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FC 특혜 의혹'을 보완수사한 경찰이 기존 결과를 뒤집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제3자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넘겼다.
애초에 '혐의 없음'으로 사건을 마무리했던 경찰이 검찰의 보완수사 요청에 따라 압수수색 등을 실시하고 정반대의 결과를 내놓은 것이어서, 기존 수사가 부실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불송치→제3자 뇌물공여…달라진 수사 결과 왜?
13일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이재명 대표에게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제3자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통보했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이자 성남FC 구단주이던 2014~2016년 당시 두산그룹이 소유한 성남 분당구 한 병원부지의 용도를 변경해주는 대가로 후원금 55억여 원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2015년 당시 성남시는 3천여 평 규모의 두산그룹 부지를 병원 용도에서 상업 용도로 변경해줬다. 또 용적률이나 연면적 등도 3배가량 늘리고, 부지의 10%를 기부채납 받았다. 이 시기에 두산건설로부터 후원금을 받았는데, 대가성이 있는 뇌물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보완수사에 나선 경찰은 이 대표에게 제3자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했다. 공무원이 직무 관련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주게 하거나 뇌물을 약속할 때 적용되는 혐의다. 즉 경찰은 이 대표가 두산건설을 통해서 성남FC에 뇌물(후원금)을 공여하게 하고, 그 대가로 용도변경 등 특혜를 줬다고 판단한 것이다.
핵심은 관련자들 사이에 오고 간 자금에 대가성이 있었는지다. 경찰은 구체적인 설명은 피하면서 "사건 관련자들로부터 유의미한 진술을 확보했다"고만 밝혔다.
결과가 달라진 배경에는 경찰이 성남시와 성남FC를 별개의 법인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경찰이 성남시와 성남FC를 별개의 개념으로 본다면, 두산건설의 후원금은 지자체 수익으로 해석되지 않을 것"이라며 "반면 당시 성남FC 구단주이던 이 대표의 업적 등을 위한 뇌물로 봤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대표 측은 "성남FC에서 발생한 이익은 성남시로 귀속되고, 구단주 등이 이익을 얻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입장을 고수해왔다.
뒤바뀐 수사 결과…'부실수사' 비판도
이 사건을 처음으로 수사한 분당경찰서는 혐의 없음(증거불충분)으로 판단하고 지난해 이 대표를 불송치했다. 당시 경찰은 관련 자료를 임의제출 하는 방식으로 수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고발인의 이의신청에 따라 사건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으로 넘어갔고, 검찰은 올해 2월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청했다. 보완수사 내용에는 관련 기관에 대한 압수수색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경찰은 검찰의 요청에 따라 지난 5월 두산건설 본사와 성남FC 구단 사무실, 성남시청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어 보완수사 요구 7개월만인 이달 기존과는 정반대의 수사 결과를 내놓은 것인데, '부실수사'를 스스로 인정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경찰 출신이기도 한 법무법인 평산의 강광민 변호사는 "검찰의 보완수사 요청에 따라 압수수색이 진행됐고, 그 과정에서 유의미한 증거가 나왔다면 기존 경찰 수사에 대한 부실수사 논란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며 "금액도 수십억 단위이고, 사건의 중요도 등을 고려해보면 더더욱 그렇다"라고 말했다.
검찰이 요청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 대표를 소환하지 않고 수사를 마무리한 것이 문제라는 의견도 있다. 사건의 핵심 당사자인 만큼 직접 대면하고 입장을 들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는 "검찰 말만 따른다는 것은 과거 검찰 수사지휘를 받던 시절로 회귀하겠다는 것"이라며 "보완수사 중이더라도 검찰과 유선상으로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경찰 관계자는 "이 사건뿐 아니라 다른 보완수사나 재수사 과정에서도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며 "분당경찰서가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보완수사를 통해 결론을 낸 것"이라고 말헀다.
한편 경찰은 성남FC에 후원금을 낸 두산외 나머지 기업 5곳에 대해선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 당시 후원금 계약을 체결한 성남FC 직원들이 거액의 인센티브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성남FC 내부 규정에 따라 인센티브가 정상적으로 지급됐으며, 해당 자금이 이 대표로 흘러 들어간 정황도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