게 남자가 스토킹하고 있고 자기를 귀찮게 해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말했다고 들었다"며 "특별한 문제가 없었고 평범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에 보호 요청을 연장하지 않은 듯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이 (재판) 선고 날짜라 보복을 서둘렀던 것 같다"며 "계획적이고 의도적인 범행이다. 제도적으로 회사에서 매뉴얼로 취약 시간대에 2인 1조 근무를 시키는 등 방법이 필요하다"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신당역 화장실 앞에 놓인 추모의 꽃. 연합뉴스

A씨는 지난 14일 오후 9시쯤 신당역 여자 화장실을 순찰하던 역무원 B씨를 쫓아가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범행 당시 그는 신당역에서 1시간 10분가량 머물며 피해자를 기다렸다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흉기를 미리 준비하고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일회용 위생모를 쓴 채 범행을 저질렀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오래전부터 범행을 계획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흉기에 찔린 피해자는 화장실에 있는 비상벨을 눌러 도움을 요청했고, 비명 들은 다른 시민들도 신고에 나섰다. 이후 역사 직원과 사회복무요원, 시민들이 합세에 A씨를 붙잡아 경찰에 인계했다.  

피해자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같은 날 오후 11시 30분 끝내 숨졌다.

경찰은 A씨가 B씨에게 원한을 품고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 피해자와 가해자는 과거 사건으로 재판이 진행 중이었다"며 "이 과정에서 가해자가 원한을 갖고 보복성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추정하고 수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한 경찰은 보강수사를 통해 특가법상 보복범죄에 의한 살인 혐의로 죄명 변경을 검토 중이다. 또 A씨의 신상을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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