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에'라는 전시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작가가 다양한 제주의 풍광에서 느낀 첫 감정을 표현한 작품들이다. 작가는 최근 간담회에서 "동양미술과 서양미술, 구상과 추상의 틀을 넘어 자연을 바라봤을 때 처음 느껴지는 감정을 포착하고 공유하는 것에서 출발하는 전시"라고 설명했다.
1952년 제주도에서 태어난 강요배는 '제주민중항쟁사' 연작(1988~1991)을 그리고, '강요배 역사 그림-제주민중항쟁사'전(1992)을 개최하는 등 민중미술 활동에 전념하다가 1992년 고향인 제주로 내려간 후 이 곳의 자연을 소재로 한 풍경화를 그리고 있다. 강요배는 "제주도는 바람이 많이 불기 때문에 풍경이 시시각각 변한다. 희노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欲), 칠정(七情)이 자연현상에 나타난다"고 말했다.
작가가 집과 작업실을 오가며 목격하는 제주의 풍경은 한순간도 똑같지 않다. 날씨와 작가의 마음 상태에 따라 다채롭게 바뀐다. 태풍이 불어오기 직전 아침놀을 담은 '장미의 아침놀'(2021)의 하늘은 불타는 듯 강렬하고, '정월'(正月·2022)과 '비천'(飛天·2021)의 하늘은 푸르고 청명하다.
작가는 "(비천 속 구름은) 한반도 하늘에서 보기 힘든 형태지만, 사진을 찍지 않고 마음 속에 저장해 놓았던 이미지를 꺼내 그렸다"며 "사진을 참고하면 거기에 종속된다. 사진을 치워야 작가적 상상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출품작들은 서양화 재료인 아크릴 물감을 주로 사용하지만 특유의 붓질과 농담의 조절, 화면의 구성 방식이 동양의 채색화를 연상시킨다. 나란히 작업실 마당의 일상적 풍경을 담은 '설담'(雪談·2020)과 '봄볕'(2022)에서 이러한 특징이 두드러진다.
강요배는 2015년 이중섭미술상, 2020년 제21회 이인성 미술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대구미술관에서 수상기념전 '카네이션-마음이 몸이 될 때'를 개최했고 지난 8월 막을 내린 '어느 수집가의 초대-고 이건희 회장 1주년 기념전'에 '홍매'(2005)가 출품되기도 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제주도립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대구미술관 등 주요 국공립 미술관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