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 시간) 밤 9시 30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JW 메리어트에서 '오징어 게임' 에미상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오징어 게임'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 제작자인 김지연 대표, 배우 이정재, 정호연, 박해수, 오영수가 참석했다.
'오징어 게임'은 이날 열린 제74회 프라임타임 에미상(74th Primetime Emmy Awards)에서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탔다. 비영어권 드라마 최초의 기록이다. 다른 쟁쟁한 작품을 제치고 에미상을 받게 된 비결을 묻자, 황동혁 감독은 "어떻게 보면 좀 미스터리인 측면도 있다.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사람들이 이 작품을 좋아해 주실까 저 스스로도 때때로 물어보기도 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황 감독은 "일단 처음 이 작품을 제가 쓰고 기획할 때부터 글로벌 오디언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게 색, 상징 기호 이런 것들을 누구나 유니버설하게 다 알 수 있고,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을 만한 것들을 많이 사용하려고 했다"라며 동그라미, 세모, 네모 같은 가장 기본적인 도형을 마스크에 넣은 것,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알 법한 구슬치기, 홀짝 등의 쉬운 게임을 배치한 것 등을 예로 들었다.
이어 "주제적으로 보면 많은 사람들이 말씀해 주시면 이게 점점 더 커지고 있는 빈부의 격차라든가 현재 자본주의 경쟁 사회가 갖고 있고, 능력주의 사회가 가진 문제에 대해 어떤 문제를 제기한다. 지금 현대인, 모든 나라 사람들이 다 공감하기 쉬운, 피부로 느끼는 문제였기 때문에 좀 더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감정 이입을 해 주신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라고 바라봤다.
그러면서도 "그것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오징어 게임' 시즌 1의 마지막 성기훈(이정재)의 대사처럼 우리가 마지막 최후에 가지고 있는 인간성이라는 것을 이제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가, 그만큼 더 사람들한테 큰 울림으로 다가간 게 아닌가라는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높은 가계부채, 자살과 같이 우울한 한국 사회의 현실을 반영했다는 평을 듣는 '오징어 게임'인 만큼, 주제 의식에 관한 질문도 나왔다. 황 감독이 생각하는 '정의로운 사회'는 무엇인지 질문하자, 그는 "사실 저는 그것을 대답할 만한 어떤 지적 능력이나 경험을 아직 가지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라고 조심스러워했다.
황 감독은 다만 "정의롭지 않은 사회가 무엇인지를 아는 것 같다. 그건 우리도 누구나 언제든, 어느 순간에도 느낄 수 있다. 정치든 경제든 무엇이 잘못되어 간다면 아주 평범한 서민들까지도 다 느끼지 않나"라며 "무엇이 정의로운 사회일까를 고민하는 분들도 있어야겠지만 최소한 무엇이 정의롭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정의롭지 않으면 고쳐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그런 것을 갖고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저는 답을 가지고 있지는 않고 문제 제기를 하는 사람 정도라고 말씀드리고 싶다"라고 부연했다.
시즌 2에 관한 언급도 나왔다. 에미상 감독상을 받고 시즌 2를 언급한 이유를 두고 황 감독은 "'시즌 2'로 돌아오겠다고 한 건 큰 의미는 아니다. 지금 준비하고 있으니까 시즌 2도 잘됐으면 좋겠고 다시 (에미상에) 올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한 것"이라고 답했다.
또한 황 감독은 시즌 2에 관해 "지금 한창 쓰고 있는 중"이라고 귀띔했다. 전작과의 차이에 관해서는 "성기훈이라는 인물이 시즌 1에서는 실수도 많이 하고 되게 순진무구하기도 하고 그런 좀 아이 같은 면이 많은 인물이었는데, 아마 시즌 2에서는 시즌 1 마지막에 여러분들이 보셨듯이 좀 더 진중하고 심각하고 뭔가 일을 벌일 것 같은, 그런 좀 더 무겁고 시리어스한 인물로 돌아온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일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기존과는 다른 게임이 많이 등장할 것이라고도 예고했다.
