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비추는 스토리텔러 황동혁 감독, 美 에미상 장벽을 넘다

황동혁 감독, '도가니' 통해 대한민국에 화두 던지며 법 제정 이끌어내
'수상한 그녀' '남한산성' 등 장르 넘나들며 현실과 접점 찾는 이야기꾼
첫 드라마 연출작 '오징어 게임'에서도 극한 경쟁 내몰린 현실 반영
"가장 기이하고 매혹적인 넷플릭스 작품 중 하나" 등 극찬
시즌 2 제작 소식에 외신 "놀라운 일 아니야"
황동혁 감독 "마지막 비영어권 시리즈이자 내 마지막 에미상이 아니길"

13일(한국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시어터에서 열린 제74회 프라임타임 에미상(74th Primetime Emmy Awards) 시상식에서 황동혁 감독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을 통해 한국 감독 최초이자 비영어권 드라마 최초로 드라마 시리즈 부문 감독상의 영예를 품에 안았다. 연합뉴스
"우승 상금 456억 원, 게임에 참가하시겠습니까?"
 
황동혁 감독은 1970~80년대 골목길을 주름잡았던 아이들의 게임을 전 세계인에게 함께할 것을 제안했고, '오징어 게임'에 발 들인 모든 이가 황 감독이 그려낸 세계에 흠뻑 빠졌다. 그렇게 황동혁 감독과 '오징어 게임'은 미국을 비롯한 세계에 새로운 가능성을 던졌다.
 
13일(한국 시간) 열린 제74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에서 비(非)영어권 드라마로는 '최초'로 후보에 오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연출자 황동혁 감독이 드라마 시리즈 부문 감독상을 거머쥐었다.
 
'비영어권 최초'라는 말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방송계 오스카'로 불리는 에미상은 그동안 '영어'로 제작된 드라마에만 후보에 오를 수 있는 자격을 부여했다. 이처럼 철저하게 미국 중심의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에미상에서 황동혁 감독은 한국어로 제작된 '오징어 게임'을 당당하게 후보로 올려놨고, 이를 넘어 '감독상'이라는 타이틀까지 획득했다.
 
외신들은 하나같이 황동혁 감독의 수상에 '새 역사'라는 수식어를 붙이며 찬사를 보내는 동시에 이러한 결과가 "놀랄 일은 아니"라고(베니티 페어) 이야기했다.

영화 '도가니' 스틸컷. CJ ENM 제공
 

다양한 장르 통해 사회 조명하고 공감 이끌어내는 이야기꾼

 
지난 2007년 '마이 파더'로 장편 데뷔한 황동혁 감독의 이름을 대중에게 각인시킨 건 한 청각장애인학교에서 일어난 비인간적인 성폭력과 학대를 다룬 영화 '도가니'다.
 
공지영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도가니'는 잊혔던 사건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며 대한민국에 큰 화두를 던졌다.
 
제작 당시 황 감독은 보다 사실적인 장면 연출을 위해 실제 청각장애인을 법정 방청객으로 출연시키고자 했고, 그의 진심이 전해지며 '도가니'의 배경이 된 학교에 다녔던 사람이 촬영에 참여하게 됐다. 영화는 관객들에게도 고스란히 울림을 전했고, 관련 법 제정으로 이어졌다.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조명했던 황 감독은 차기작으로 코미디 영화 '수상한 그녀'를 연출했다. '도가니'와는 정반대의 영화지만 특유의 탄탄한 스토리와 연출을 바탕으로 이번에는 웃음과 감동이라는 키워드로 관객들에게 다시 한번 울림을 선사했다.
 
영화 '수상한 그녀' '남한산성' 포스터. CJ ENM 제공
다시 한번 새로운 시도를 꾀한 황 감독은 김훈 작가의 소설 '남한산성'을 바탕으로 한 동명의 영화를 통해 처음으로 사극에 도전했다.
 
1636년 인조 14년 병자호란, 나아갈 곳도 물러설 곳도 없는 고립무원의 남한산성 속 조선의 운명이 걸린 가장 치열한 47일간의 이야기를 그린 '남한산성'에서 황 감독은 역시나 단순히 소설의 영상화나 과거의 재현이라는 데 그치지 않고 현실을 되돌아볼 수 있게끔 했다. 이러한 점을 인정받은 황 감독은 '남한산성'으로 청룡영화상, 백상예술대상 등을 휩쓸며 연출가이자 스토리텔러로서의 면모를 인정받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극한 경쟁 사회에 대한 알레고리 '오징어 게임', 세계를 사로잡다

 
늘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은 황 감독의 작품들은 장르를 불문하고 항상 '현실'과 맞닿아 있다. 사실적인 면을 중시하는 황 감독의 연출은 첫 시리즈 연출작인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으로도 이어졌고, 그만의 이야기와 캐릭터로 빚어낸 '오징어 게임' 역시 시대를 반영하며 더욱더 전 세계 시청자의 공감을 끌어냈다.
 
어느 날 갑자기 가장 아름답던 추억이 가장 끔찍한 현실로 변해버리는 아이러니에서 시작한 '오징어 게임'은 현재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가 극한의 경쟁으로 내몰리는 현실을 비췄다. 무한경쟁에 내몰려 살아남고자 하는 인간의 모습은 비단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마주한 현실이다.
 
성기훈(이정재), 조상우(박해수), 오일남(오영수), 강새벽(정호연) 등 '오징어 게임' 속 캐릭터 역시 이 시대를 살아가는 보통의 사람들이다. 이러한 점에서 황 감독의 메시지는 언어와 문화를 넘어 전 세계인에 전달됐고, 비영어 드라마라는 한계를 넘어 글로벌 신드롬을 만들어냈다.
 
13일(한국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시어터에서 열린 제74회 프라임타임 에미상(74th Primetime Emmy Awards) 시상식에서 황동혁 감독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을 통해 한국 감독 최초이자 비영어권 드라마 최초로 드라마 시리즈 부문 감독상의 영예를 품에 안았다. 연합뉴스
미국 경제 잡지 포브스는 "가장 기이하고 매혹적인 넷플릭스 작품 중 하나"라며 "6번째 에피소드는 올해(2021년) 본 TV 프로그램 에피소드 중 최고"라고 극찬했다. 또 다른 미국 경제 주간지 블룸버그는 "'오징어 게임'을 통해 한국 창작자들은 미국 중심의 할리우드와 경쟁할 수 있는 콘텐츠 제작 능력을 입증했다"며 황 감독의 능력을 높이 사기도 했다.
 
그리고 마침내 비영어·비백인에게 철저하게 장벽을 둘렀던 에미상마저 황 감독의 이야기에 '새 역사'라는 자리를 내주게 됐다.
 
황 감독은 드라마 시리즈 감독상으로 호명된 후 무대에 올라 "나는 이것이 에미상을 수상한 마지막 비영어권 시리즈가 아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리고 이것이 나의 마지막 에미상이 아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미 전 세계 시청자들과 콧대 높은 에미상은 황 감독이 건넨 손을 붙잡았고, 그가 '오징어 게임' 시즌 2를 통해 보여줄 놀라운 이야기의 세계만을 기다리고 있다.
 
"넷플릭스 역사상 최고의 시리즈인 '오징어 게임'이 시즌 2로 돌아온다는 건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미국 매체 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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