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원 선임한 BMW…'화재 결함 은폐' 소송 헌법재판소로 번지나?

지난 2018년 BMW 차량의 주행 중 화재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는 가운데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빌딩 지하 주차장에 BMW 차량 임시 주차구역이 마련돼 있다. 황진환 기자

대한민국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BMW 차량 연쇄 화재 결함'과 관련해 BMW코리아가 결함을 알고도 은폐했다며 재판에 넘겨진 가운데 BMW코리아 측이 14일 자신들에게 적용된 '구(舊) 자동차관리법'은 위헌이라며 '위헌법률 심판 제청'을 요구했다.

특히 BMW코리아 측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때 주심을 맡았던 강일원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법무법인 케이원챔버)을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화재 발생으로부터 약 6년 만에 형사 재판이 시작됐지만, 재판부가 BMW코리아의 요구를 받아들여 위헌법률 심판 제청에 나설 경우 BMW 화재 결함 은폐 재판은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나올 때까지 중단된다.

BMW코리아 "우린 수입업자일 뿐"… 위헌 심판 강하게 요구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12단독 심리로 이날 열린 BMW코리아의 자동차 관리법 위반 혐의 공판준비기일에서 BMW코리아는 검찰의 공소 사실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앞서 지난 5월,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박규형 부장검사)는 BMW코리아 AS부서장 전모 씨와 부장 정모 씨 등 총 4명과 BMW코리아를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이들이 지난 2016년 8월부터 2018년 4월까지 일부 디젤 차량에서 화재로 이어지는 결함이 있음을 파악하고도 이를 숨겼다는 것이다.

이에 BMW코리아 측은 자신들은 자동차 제작사가 아닌 수입업자이기 때문에 결함을 조사하고 파악할 능력이 없다고 맞섰다. 결함을 파악할 능력이 없으니, 은폐할 대상도 없다는 논리다.

BMW코리아 변호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김앤장 측은 "BMW코리아는 이 사건의 결함을 파악할 능력이 없다"라며 "BMW코리아는 결함을 파악할 어떠한 인적·물적 설비도 없고, 독일 BMW본사가 오랜 실험으로 결함 원인이 무엇인지 발견하고서 통보를 해줘야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주체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판부에게 '위헌법률 심판 제청'을 강하게 요구했다. 자신들에게 적용된 '구 자동차관리법'이 헌법에 위배되는 법률이라는 것이다. 지난 2016년 8월부터 디젤 차량 등에서 연쇄 화재가 발생한 BMW는 구(舊) 자동차관리법을 적용받고 있다. 현행 자동차관리법은 2020년 국회에서 개정된 바 있다.

BMW코리아 측은 "구 자동차관리법은 태생부터 입법적 오류가 명백한 법안"이라며 그 이유로 크게 △ 죄형법정주의가 요구하는 '명확성 원칙' 위배 △ '비례 원칙' 위배 △ '자기 책임 원칙' 위배를 들었다.

지난 2018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소비자협회 BMW 집단소송단 기자회견' 에 참석한 대전보건대 과학수사과 박성지 교수와 대덕대 자동차공학과 이호근 교수가 바이패스밸브와 EGR 등 관련부품에 대해 대화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BMW코리아 측이 문제 삼은 법률 조항은 구 자동차관리법 31조 1항에 있는 '자동차 제작자 등이나 부품 제작자 등은 제작한 자동차 또는 자동차 부품이 안전 운행에 지장을 주는 등의 결함이 있는 경우에는 그 사실을 안 날부터' 부분이다.

BMW코리아 측 변호인단은 "해당 법률에서 '안전 운행에 지장을 주는 결함이 있는 것을 안 날'의 해석은 매우 어렵다"라며 "안전, 운행, 지장이란 용어가 모두 일반적이고 추상적인데도 구 자동차관리법은 어떤 정의나 해석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자동차에는 수많은 부품이 있어서, 안전 운행에 지장을 주는 부품이 무엇인지, 시정 조치는 무엇인지, 결함을 언제 알았는지 등을 확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라며 "무엇을 어기면 처벌 받는지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비례 원칙 위배에 대해서도 "자발적 리콜을 위반하면 형사 처벌하면서, 국토교통부 등의 강제 리콜 명령은 지키지 않으면 처벌하지 않는 기형적 법제"라며 "형벌 관계에 있어서 균형성을 완전히 지키지 못한 법률"이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자기 책임 원칙 위배에 대해선 "책임질 수 없는 행위에 대해선 책임을 지우지 않는 것이 당연한 법치주의 원리"라며 "BMW코리아는 결함을 인식할 수 있는 설비가 없는 단순 수입 업체"라고 애초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BMW코리아라는 '자동차 수입 업체'를 '자동차 제작자'와 동일하게 해석하는 것은 부당하다"라고 덧붙였다.

강일원 "헌재 판단 받게 해달라… 한정위헌 나올 수도"

강일원 전 헌재재판관. 황진환 기자

BMW코리아가 선임한 강일원 전 헌재재판관도 구 자동차관리법의 위헌성을 강하게 지적하며 헌재의 판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강 전 재판관은 BMW코리아보다 먼저 구 자동차관리법의 위헌성을 문제 삼으며 1년 넘게 헌법재판소 심리를 받고 있는 현대자동차 사건을 언급했다. BMW코리아 사건은 현대차 사건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도 있어 헌법재판소의 심리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 강 재판관의 주장이다.

강 재판관은 "가급적 이번 사건도 현대차 사건과 같이 헌재재판관에게 법률 조항의 또 다른 문제점을 볼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대차 사건은 위헌성이 높아 보이는데도 심리에만 1년 6개월이 걸리는 것은 재판부가 몇 가지 고민이 있는 것 같다"라며 "죄형법정주의에서 명확성 원칙은 중요하지만, 헌재는 이를 위헌 결정하는 것에 매우 신중하다. 가장 큰 이유는 형법 조문은 소급 효과가 있어서, 위헌 결정을 하면 해방 이후 모든 형사 사건을 재심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현대차는 자동차 제작자이고, BMW코리아는 수입업자라서 다르다"라며 "명확성 원칙은 부분은 동일한 쟁점이지만, 비례원칙 등은 다르다. 저희 사건이 헌재에 접수되면 재판부가 상당히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만약 헌재가 (현대차 사건에서) 명확성 원칙에 대해 합헌 결정을 해도, BMW코리아 사건은 한정 위헌 결정이 나올 수 있다"라며 "해당 법률 조문을 자동차제작자가 아닌 수입업자에게 적용하는 한 위헌이라고 하는 한정 위헌이 나올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한 재판부는 다음달 26일, 한 차례 더 공판준비기일을 갖기로 했다. 위헌 심판 제청 역시 기일을 진행하며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