비영어권 드라마 시리즈로 '프라임타임 에미상'에서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타고, 2022 프라임타임 크리에이티브 아트 에미상(2022 Primetime Creative Arts Emmy Awards)에서 여우단역상(이유미), 스턴트 퍼포먼스상, 시각효과상, 프로덕션디자인상 등 4관왕을 기록한 '오징어 게임'. 황 감독은 '작품상'을 꼭 받고 싶다고 강조했다.
황 감독은 "'베스트 드라마 시리즈'에서 저희가 번번이 '석세션'한테 밀렸다"라며 "다음에 시즌 2로 꼭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다시 와서 '베스트 드라마 시리즈'를 받고 싶고, 우리 다 같이 한 번 무대 위에 올라갈 기회를 꼭 다시 한번 갖고 싶다. 상이라는 게 욕심을 낸다고 되는 건 아니지만,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해서 좋은 작품 좋은 시즌으로 다시 돌아와서, 이게 저희의 마지막 에미(시상식)가 아니게 노력해보겠다"라고 밝혔다.
성원을 보내준 국민들에게 한 마디를 부탁하자, 황 감독은 "항상 어디 나올 때마다 약간 올림픽도 아닌데 국가대표가 돼서 나온 것 같은 그런 기분과 부담감이 있다. 다행히 이렇게 저희들 1년의 여행이 잘 오늘 마무리가 돼서 성원해 주신 국민 여러분, 팬분들께 조금이라도 보답하고 기쁨을 드릴 수 있어 너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라고 고백했다.
기자회견 말미, 배우들과 제작진은 다시 한번 감사를 표시했다. 정호연은 "다 함께 정말 열심히 달려왔던 것 같고 그만큼 정말 행복했다. 많은 사랑 보내주신 '오징어 게임' 팬분들에게도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겠다"라고 말했다.
박해수는 "정말 어렵게 촬영하고 1년 동안 열심히 달려온 마지막 순간에 좋은 결과를 가지고 우리 국민과 또 많은 시청자들에게 보답할 수 있는 것에 대해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한다"라고, 오영수는 "오늘 에미상을 보면서 살아 숨 쉬는 엄청난 에너지를 느겼다"라며 "나도 국내에서나 국외에서나 최선을 다해서 남은 연기자 생활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진다"라고 밝혔다.
이정재는 "지금 관객분들이 무엇에 더 관심이 있으시고 무엇을 좋아하시고 무엇을 싫어하시는지에 대해서도 굉장히 잘 저희가 느끼려고 노력을 많이 한다. 그래야지 시나리오에도 반영이 되고 연기에도 큰 또 도움이 된다. 그래서 저희는 만들기 시작할 때부터 개봉이나 방송할 때까지 이제 관객분들만을 생각한다고 하면 진짜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 정도로 이제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흥행이 잘 됐을 때나 관객분들의 마음에 흡족하지 못해서 잘 안 들었다 하더라도 항상 저희는 다음 작품을 위해서 '이번에 관객분들이 이렇게 생각해 주셨구나' 하는 것을 항상 생각한다. 그래서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아까(시상식 본 무대)도 한국말로 꼭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었다. 감사하다, 진짜로"라고 부연했다.
마지막으로 황동혁 감독은 "시즌 2 더 열심히 만들어서 기대하시는 한국의 시청자 여러분들 그리고 전 세계 팬 여러분들께 실망을 시키지 않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 다들 '어깨가 너무 무겁지 않냐' '시즌 2는 1의 성공을 어떻게 감당할 거냐' 겁을 주시는데, 제가 항상 신조처럼 삼고 있는 건 '내가 좋아하는 것을 만들고 간절히 사람들이 내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해 주기를 바라자' 하는 거다.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이야기를 만들 거고, 사람들이 좋아해 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바랐다.
'도가니' '남한산성' 등의 황동혁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은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다. 올해 6월 시즌 2 제작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